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제, 송준영, 김은영 [A FAREWELL TO AN UNKNOWN FRIEND]에 관한 아홉 개의 메모
1. 2011년,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첫 앨범 [비의 비가]를 발표했던 색소포니스트 손성제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 이 앨범에서 손성제는 다시 한 번 연주자의 자리로 되돌아 왔다.
2. 돌아온 색소포니스트 손성제의 이번 선택은 색소폰, 드럼, 피아노의 트리오. 그의 모교이기도 한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NEC 음대의 대학원을 거쳐, 보스턴의 클럽을 무대로 경험을 쌓은 젊은 연주자 두 사람, 드럼의 송준영, 피아노의 김은영과 손을 잡았다.
3. 이 세 사람은 반복되는 합주를 통한 공동 편곡의 과정을 거치며 자신들의 음악적 이미지를 구체화해 완성한 넘버들을, 다중녹음 방식을 철저히 배제한 스튜디오 라이브의 형식으로, 원테이크로 녹음했다.
4. 스튜디오 녹음부터 믹싱,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사운드 엔지니어 윤정오가 함께 작업했다.
5. 01 [NO ONE KNOWS HER] (김은영), 04 [A FAREWELL TO AN UNKNOWN FRIEND] (손성제), 05 [OSLO] (송준영), 08 [LOVER] (손성제)로 이어지는, 각자의 자작곡을 연주한 오리저널 넘버에서는, 기타와 베이스를 과감히 생략한, 이 변칙적 편성의 트리오가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점의 단서들을 일관된 정서로 표현한다.
6. 그 정서를, 낯선 청춘 최규용은 ‘각 악기들이 서로 경청하면서도 거리감을 유지하게 하는 여백을 바탕으로 한 어울림’, ‘고독한 어울림’이라고 지적했다.
7. 앨범의 나머지 절반을 채우는 02 [DREAM], 03 [RAIN], 04 [IT’S A LONESOME OLD TOWN], 07 [BESAME MUCHO]는 한 시대 전의 대중가요의 정서에 대한 이들 나름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가 과거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현대적인 것일 수 있으며, 우리의 정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는 의미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8. 이 커버곡들은 흘러간 시대를 수놓았던 대중가요의 대표곡들로, - 02 [꿈속의 사랑], 03 [어제 내린 비], 04 [밤안개] - 원곡들의 본질적인 정서를 충실히 재현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들 트리오가 들려 주는 연주는 엄연히 현대적인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만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고, 이 중 02와 04 두 곡은, 사실은, 애초부터 외국의 곡을 커버했던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9. 세 사람이 함께 만든, 이 앨범의 마지막 곡 [TIME]은 6, 7에서 언급한 이 트리오의 음악적 개성을 담은 오리지널 넘버이기도 하면서, 박인희의 노래로도 잘 알려진 1950년대의 가요 [세월이 가면]의 테마를 색소폰이 인용하는 부분에서, 7, 8에서 다룬 이 앨범의 또 하나의 테마를 잊지 않고 한 번 더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마무리를 장식하기에 걸맞은 상징성을 내포한 곡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