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의 만남이 시작이었다. 우연히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의 음악을 들은 김현철은 그의 연락처를 수소문해 만났다. 김현철은 이미 정밀아의 모든 노래를 듣고 가사까지도 다 외운 상태였다. 김현철의 오랜 팬이었던 정밀아와 정밀아의 새로운 팬이 된 김현철은 음악으로 교류했다. 2018년 11월 정밀아는 김현철이 3집 [횡계에서 돌아온 저녁]에 수록한 ‘언제나 그댈’을 다시 불렀다.
김현철의 마음에 와 닿은 정밀아의 노래는 많지만 ‘우리들의 이별’은 특별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이 노래가 최백호의 목소리로 불리면 어떨까 하는 프로듀서로서의 자연스러운 상상이 더해졌다. 정밀아와 최백호 사이에 김현철이 있었다. 김현철은 기타리스트 조삼희와 함께 새로운 버전의 편곡을 맡고, 가사도 조금 바꾸었다. 비록 낱말 하나 바꾸었을 뿐이지만 최백호의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우리들의 이별’은 청춘의 이별가에서 인생의 이별가가 되었다.
작년 가을에 녹음이 끝난 새로운 ‘우리들의 이별’은 김현철의 열 번째 앨범 [돛]에 들어갈 뻔 했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결과 달라 결국 빠졌다. 하지만 이 노래는 새로운 작업으로 이어졌다. 최백호와 정미조, 그리고 주현미라는 탁월한 보컬리스트가 새로운 작업에 참여했다. “여러 해 동안 쌓은 경험에 의하여 이루어진 숙련의 정도”가 연륜이라면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게 연륜을 보여주고 있는 보컬리스트들이다. 목소리 하나에 여러 표정과 감정이 담겨있다.
음반을 여는 첫 노래 ‘Remind Wedding’은 오직 주현미만을 위해 쓴 곡이다. 주현미의 목소리를 생각하며 곡을 썼고, 트로트 가수가 아닌 ‘성인’ 가요를 부르는 주현미는 실제 자신의 이야기처럼 감정을 표현하고 노래했다. 트로트가 아닌 다른 장르에도 어울릴 수 있는 목소리란 걸 알고 있는 김현철은 스윙 재즈를 부르는 주현미의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40여년 전 미술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떠났던 정미조는 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배운 언어로 이제 노래를 부른다. 유발이가 쓴 불어 가사에 정미조의 목소리로 불리는 ‘Ecoute, la pluie tombe’는 산들대는 보사노바 리듬과 함께한다. 이미 양파의 ‘머뭇머뭇’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적이 있지만 새로운 편곡, 새로운 보컬과 함께 노래는 새로운 기운을 얻었다. 새로운 기운을 기품이라 적어도 무방하다.
마지막 트랙 ‘너는 내겐’은 김현철이 불렀다. 김현철은 이 노래를 30여년 전에도 불렀다. 김현철이 고등학교 친구들과 결성했던 밴드 아침향기의 노래를 다시 꺼내 부른 것이다. 십대 청소년이 불렀던 풋풋한 노래는 이제 중년의 목소리로 다시 불린다. 세월의 흐름만큼 노래는 다른 감정으로 와 닿지만 그 안의 감성은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그 이어짐이 있음으로써 김현철은 계속해서 새롭게 곡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개별의 곡이지만 음반에는 일관된 주제가 있다. 어른의 목소리가 담겨 있고, 그래서 음반은 깊은 감정의 어덜트 컨템포러리 팝 음반으로 만들어졌다. 김현철은 프로듀서로서 자신보다 더 먼저, 그리고 더 오래 대중음악의 숲을 가꿔온 선배들을 초대해 그들의 목소리에 존경을 바쳤다. 프로듀서 김현철은 연륜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각기 다른 스타일로 새로운 성인가요를 완성해냈다. 연륜과 새로움은 어울리지 않는 말 같지만, 김현철은 이를 가능하게 했다. (김학선/대중음악평론가) .... ....
바다가 감싸는 그 길을 따라서 음 떠나오던 그 날 저녁 노을을 기억해 음 버스 창가에 우두커니 앉아서 바라보던 풍경 모두 잊기 싫은 것뿐이라 발길 떼어놓으면 다시 마음이 붙들고 마음 떼어놓은 그 곳은 다시 추억이 붙잡아 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고 했나 아니 나는 자신 없소 아직 이별은 힘드오
어디 이별 없는 곳 있다면 좋으련만 아직 그 곳 어디라고 말하는 이가 없다오 아 서러운 것이 어디 이별뿐이랴 매일 헤어지는 오늘이 날 보며 달래는 듯 해 음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고 했나 아니 나는 자신 없소 아직 이별은 힘드오
Produced by 김현철 for Fe&Me Co Produced by 조삼희 Recorded by 이정형 at Rui Studio Additional recorded by 이기호 at Booming Studio Mixed by 이정형 Mastered by 전 훈 for Sonic Korea Design by 김성래 for NOVVAVE RECORDS Supervisor 남궁찬 Manager 김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