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백현진의 신작 [Csimplex]
언젠가부터 그가 가수로서의 사명을 저버리려는 듯하다. 애초에 그 따위 것 짊어지고 살아왔을 사람은 아니지만, 어쨌든 그가 지고 있던 '무언가'는 그에게 배신당하고 있다.
백현진은 한곳에 오래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다. 한결같아 보이지만 너희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사람들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일삼고 있다. 매일 변신하고 있다.
13개의 트랙은 그의 변태과정 같다. 허물이 13개. 우리는 지금의 백현진을 감상하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떠난 그의 자리에 남은 허물들을 멍청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백현진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남긴 공허와 함께하는 것. 나는 13개의 트랙을 들으며 공허가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다.
- 김한주(실리카겔)
닦아도 지워지지 않는 묵은 냄새 같은 심연 말고,
물빛 튀겨 힘껏 피어오른 그런 설익은 새싹 말고,
시원하고 환한 얼굴이 줄줄 흘러나와 주름을 구기고,
오래되었지만, 그 항로는 절대 잊지 않는 큰 배가
나를 데리러 가장 맑은 곳으로 깊게 내려갑니다.
어쩌면 우리의 목적지는 목적하지 않는 것임을 느낍니다.
- 황소윤(새소년/모임 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