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신' 3집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한번만 더" 로 대중의 사랑을 받은 노랠 잘 하는 가수 '박성신' 2014년 8월 8일 하늘나라로 떠난 그녀의 유작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총 12곡으로 기획된 '박성신' 의 3집 정규앨범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는 기획과 준비과정만 2년이 걸렸고, 갑자기 찾아온 병으로 인해 5곡만 부분완성을 하고, 나머지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이다. 그 미완성 부분을 그녀의 제자들이 참여해서 앨범을 완성하기로 했다고 한다.
너무 갑자기 떠난 그녀는 보컬 수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악기와 소리의 밸런스에 대한 믹싱 부분에서 시간을 갖고 5곡의 곡을 만들어 완성된 순서대로 음원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그리고 그녀가 부르려고 했었지만, 대략적인 가이드만 했던 다른 곡은 음원 발표를 하기엔 노이즈가 너무 많아서 그녀의 제자들이 한 곡씩 불러 연말까지 최종적으로 완성을 한다고 기획사는 말하고 있다.
앨범을 여는 첫 곡은 2개의 타이틀곡 가운데 하나인 "천 번" (박성신 작사. 최선 작곡)이다. 클래식한 멜로디 선율에 피아노와 현의 화성이 아련한 아름다운 곡이다. "천 번" 은 이번 앨범에서 박성신이 직접 노랫말을 쓴 세 곡 가운데 한 곡이다. 천 번을 돌이켜 생각했다는, 후회와 자기 성찰에 대한 의미로 시작하는 가사는 뼈 속까지 새겨져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뒤의 가슴 저미게 아픈 독백이다. 어떤 형태의 이별이든 이별은 돌이킬 수 없고, 회복되기 참 어렵고 나아질 수도 없는 그리움의 병과 같다고 노래한다. 명료한 가사 전달력과 호소력을 담아 떠난 이에 대한 그리움에 대해 읊조리는 박성신의 보컬은 마치 그녀의 운명을 예감하고 쓴 노랫말 같아서 더욱 듣는 이의 눈시울을 적신다.
"천 번" 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게 3분 25초의 버전으로 만든 것과 작곡가의 음악적 의도가 담긴 6분이 넘는 다른 버전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보컬의 표현에도 차별을 둔 6분이 넘는 “천 번”은 좀 나중에 음원이 나온다니 기대가 된다. 제목이 강렬하고 독특한 두 번째 곡 "폭풍같은 너" (박성신 작사, 최선 작곡)도 '박성신' 이 직접 노랫말을 쓴 곡이다. 그루브한 '박성신' 의 보컬이 물 흐르듯이 악기들의 선율에 녹아지는 곡이다. 사랑의 대상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 전혀 예상도 예감도 하지 못한 폭풍 같고 벼락같다고 노래한다. '박성신' 본인이 코러스라인을 만들고 그 라인들을 열심히 녹음을 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그걸 완성하지 못한 곡이라고 한다. 이번 앨범은 보컬리스트가 지닌 역량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길 무척 원했다고 한다. 그걸 완벽하게 이루지 못하고 그녀는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미완의 곡임에도 '박성신' 이란 가수의 노래에 대한 열정과 보컬이 지닌 폭과 깊이를 이해하고 가늠할 수 있는 노래인 듯 하다.
세 번째 곡 "조금만 더" (손경민 작사. 작곡.)는 깃털처럼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듯, 기타의 선율에 공명하며 가볍게 내려앉는 보컬의 매력이 담긴 곡이다. 기타리스트 '김도엽' 과 '인준호' 의 협연 속에 유려하고 미끄러지듯 리드미컬한 보컬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박성신의 음색이 아련하고 애잔하다. Syncopation과 Attack의 포인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한번만 더" 와 마찬가지로 그녀의 보이스는 듣는 이의 마음을 적시는 슬픔이 묻어 있다. 그건,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난 고인의 어려웠던 자신의 인생이 녹아져 있기에 그런 것 같다.
이번 발표된 '박성신' 의 앨범엔 가슴 아픈 스토리가 있다. 목회자의 아내로 긴 시간 대중으로부터 떠나 있던 '박성신' 은 2009년부터 대학 강단과 실용음악학원에서 제자를 가르치며, 다시 대중에게 돌아오려는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2012년부터 가요계 복귀를 위해 실력 있는 작곡가들로부터 곡을 모으고, 몇 곡은 본인이 직접 곡 작업에 참여하며 3집 앨범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를 기획했다. 언플러그드 컨셉에 보컬리스트의 매력을 가능한 모두 담아 보이겠다는 의지를 갖고 기쁘게 시작된 작업은 경동맥협착증과 악성빈혈이라는 브레이크에 멈추고 만다. '박성신' 은 신앙의 힘과 스스로의 의지로 일 년의 투병 끝에 일어나서 앨범을 진행하지만 그녀의 도전은 생애 두 번째 찾아온 자궁암이란 덫에 다시 멈추게 된다. 다시 또 투병과 재활을 통해 건강을 회복했지만,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후유증으로 녹음작업 멈추고 말았다. 바로 호흡이다.
가수의 고음가창은 호흡이 뒷받침 되어야 완성된다. 헌데, 두 번이나 하게 된 자궁암 수술은 복식호흡을 통해 고음가창의 완성을 보여주려 했던 '박성신' 의 의도를 좌절과 절망으로 바꾸었다. '박성신' 은 연이어진 불행과 좌절의 요소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제자들을 가르치고 가창력 회복을 위한 호흡훈련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수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그 존재가치가 있다는 평소의 그녀 지론대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싶고, 자신의 보컬에 대해 인정받길 원했던 '박성신' 은 그 완성을 미처 못 이루고 대중의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8월 8일 떠나고 만다. 노래에 대한 그녀의 열정과 의지가 반영된 것이 이번 3집 앨범이다. 비록, 완벽하게 녹음하고 모든 것을 회복한 상태에서 완성한 노래들이 아닌, 미완성본이지만, 그녀의 애잔한 음색을 공감하는 것은 가능하다. 무엇보다 그녀의 음악에 대한 의지와 가치관을 이어받은 제자들의 참여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스토리다.
모두가 자유로웠으면 좋겠어요...이 말이 고인이 된 가수 '박성신' 의 마지막 유언이라고 한다. 얽매인 것에서 풀어지고, 자유롭게 살아가길 바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처럼 '박성신' 생애 마지막 3집 앨범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는 이제 완벽하게 자유롭게 된 가수 박성신이 지구에 와서 살아온 45년 시간의 감성과 가치와 의지와 바램들이 담겨져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