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병호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
어느새 낙엽이 수북이 쌓인 마지막 가을의 거리에는 옷깃을 여미고 어깨를 움츠린 발걸음이 가득하다. 그렇게 또 한 번의 계절은 지나가고 앙상한 나뭇가지와 추위 속 입김을 녹이는 새하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겨울의 문턱에 서 있다.
1996년에 출시되었던 김현철 5집의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이 22년 만에 멀티 악기 연주자 권병호와 만났다. 2016년 권병호와 김현철의 콜라보 앨범 “청춘티켓여섯장”에 이은 두 번째 곡이기도 하다. 김현철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와 선율을 담은 새하얀 축복의 노래가 권병호의 하모니카와 기타리스트 김인집의 연주로, 두꺼운 외투 속 손난로처럼 따뜻하게 귓가에 울려 퍼진다. 해마다 돌아오는 추위를 이기는 것은 어쩌면 그날의 온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 거리에 내리는 차가운 눈에도 사랑과 축복을 느끼듯 아름다운 음악은 우리 언 몸과 마음을 녹인다.
기타리스트 김인집은 권병호의 모든 음반에 함께 해 온 막역한 음악적 동반자다. 그의 나지막하고 보드라운 나일론 기타(Nylon Guitar) 연주와 권병호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하모니카 소리를 들으며 잠시 눈이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던 풍경을 떠올려본다. 오랜만에 듣는 김현철의 노래가 이 두 사람과 만나 지난겨울과 오늘을 잇는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