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가 선사하는 욕망의 잔칫상 [Desire]
까다로운 음악적 미식가인 그들이 선보이는 음악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앨범.
1999년 코나 5집 앨범 [Flower Dance]에서 객원멤버로 참여했던 한재원과 김상훈이 코나의 리더 배영준과 의기투합 W를 결성하게 된다.
2000년 첫 앨범 [안내섬광]을 발표.
2005년 Self Title 앨범 [Where the story ends] 발표.
2006년 제3회 대중음악상 그룹부문 올해의 가수상, 최우수 팝앨범상을 수상 대중과 평단 모두의 환영을 받음.
2007년 8월 경향신문과 웹진 가슴 네트워크가 52명의 음악 산업 전문가들을 설문 조사해 진행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에 선정됨.
2008년 프로젝트 그룹 W&Whale 을 결성 후 발표한 [Hardboiled] 앨범으로 제6회 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과 노래상을 수상하며 꾸준히 활동하던 이들은 2011년 영국의 글로벌 잡지 [Monocle]의 초청으로 영국 현지 공연을 펼쳤으며 일본의 Summer Sonic Rock Festival에 초청받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2013년 새로운 프로젝트 W&JAS를 결성해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던 중 이번앨범 [Desire]를 통해 수록곡마다 각기 다른 객원보컬을 기용하고 녹음은 물론 전 수록곡의 믹스까지 직접 시도함으로 스스로의 음악적 한계를 뛰어넘으려 하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W가 그동안 작업했던 뮤지션들과의 콜라보라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동고동락했던 'Whale'과 'JAS'는 물론 이들이 프로듀싱을 맡았던 밴드 '안녕바다'의 보컬 '나무' 와 '망각화'의 보컬 '양주영' 그리고 영화와 드라마 OST를 통해 여러 번 호흡을 맞춘 ‘호란’까지 가세해서 더욱 더 풍성한 잔칫상을 벌려놓았다. 게다가 완벽한 신인보컬 'Why'의 기용을 통해 더욱 더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려는 W의 집요한 음악적 욕망을 느낄 수 있다. 까다로운 오디션을 통해 선정된 'Why'가 마침내 W의 최종병기가 될 수 있을지를 관전하는 것도 이번 앨범의 듣는 재미를 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앨범의 타이틀 "Desire"가 의미하는 그대로 전 수록곡들을 관통하는 일관적인 주제는 사람이 가진 욕망이 만드는 여러 가지 현상들이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의 나'가 아닌 '새로운 나'를 '지금 이곳의 나' 가 아닌 '어딘가 다른 곳의 나'를 꿈꾸고 욕망한다. 식욕, 성욕, 명예욕에 이르는 무수한 인간의 욕망들을 즐겁게 때로는 그 덧없음을 슬프게 표현한 아름다운 가사와 늘 새로운 시도가 빛나는 비범한 송라이팅과 편곡으로 잘 녹여 내고 있다. 전 곡의 믹스까지 직접 시도하여 사운드의 일관성을 유지하려 한 점도 놓칠 수 없다. 말 그대로 이 앨범 자체가 W의 거대한 욕망인 셈이다.
6곡의 노래곡과 3곡의 연주곡으로 이루어진 이번 앨범의 최대의 미덕은 수록곡들끼리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욕망이라는 주제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다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그러면서도 모든 수록곡들은 이른바 단숨에 귀에 걸리는 결정적인 Hook을 간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W가 오랜 세월 꾸준히 갈고 닦아 온 음악 장인으로서의 통찰력이다. 그리고 그들은 전 수록곡의 고른 완성도를 통해 이를 증명하고 있다.
01. "미식입문 (Interlude)"
긴장감 넘치는 도입부와 다음 곡인 [미식가]의 후렴 멜로디 라인을 이용한 호쾌한 사운드의 향연은 W가 이 앨범을 통해 증명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있다. 다름 아닌 한 번에 귀에 와 닿는 폭발적인 사운드. 앨범 전체의 방향을 단지 1분여의 짧은 곡을 통해 집약하는 W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멋진 Intro 곡이다.
