이진우 [주변인]
에피톤 프로젝트의 정규 1집 타이틀곡 "한숨이 늘었어"에서 피처링에 참여하며 화제를 모은 파스텔뮤직의 신예 '이진우'가 드디어 자신의 첫 앨범 [주변인]을 발매한다. 그 동안 파스텔뮤직과 문라이즈의 오마주 앨범인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 기획 컴필레이션 [사랑의 단상 Chap. 3]와 10주년 기념 앨범 [Ten Years After] 등에서 에피톤 프로젝트와의 듀엣곡 "고백", "기도", 자작곡 "스무살" 발표로 이미 많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이진우는 작사, 작곡, 편곡, 보컬을 비롯해 건반, 기타, 드럼 등 모든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원맨밴드로, 프로페셔널한 그의 음악적 자질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데뷔앨범 [주변인]의 음악들은 이진우가 자라온 성장과정에 근거한다.
홀홀단신으로 떠났던 청소년기 호주 유학시절 접한 마이엔트메리, 델리스파이스, 루시드폴 등의 음악들은 예민하고 외로웠던 시기를 채워 준 가까운 친구였고, 이내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를 하고 싶다는 꿈을 키우게 했다. 이처럼 어려서부터 그가 접해 온 밝고 경쾌한 모던록 사운드는 이번 앨범에 고스란히 녹아있으며, 담담하고 소소하게 풀어낸 노랫말들에서는 외로움과 사랑, 추억, 이상 등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가 느껴온 여러 다양한 감정들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파스텔뮤직과 인연을 맺고 수년 동안 작업을 리셋해오던 그는 지난해 봄부터 본격적인 데모작업을 시작,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던 여름 내내 스튜디오에만 머물며 마침내 첫 정규앨범인 [주변인]을 얻어내게 된다.
그리고 이 고된 결과물을 위해 특별히 국내 정상급 세션들과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추었는데, 신승훈, 이소라 등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해 온 건반의 이효석, 에피톤 프로젝트와 박주원 밴드의 베이스 이신우, 이승기와 로켓트리 등 앨범에서 기타를 맡은 남세훈, 노리플라이와 세렝게티의 드럼세션인 장동진의 연주를 비롯해 파스텔뮤직의 융진 (캐스커)과의 듀엣, 루시아의 코러스, 헤르쯔 아날로그의 보컬 디렉팅 등 주옥 같은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 앨범의 완성도는 더욱 빛을 발한다. 봄날, 혹은 초여름의 습기가 가득 느껴지는 이진우의 첫 앨범 [주변인].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는 그의 눈부신 시작을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Music Comments
조심스레 커튼을 열고, 세상에 건네는 봄빛 같은 첫 인사 [주변인]. 봄이다. 다시 봄이다. 이제 겨울은 잠시 동안 안녕. 목련과 진달래가 피어나고, 흐드러지는 벚꽃들에 카메라 셔터를 눌러보는... 어김없이 계절은 정말 봄이 되었다. 이진우의 첫 정규앨범 [주변인]의 소개글을 시작하려니, 지난 시간들이 멀리서 불어오는 봄바람 같다. 어쩐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를 처음 만난 것 역시 봄이었다. 짧은 머리, 기타 가방을 맨 채 씩- 하고 웃음짓던 그의 첫 인상이 아직도 선하다. 봄날의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악을, 영화와 드라마를, 시시콜콜한 이야기 그 어떤 것이든.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이지 행운이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첫 정규앨범 이었던 [유실물 보관소]에서 "한숨이 늘었어"와, 문라이즈 레이블의 오마주 앨범이었던 [결코 끝나지 않을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기도"와 "고백"을 이진우와 함께 작업하며, 늘 성실하고 단정한 모습이랄까? 그의 인간적인 혹은 음악적인 태도에 반했던 것 같다. 조근조근 낮게 속삭이듯 노래하는 그의 목소리 역시 그랬다. 그는 여러 뮤지션들의 앨범과 공연을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로서, 혹은 원맨밴드로서의 이진우의 세계를 조금씩 구축하고 있었다. '요즘 뭐하니?' 라고 전화하면 '예- 작업 중이에요.' 라고 답했다. 벌써 몇 해 전 봄의 일이다. 수없이 많은 프레이즈를 만들고, 기타와 피아노를 치고, 글을 쓰고,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해 보고...
악보를 구겼다가 폈다가, 지우고 다시 고치고. 어떤 날은 한숨 섞인 담배 연기를 뿜고. 또 어떤 날은 꽤 멋진 것 같은 마음에, 몇 번이고 흥얼거려 보기도 한다. 숱한 고민의 시간과 기적 같던 수많은 밤들을, 그 역시 그렇게 보냈으리라. 그리고 드디어(!) 그의 첫 정규앨범의 녹음을 시작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담이지만, 한 때 회사 내에서의 그의 별명이 '믹스 중' 이었다. '이진우=믹스 중'. 원맨밴드의 이진우는 홀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작사, 작곡은 물론이거니와 전체적인 프로듀싱, 노래, 연주까지. 지독하고 집요하게 자신의 음악의 집중했다. 그렇게 한 땀 한 땀. 봄비를 보며, 따가운 여름해와 낙엽들을 관통해 유난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까지... '유난히 맑던 그 해의 여름 어느 날' 이라는 첫 문장과 기타 디스토션으로, 그는 시간과 사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손때 묻은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물론 그 기타 가방 안에는 카포 (Capo)와 드럼 스틱, 몇 개의 피크들. 연필과 오선지에 적은 메모들... 조심스럽게 커튼을 열고, 세상에 건네는 그의 첫 인사는 마치 35mm 슬라이드 필름 같이 선명하며 담백한 발색으로 봄의 시작을 알린다. 봄은 수없이 출렁이는 감정들과 곧잘 마주하곤 한다. 기쁜 걸까? 슬픈 걸까? 외로운 걸까? 어쩌면 담담한 걸까... [주변인]에는, 뭐라 딱 꼬집어 말하기 힘든 감정선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담아내었다. 40여 분의 12트랙을 몇 번이고 반복해 들으며 아직은 조금 쌀쌀하지만, 그래도 '봄이 왔구나'를 실감한다.
얼마나 지나야, 지긋한 봄의 이명에서 조금은 담담해질 수 있을까? 몇 번이고 겪었지만, 아직 뚜렷한 답은 찾질 못했다. 이 아름다운 봄의 시작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좋은 음악을 듣는 일. 2013년, 봄의 플레이리스트에 이진우의 첫 앨범 [주변인]을 걸어둔다. / 에피톤 프로젝트
점점 사라져가는, 아련한 봄 같은 앨범. / 융진 (캐스커). 파스텔뮤직 뮤지션 중에서 가장 봄 같은 사람은 이진우다. 그의 나긋한 미소를 떠올리며 듣고 있으려니 봄 햇살에 몸이 두둥실 흘러가는 느낌이다. / 짙은. 충분한 숙성의 시간을 거쳐 오래 익은 술이 깊고 풍부한 맛을 내듯, 오래 기다린 그의 음악도 이제 적합한 '때'를 찾은 것 같아 기쁘다. 다정한 배려와 격려로 물들어있는 노랫말들은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그 자신의 이야기로써 솔직하다. 친숙한 목소리의 새로운 위로를 찾았다. / 루시아 (Lucia, 심규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