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채밴드' - [노래하는 꽃]
'이문세'와 황금콤비였던 작곡가 '故이영훈은 자칭 '詩人'이라 하며 자신에게 '작곡가'는 극존칭이라 했다. 詩를 위한 詩가 아닌 노래를 위한 詩를 썼던 그에게 詩는 곡을 위한 밑그림에 지나지 않았다. '정진채'에게 詩는 1집 [절벽] , 2집[자유] 발표 후 3집 [꽃피는 詩]가 발매되기 전까지 지리한 기다림이었다. 작사에 대한 고뇌 때문에...
'지나가는 불에 밥 익힌다' 했다. 시노래 콘서트 (도.시.락)에 싱어송라이터로 참여하게 되면서 일거에 작사 고민이 해결되면서 미뤄왔던 3집은 시 노래로 채워졌고 4집 [노래하는 꽃]도 마찬가지다. 4집 [노래하는 꽃] 의 노래들은 시대적 고뇌와 방황 그리고 상실감에서 벗어나려는 내면이 반영된 윤동주의 '서시'를 필두로, 나와 이웃에게 약이 되는 분노를 서슴치 않겠다는 시인 김희정의 '십원짜리 분노'로 포문을 연다. 시인이 된 화가 박석신은 시상에 시어를 더해 캘리그래피를 완성지어 '가을꽃'에 생명을 불어 넣었고, 살면서 갚아야 할 세 가지- 보은(恩), 원망(怨), 한(恨)이 있는데 그 중 보은(恩)과 한(恨)이 어느새 그리움이 되어 詩가 되었다고 한 시인 박소영의 '품'은 눈으로 보는 詩, 가슴으로 듣는 詩가 되어 실렸다.
3집 [꽃피는 詩]앨범에 실린 작가 박범신의 '주름'에서는 삶을 멸망하거나 지속적 권태로 표현했는데 4집에는 비교적 가벼운 보사노바 리듬에 눈꽃처럼 가벼이 떠오를 사랑을 '봄의 예감~'으로 노래했다. 여류시인 함순례의 '배꽃송가'에서는 Acoustic Alchemy의 연주처럼 아름답고 간결한 기타선율 속에 찰나의 배꽃이 피는 동안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꿰맨 언어의 그물로 詩를 낚는 사람을 詩 人이라 했다. 시인 정의홍은 '비오는 소리'에서 언어의 십자수를 엮어냈다. 혹자는 시인 황재학의 시는 직선적이다고 한다. '겨울이 오네'에서는 현상이 지나면 현실로 이어져 시련이 휘감아 옴을 겨울로 표현했고 '기차소리'에서는 낭만적 거짓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
시인 권덕하의 '가을날'에서는 <산내> <낭월동>같은 지명을 피력해서 회상 또는 동경의 마음을 잉태시켰고, 아낌없이 주는 어머님의 마음처럼 비탈진 곳 혹은 담벼락에 의지하면서도 애호박에 늙은 호박까지 길러내 나눠주는 시인 안학수의 '호박꽃'에서는 후덕함을 맛본다. 동심 속 아이는 날 저무는 줄 모르고 물수제비 뜨느라 여념없다. 아이가 던진 돌은 강바닥에서 돌무덤되고 해 맑은 말들은 꽃무덤되어 흐르고...시인 김채운의 '어지럼꽃'은 Blues곡으로 'Eric Clapton' 의 영향을 받았던 '정진채'의 정체성을 느끼게 한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주어진 역할의 몫을 빼면 버려도 그만인 텅빈 나머지라고 한 시인 황희순의 '빈칸'에서는 천신만고끝에 모천회귀(母川回歸)하여 알을 낳고 육신은 어린 치어들의 영양분이 되는 연어의 몫을 연상케 한다.더불어 뛰어난 기교와 Soft한 터치연주는 기타리스트 'Chet Atkins'가 인생 후반부에 남긴 영혼 깊숙히 파고드는 곡 "Sails" 를 떠올리게 한다. 싱어송라이터 '정진채'의 자작곡 "정말 고마워요" 는 앨범수록 훨씬 이전부터 팬들 사이에 회자되어 전염과 중독이 이미 진행됐고, 시인 나태주의 '풀꽃'은 국민 암송시이면서 멜로디도 간결해 누구나 따라 부를 곡이다. 문학으로 살고, 음악으로 휴식하고,그림으로 꿈꾸고, 사랑으로 영혼의 항해를 한다고 했다. '정진채' 4집 [노래하는 꽃]에서 취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도시의 Cowboy 박상용-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