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목해설>
1. 강남곡 - 김대성 작곡(2010 권은영의 거문고’ Love Story’ 위촉, 초연)
슬픔, 절망, 체념 그리고 아름다움...
이 곡을 연주할 때 나는 이런 정감에 빠져든다.
내일의 희망보다 오늘의 절망을 믿는다는 어느 시인의 글귀가 울음이 되어 거문고 울림으로 전율한다. 그리고 그 울음의 끝자락에는 고요함이, 평화가, 아름다움이 남는다.
작곡자의 해설을 옮긴다.
매창의 시 ‘탄금’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이 곡은 한금신보 ‘우조계면조 삭대엽-1’의 가락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마치 이별 후 매창이 거문고로 연주했음직한 가락이 한금신보의 이런 가락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하며 작곡을 했다.
이 곡은 이별의 아픔을 음악적으로 표현한 곡이다.
이곡의 제목인 ‘강남곡’은 매창의 시 ‘탄금’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문고로 속마음을 하소연해도 누가 가엾게 여기랴
만 가지 원한 천 가지 시름이 이 한 곡조에 들었다오
‘강남곡’을 다시 타는 동안 봄도 저물어 가는데
봄바람 맞으며 우는 짓일랑 차마 못하겠어라 (彈琴)
2. 청산-황의종 작곡/ 권은영 편곡
황의종의 청산은 원래 가야금 독주곡이다. 나는 청산 1악장의 단아하고 정갈한 선율에 매료되어 거문고로 연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이번 음반에서 청산 전 악장을 거문고로 편곡하여 연주하였다. 거문고의 진중하고, 술대의 힘과 각도에 따른 다양한 음색을 최대한 살려 다이내믹함 보다는 섬새하고 편안한 흐름에 치중하여 연주하였다.
3. 메멘토모리-백현주 작곡(2007 권은영의 거문고 ‘메멘토모리’ 위촉, 초연)
메멘토모리(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죽음’을 화두로 한 다양한 음악적 표현들을 해보고 싶어 기획한 2007년 독주회의 주제이다. 특별히 백현주 작곡의 메멘토 모리에 몰입되었는데 자칫 억지스러운 어울림이 되기 쉬운 거문고와 피아노의 앙상블이 절묘하게 조화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작곡자의 해설을 옮긴다.
인간의 일생을 사계절에 비유한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장에서는 다음의 주제(봄-움직임, 여름-아름다움, 가을-사색, 겨울-비장함, 그리고 봄-움직임)들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거문고의 음색과 피아노의 음색이 최대한 다양하게 표현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4. 귀천-정동희 작곡(2007 권은영의 거문고’ 메멘토모리 ‘ 위촉, 초연)
귀천은 2007 독주회 ‘메멘토모리’에서 초연한 곡이다. 천상병의 시 ‘귀천’ 전문이 작곡자의 곡목해설로 보내져 왔을 때 시와 음악의 괴리감으로 한동안 고민했었는데, 천상병의 생애를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음악을 해석하고 가슴으로 연주 할 수 있게 되었다.
천상병의 시 ‘귀천’ 전문을 옮긴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5. 아이소리-강봉천 작곡
전통의 선율들은 소중한 음악적 컨텐츠가 된다. 아이소리는 전통 민속음악인 꼭두각시를 테마로 하여 리듬과 선율을 다양하게 변화 시킨 곡이다. 현학적 신비로움으로 둘러싸여있는 악기인 거문고가 장난스럽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재미있다.
6. 내 구름 되거든 자네 바람 되게-황의종 작곡
이 곡은 시인이자 전 부산일보 사장인 김상훈의 시 ‘내 구름 되거든 자네 바람 되게’를 노래한 성악곡이다. 원래는 실내악 편성으로 된 곡인데 이번 음반에서 거문고와 성악으로만 구성하고 거문고 선율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 연주하였다. 느릿하고 한가롭게 흐르는 가운데 가사의 이면이 잘 표현된 곡으로 전통 가곡 풍으로 유장하게 흐르는 남창과 거문고의 절도 있고 단아한 선율의 조화가 품위 있다. 연주자와 감상자 모두를 편안하게 해주는 곡인 것 같다.
권은영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한국음악학과 교수. 부산거문고악회 대표
부산대학교 국악학과 학부와 대학원에서 거문고를 전공하였다. 거문고 연주자로 활동 하던중 음악이 길러지는 토양이 몹시 궁금하여 동아대학교 음악문화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전통음악은 평생을 두고 정진해야 하는 화두로 생각하고 여기에서 얻은 에너지로 오늘의 음악을 하고자 하며 다채로운 음악 현장 에서 그 생각을 실천해 가고 있다.
거문고 연주에서 음색을 가장 중요하게 다루며 심원한 거문고의 음색을 만들어 내는 힘의 원리를 체득해 가는 중이다.
현재 금정산 기슭 소나무가 보이는 모교의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우리 음악의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 하고 있다.
작곡자
황의종:부산대학교 예술대학 한국음악학과 교수
김대성:서울대 중앙대 출강
강봉천:부산대학교 출강
정동희:서울예술대학 초빙교수
백현주:부산교대, 동의대 출강
연주자
하정희(장구, 징)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부수석단원
이정은(가야금) :진주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이희재(성악) :국립부산국악원 준단원
김수민(거문고)Ⅱ:국립민속국악원 준단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