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 [넌 행복해]
우선 나에게 음원 리뷰를 맡긴 밴드 '소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소란'은 그동안 발매했던 "미쳤나봐"같은 달달한 히트곡 넘버들과 재기발랄하다 못해 민망할 지경에 이르는 화려한 공연 진행으로 자신들만의 확고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고영배'의 탈홍대적인 입담과 시대를 역행하는 북유럽 댄스 퍼포먼스 등은 많은 이들에게 강하게 어필했다.
하지만 이런 부수적(이라고도 볼 수 있는)인 요소들에 의해서 밴드 '소란' 본연의 음악성과 깊은 감성들이 가려지게 되는 역효과 또한 발생했다고 나는 생각해왔고, 그것이 정말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 곡을 처음 만났을 때 많이 놀라고 반가워했던 것 같다. 이 노래에는 어떠한 재치 있는 표현도, 레크리에이션이 연상되는 화려한 편곡도 없지만 그냥 멜로디가 좋고, 기타 연주가 좋고, '고영배'의 목소리가 참 좋다. 나는 반가움 가득한 마음으로 이 노래의 가사를 썼고, 그래서 '10cm' 가사를 쓸 때와는 또 다른 종류의 감동과 보람을 느꼈다. 가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민망해서 못하겠고 내가 부르지 않을 남이 만든 노래에 가사를 작업해 붙여 본 것이 나는 처음인데, 최근에 내가 쓴 어떤 가사보다도 마음에 들고 만족스러웠다는 말 정도만 해두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이 곡이 자랑하는 세련된 감성과 '고영배'의 배려 없는 비주얼에서 오는 엄청난 괴리감에 대한 문제인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굴 없는 가수' 마케팅을 조심스레 추천한다. (작사가 : 권정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