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의 첫 번째 EP <TREE TRUNK>는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의 모음집이자, 앞으로 그가 해갈 음악의 줄기다. 이찬은 그의 첫 번째 EP를 시작하는 것에 서두르지 않고, 곡마다 그가 해갈 음악들의 줄기들을 넓게 펼쳐서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EP는 이찬이 해갈 음악들의 ‘스포일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이번 EP에 수록된 4곡 (MOONLIGHT, 편한 오빠, TROPICAL, 이상 있나요)은 이찬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겪었을 법한, 또 겪을 법한 일들이다. 누군가는 유치하고 사소하게 느낄 연애 감정부터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무거운 이야기까지 이찬은 그만의 날것의 표현과 멜로디를 거리낌 없이 쏟아내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찾아간다.
“난 이번 EP에 누군가도 겪었을 법한 내 사적인 이야기들을 담았다. 우리는 살다가 비슷비슷한 경험을 하기도 하고, 비슷비슷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난 그런 감정들을 네 개의 노래로 던진 거고, 누군가 그 노래들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찾거나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내가 준비한 이야기들을 누군가가 궁금해하고, 공감해주면 좋을 것 같다.”
01 MOONLIGHT / ‘MOONLIGHT’는 사랑의 순간을 그려낸 결과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에게 그 사랑 받는 동안에는 설레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밤을 새우며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에게 내 마음이 전달될 만큼 가슴이 뛰고…’MOONLIGHT’는 그런 추억 한쪽에 자리 잡은 순간들을 꿈결 같이 풀어낸 노래다. 속삭이는 듯한 보컬 사운드는 귓가를 간지럽히고, 그 뒤로 은은하게 들려오는 기타 소리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02 편한 오빠 (Feat. 지우) / ‘편한 오빠’ 속 남자는 애잔한 짝사랑 중이다. 노래 속 남자는 짝사랑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지만, 그 상대는 그것에 무심하게 반응한다. 누군가를 애타게 좋아하지만, 그 누군가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을 때가 종종 있다. 누군가에게 호감을 아무리 표현해도, 그것이 전해지지 않을 때 우리의 마음속에는 답답한 응어리가 남는다. 그 사랑의 의미는 무엇으로 남을 수 있을지, 그 사람은 왜 내 마음에 답해주지 못했는지…우리는 알 수 없다. 차분한 멜로디 사이로 이어지는 대화 같은 가사가 애매모호하게 끝나는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편한 오빠’는 우리가 홀로 사랑했던, 그런 사랑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순간을 담았다.
03 TROPICAL / ‘TROPICAL’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차갑고 비관적일지도 모르지만, 그 안에 희망은 있다는 드라마를 담은 곡이다. 노래는 회색 도시를 배경으로, 꿈을 잃어버린 누군가에게 그 어느 노래보다 밝은 메시지를 전한다. Tropical’의 가사는 ‘희망’에 대한 의지가 눈에 띄는데, 이찬은 그에 대해서 스스로가 추구하는 순수하고 강인한 자아를 투영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다른 것들과 다르게 전자 사운드가 많이 가미된 이 곡은 극적인 곡 구성에도 포인트를 더했다.
04 이상 있나요 /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우리는 누구나 넉넉한 삶을 살 수 있다는 환상은 버리고 각자의 삭막한 일상을 살아간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안정된 수입을 위해 취업 준비를 하고, 직장에 입사해서 돈을 벌고, … 주변에 도태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서, 그 과정에서 ‘나’를 포기하고, 무언가를 해내고 싶다는 욕망마저 잊는다. 이런 우리는 정말 이상 없을까? ‘이상 있나요’는 이 현실을 희화화하면서 전달한다.
글 김다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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