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정규 싱글 [남자라면] 리뷰 라면 먹고 들뜬 마음! 사랑을 부르는 '버즈' 의 "남자라면"
언제부턴가 라면이 사랑을 대변하기 시작했다. 영화 "봄날은 간다" 속 이영애의 대사가 재조명 되면서 시작된 라면과 사랑의 낯선 동행. 라면 먹고 갈래요? 에 담긴 사랑의 설렘이 야릇하고 감미롭다. '버즈' 는 봄맞이 새 싱글의 소재로 이 라면 사랑을 택했다. 뜬금없이 설레게 했던 말, 라면 먹고 갈래?, 파송송 계란탁, 사랑도 가득 이라는 가사가 멜로디보다 먼저 머리에 꽂힌다. 긴 공백 뒤의 컴백 이후 과거 '버즈' 의 음악 색을 접어두고 음악성에 집중해왔던 이들이기에 의아함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유쾌함을 넘어 유치함에 이르는 곡의 분위기에 너무 간 거 아냐? 라는 일감을 지울 수 없지만, 이런 곡의 특징이 의도된 것이라는 전언을 듣고 나니 거부감과 편견이 스르르 물러섰다.
가사가 유치하게 나와서 본인들도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는 문제의 싱글 [남자라면]. 기존에 해왔던 애절한 발라드나 진지한 모던록 스타일을 잠시 접어두고, 오로지 팬들에 집중한 싱글로 평할 수 있다. 뮤지션으로서의, 밴드로서의 욕심과 고집을 버리고, 팬들에게 봄에 어울리는 밝은 노래를 선물하자는 데 합의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은 깊이에 대한 주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진 '버즈' 의 현재 상태를 말해주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받았던 압박을 이겨내고 음악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곡에 맞춰 연주하는 '버즈' 의 무대가 보고 싶어진다. 살랑살랑 넘실대는 리듬에 맞춰 미소를 띠며 서로를 바라보고, 예쁜 입모양으로 코러스를 넣는 모습에 '버즈' 본인들도 팬들도 전에 없던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사운드는 아기자기 하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여러 악기들이 오밀조밀 예쁘게 어울려 있으며, 잔재미가 있고 즐거운 모양새를 띄고 있다. 60년대 영미권의 얌전한 로큰롤 밴드들을 느끼게 하며, 뚜비뚜바를 동반한 코러스와 각 악기별로 다채롭게 전개되는 자유로움에서 초기 R&B의 매력도 엿볼 수 있다. 키보드의 다양한 톤과 브라스 활용 등 사운드를 꼼꼼히 들어보면 편곡의 완성도도 돋보인다. "남자라면" 이 남자의 자격을 표현한 것이라면, 이성에게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 그것 외에 더 규정할 수 있는 남자의 자격이 있을까? 사랑 받는 밴드에서 사랑을 전하는 밴드로의 변화를 보여준 '버즈' 의 용기가 기특하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