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TB' [이중사고 (doublethink)]
2016년 10월 7일, ABTB의 1집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가 공개되었다. 그로부터 대략 1년 전, 각기 다른 밴드의 다섯 멤버 – 록 음악을 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공통점이 없는 - 가 한자리에 모였다. 처음에는 세상에 없는 정말 신기한 음악을 만들자고 했다. 그런데 정작 나온 음악들은 각 멤버의 음악적 취향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들이었다. 새롭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익숙지도 않은. 가수는 이름 따라간다고, 그야말로 'bodies'사이의 'attraction'을 찾아 헤매는 시간이었다. 나름 열심히 만들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비용 역시 적지 않게 들었다. 많은 이의 도움도 필요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은 그런 시간들을 인정해줬다. ABTB의 연습실 한편에는 '더 모노톤즈' 가 전해준 반쯤 부서진 티아라가 쓸데없이 무거운 상패와 함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다. 여전히 ABTB는 음악적 'attraction'을 찾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식을 좀 달리하기로 했다. 우선 밴드의 음악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어줄 사람을 찾았다. 밴드 '아이엠낫'의 베이시스트 양시온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밴드 활동 외에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를 넘나드는 프로듀서로도 활약하고 있었다. 그가 ABTB 음악의 외연을 넓혀줄 것이라 확신했다. 사실 좀 튕길 줄 알았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좀 놀랐다. 이체통장에 찍힌 금액을 보면 돈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굳이 물어보니 '강렬한 록 사운드를 만들어보고 싶어서'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 함께 작업한 두 곡의 노래 중 하나가 '이중사고'이다. 처음 샘플 음원을 만들었을 때는 꽤 블루지한 노래였는데, 프로듀서의 의견에 따라 덜 끈적끈적하게 연주하기로 했다. 여기에 기존 ABTB의 곡과 차별되는 색채를 띠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초대한 이들이 손지희와 이선경이다. 풍부한 성량으로 노래를 두텁게 만들어준 이들의 코러스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다.
'이중사고'는 다음에 공개할 싱글 '무임승차', 그리고 아직 녹음하지 않은 다른 곡과 연계되는 내용의 가사를 담고 있다. 노래 제목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신어(Newspeak), 'Doublethink'의 번역에서 따온 것이다. '한 사람이 두 가지 상반된 신념을 동시에 가지며, 그 두 가지 신념을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의미' 하는데, 가사의 화자는 자신에게 닥친 현실을 마지못해 인정하면서도 '사실이 아니라 다 내게 말해' 달라고 외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