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CD 대작을 발매 후 선보이는 김현철의 선물 2곡
김현철과 폴킴과의 만남 ‘선(線)’
31년만에 힙스터들에게 재소환된 김현철의 데뷔타이틀 ‘오랜만에’
#“역대급 세대 감성의 만남” 작곡 김현철X작사 폴킴 ‘선(線)’
레전드와 대세라 불리는 두 천재 뮤지션이 만났다. 그 두 주인공은 바로 ‘원조 음악 천재’ 김현철과 ‘고막 남친’ 폴킴.
김현철과 폴킴의 만남은 어쩌면 운명적이었다. 2018년 김현철은 우연히 폴킴이 노래하는 모습을 본 후 묘한 끌림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당시엔 폴킴이 지금처럼 유명세를 타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현철은 폴킴의 노래하는 표정이 유독 좋았다고 했다.
김현철은 원래 ‘선(線)’을 지난 해 공개된 정규 10집 앨범 ‘돛’에 포함시킬 생각이었지만, 폴킴을 위해 아껴두었다. 그렇게 약 1년만에 세상의 빛을 본 ‘선(線)’은 더욱 아름답게 완성됐다. 김현철의 멜로디에 폴킴이 가사를 붙이고, 흔쾌히 제목까지 지었다.
“특별함을 담고 싶었다. 어느 곡에도 붙을 수 있는 그저 그런 글귀가 아닌, 이 곡 만을 위한 가사를 쓰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곡을 받았을 때의 순간들을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폴킴)
폴킴에게 김현철은 특별한 존재다. 가요계 대 선배이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과 주로 팝송을 들었던 폴킴이 가장 먼저 접한 가요가 바로 김현철의 ‘왜 그래’였기 때문이다.
이번 싱글의 재킷 역시 남다른 의미가 있다. 두 사람의 감각적인 손글씨가 담겨 있는데, 이는 1980년대 발매된 남성듀오 어떤날의 1집 앨범에 대한 오마주다. 조동익, 이병우 두 멤버의 글씨가 포함된 독특한 디자인을 김현철과 폴킴이 직접 오마주하며 새로운 스타일로 완성시킨 것이다.
김현철은 지난해 발매한 ‘돛’ 2CD앨범에서 본인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준 시인과 촌장의 ‘돛’을 리메이크하고 앨범 제목으로 사용하고 첫 곡으로 실은 적이 있다. 이번 싱글 재킷은 그에 이은 두번째 오마주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김현철은 이번 곡에 큰 애정과 공을 실었다. 모든 과정은 폴킴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선배님과의 작업은 영광이기도 하지만 큰 부담이기도 하다. 소통이 잘 이루어 질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녹음을 다 끝내고 보니 불필요한 걱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뭔가 선배님께 모든걸 다 읽히고 있는 느낌이랄까.”(폴킴)
# 31년만에 힙스터들에게 강제소환된 ‘오랜만에’의 2020년 에디션
-아픈 손가락이 된 김현철 1집 A면 1번 트랙 ‘오랜만에’ (1989년)
벼락처럼 찾아온 신인 뮤지션 ‘김현철’을 세상에 알린 주인공은 1집 수록곡 ‘동네’와 ‘춘천가는 기차’였지만 사실 그 역할을 해야했던 데뷔 타이틀곡은 바로 1번 트랙 ‘오랜만에’였다. 갑작스럽게 라디오를 통해 앞질러 터진 두 노래들 사이에서 본인의 순서를 잃었던 이 노래는 김현철 매니아들 사이에서 ‘우리끼리만 아는 숨은 명곡’이 되어 각자 방안의 LP플레이어에서 오랜 시간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애초에 다른 운명의 태생을 갖고 있던 ‘오랜만에’ (30년 후)
그러나 30년의 세월이 지나 ‘오랜만에’는 예상치 못한 주인공이 되었다. 유튜브에서 ‘서울의 시티팝’으로 지목되어 수만뷰의 숫자를 기록하는 ‘힙스터들의 노래’가 되었고, 요즘 인기 있는 ‘여름 드라이브 뮤직’ 한강을 지나는 차안에서 울려퍼지고,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펼쳐지는 루프탑 라운지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면 이 노래를 틀기 시작했다. 30년 후의 젊은이들은 이 노래 덕분에 김현철이라는 새로운 뮤지션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마치 영화 백투더퓨처처럼 말이다.
-평생 미안한 아픈손가락에서 신곡으로 선보이는 ‘오랜만에’ (2020년)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이 기분 / 언제까지라도 간직하고 싶은 이 기분 / 나는 또 뒤돌아보지만 내겐 남아있는건 그리움 /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기분”
김현철은 덕분에 힘을 얻어 잠시 쉬었던 음악 생활을 재개하여 지난해 2장의 앨범을 발매했고 급기야 ‘오랜만에’는 공효진이 등장하는 커피 CF음악의 주제곡으로 선택되기까지 이른다. 김현철은 모처럼 이 노래에 새로운 옷을 입혀 다시 녹음해서 CF음악으로 선보였다.
이런 이야기가 쌓인 ‘오랜만에’를 오랜만에 부르는 김현철은 어떤 기분일까? 스무살에 풋풋하고 수줍게 부르던 ‘오랜만에’는 이렇게 30년이 흘러 여유롭고 풍성한 악기들과 코러스로 우리에게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의 신곡으로 또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