02. "미식가 (feat. Why)"
드럼이 연주하는 심플한 8 Beat의 리듬 위로 기타와 베이스는 또 다른 악센트의 8 beat를 연주한다. 이 치밀한 리듬의 조합으로 W는 꿈틀거리는 Groove를 만들어 낸다. 그 위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Why의 보컬은 이 곡이 가진 유쾌하고 세련된 정서를 잘 표현해 내고 있다. 훌륭한 한 접시의 요리에 더해진 반짝이는 양념처럼 다양한 전자악기들이 귀를 즐겁게 해주는 가운데 후련하게 터져주는 후렴의 멜로디 라인은 그야말로 선명하다. 누구라도 따라 부르고 싶어지게 하는 멜로디는 모든 공연에서 관객들의 떼창으로 들썩이게 할 것이다. 트랜드의 최전선에 위치한 세련된 멜로디 라인과 재미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독특한 가사의 조합이라는 W의 가장 큰 음악적 특징을 이 단 한 곡으로 충분히 느낄 수 있다.
03. "미성년 (feat. 나무 from 안녕바다)"
전주의 드럼 사운드를 듣는 단 한 순간, 음악 마니아들은 W가 얼마나 이 곡에 공을 들였는지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이 독특한 질감의 드럼 위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악기들의 편곡은 그동안 전자음악에서 잘 다루지 않는, 그만큼 표현하기 어려운 블루지한 셔플의 리듬감을 멋지게 구현하고 있다. David Bowie를 향한 오마쥬가 느껴지는 안녕바다의 보컬 ‘나무’의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의 질감 또한 훌륭하다. 음울한 마이너의 코드 보이싱이 단숨에 메이저로 바뀌는 후렴에서 환하게 펼쳐지는 화려한 코러스 라인은 짜릿한 hook을 선사한다. W가 일관되게 주창해 온 ‘지금 그대로 이미 넌 충분히 아름답다’는 메시지는 그저 말 뿐인 위로가 아닌 따뜻하고 낯간지럽지 않은 실존의 위로와 응원이다.
04. "카우걸을 위한 Blues는 있다 (Interlude)"
바로 다음 곡인 [카우걸을 위한 자장가는 없다]를 위한 기타 연주곡. 흙먼지 가득한 서부의 황야를 연상시키는 트레몰로의 찌그러진 기타 소리를 우주 공간으로 옮겨 놓은 듯한 멋진 사운드 그리고 끈적끈적 귀에 달라붙는 중독적인 기타의 멜로디 라인은 그야말로 유쾌하다. 개별적인 기타 연주곡으로 감상해도 좋을 만큼의 완성도지만 바로 다음 곡인 [카우걸을 위한 자장가는 없다]와 이어졌을 때의 시너지는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05. "카우 걸을 위한 자장가는 없다 (feat. Whale)"
호쾌한 벤조 연주로 시작되는 전주를 듣는 순간, 긴 제목에서 이미 연상되는 흙먼지 가득한 추억 속 서부 영화의 사운드 트랙이 떠오를 것이다. 첨단의 전자음악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벤조의 날카로운 사운드 위로 경쾌하게 날아드는 신서사이저의 음색과 다양한 기타 연주가 조합된 편곡은 W가 가장 잘하는 것이 다름 아닌 '어쿠스틱 악기와 일렉트로닉 악기의 조합' 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환기 시킨다. 보컬의 음색만으로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는 Whale의 목소리는 리듬 위에서 자유롭게 멜로디의 강약을 주도하며 곡을 이끈다. 역시나 후렴에서 쏟아지는 화려한 코러스 라인은 이 앨범에서 W가 추구하는 것이 다름 아닌 ‘누구나 따라 부르고 싶어지는 노래’라는 것을 말해 준다. 질주하는 사운드의 향연, 과감하게 주위를 환기시키는 갑작스러운 브레이크 등 모든 것이 화끈한 한 편의 서부영화처럼 시원시원하다.
06. "Hysteria (feat. 양주영)"
모노톤의 피아노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망각화의 보컬 ‘양주영’의 목소리는 금방이라도 깨질 듯 위태로운 느낌으로 중반까지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간다. 후렴의 폭발적인 에너지 속에서 아름답게 솟구치는 그의 목소리는 쏟아지는 전자악기의 홍수 속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자기 파괴의 노랫말과 어울려 듣는 이들에게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간주의 시작과 끝 부분에서 Guitar를 이용해 울리는 신기한 소리는 사운드 디자인의 측면에서 듣는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이 곡의 백미는 앞서도 잠시 언급한 바로 후렴의 폭발적인 에너지다. 팽팽한 긴장감을 후련하게 터트리는 사운드, 그 위로 날아 와 한 번에 귀에 꽂히는 보컬의 멜로디 라인, 좋은 노래가 갖춰야 하는 진정한 미덕이 이 곡에 있다.
07. "모든 반짝이는 것들의 여왕 (feat. JAS)"
화사한 멜로디 라인 위로 촘촘하게 쌓여가는 전자악기들의 다양한 음색이 화려한 소리의 결을 느끼게 한다. 평범한 발라드의 형식으로 시작한, W로서는 다소 의외의 편곡이 후반으로 갈수록 복잡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견고한 사운드의 벽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귀로 확인하는 것도 몹시 흥미로운 과정일 것이다. 자칫 의미 없이 그저 예쁜 단어의 나열에 그칠 수도 있는 가사에 표정을 불어 넣는 섬세한 JAS의 목소리는 그녀가 이미 '노래 잘하는 보컬리스트'의 영역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보컬리스트' 의 경지에 이르렀음을 증명한다. 후렴의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은 W의 송라이팅이 아직도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는, 뮤지션으로서의 신뢰를 더욱 견고하게 한다.
08. "Remember Me? (Interlude)"
칠흑 같은 어둠의 동굴 속에서 들려오는 듯 신비로운 공간감의 연출은 전자음악 장인으로서의 W의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낸다. 다음 곡인 "I'm Your Desire"의 후렴을 노래하는 호란의 목소리를 거꾸로 Reverse 시킨 멜로디 라인 또한 그 자체로 너무나 아름답다. "Desire"가 그냥 어중간한 노래들을 적당히 끼워 맞춰 만든 앨범이 아니라 모든 곡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치밀한 구성의 앨범이란 것을 이 짧은 연주곡 하나로 느낄 수 있다.
09. "I'm Your Desire (feat. 호란)"
슬프고 아름다운 가사는 세월 속에서 우리가 이제 떨쳐 버렸다고 생각하는 고달픈 욕망의 속삭임을 호란의 목소리를 빌어 표현해내고 있다. 호란은 그녀가 노래를 쉬는 사이 내쉬는 숨소리마저 아름답게 연출할 줄 아는 보컬리스트이다. 때론 섬세하고 때론 격정적인 보컬의 멜로디 라인을 따라 그리스의 민속 악기인 부주키 (Bouzouki)의 카운터 라인이 끈질기게 따라 붙어 욕망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간의 내면을 묘사한 듯하다. 투명한 나일론 기타의 선율을 따라 먼지처럼 부유하는 전자악기들의 모호한 음색들이 W가 얼마나 이 곡의 사운드를 정성스럽게 매만졌을 지를 짐작케 한다. 이 앨범의 유일한 발라드이자 가장 섬뜩한 흡인력을 가진 치명적인 사랑노래이다.
All instruments performed by W
Track 05. Banjo, Additional Guitars & Track 09. Bouzouki, Additional Guitars>on 조삼희
Vocals – Why, 나무(from 안녕바다), Whale, 양주영, JAS, 호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