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록의 자존심’ 블랙홀, 새 앨범 ‘호프(Hope)’로 컴백
‘대한민국 록 음악의 자존심’ 밴드 블랙홀이 9년 만에 새로운 앨범으로 돌아온다. 블랙홀은 이달 말 신보 ‘호프(Hope)’를 발매하며 활동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블랙홀은 한국 헤비메탈 음악의 태동기인 지난 1985년에 결성돼 지금까지 정규 앨범 8장과 베스트 앨범, 싱글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특히 블랙홀은 당대에 함께 활동한 시나위, 백두산, 부활 등 주요 밴드들과는 달리 단 한 번도 공백기 없이 지속적인 활동을 펼쳐온 한국 록음악사의 유일한 밴드이기도 하다. 현재 리더 주상균(보컬,기타), 정병희(베이스), 이원재(기타), 이관욱(드럼) 등 현재 멤버들 역시 대부분 20년 이상 무대에서 호흡을 맞춰온 베테랑들이다.
지난 1989년 첫 정규 앨범 ‘미러클(Miracle)’을 발매한 블랙홀은 수록곡 ‘깊은 밤의 서정곡’으로 록밴드로서는 이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모으며 밴드의 이름을 세간에 각인시켰다. 1990년 정규 2집 ‘서바이브(Survive)’로 1집보다 보다 더 강렬한 록 사운드를 들려준 블랙홀은 1994년 멜로디와 스피드를 강조한 정규 3집 ‘블랙홀(Blackhole)’에 이어 1995년 한국록의 역사에서 명반으로 평가받는 정규 4집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로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하게 다진다. 4집을 통해 블랙홀은 5ㆍ18 광주민주화운동, 동학농민운동 등 한국사에서 벌어진 중요한 사건과 각종 사회적인 부조리를 훑으며 한국적인 록음악의 새로운 틀을 제시했다. 1996년 정규 5집 ‘시티 라이프 스토리(City Life Story)’ 또한 도시의 어두운 면과 희망을 진지하게 다룬 역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98년 정규 6집 ‘더 웨이(The Way)’, 2000년 정규 7집 ‘세븐 사인스(Seven Signs)’로 꾸준히 앨범 활동을 이어가던 블랙홀은 2005년 정규 8집 ‘히어로(Hero)’로 제3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앨범상, 최우수 록 싱글상을 수상하며 녹슬지 않은 음악적 역량을 과시했다.
이번 앨범엔 ‘괜찮아 일어나’, ‘진격의 망령’,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단기 4252년 3월 1일’, ‘유니버스(Universe)’ 등 신곡 5곡과 ‘라이어(Liar)’, ‘이시아이시(E.C.I.C)’, ‘더 프레스 디 프레스(The Press Depress)’, ‘사랑한다면’ 등 과거 싱글로 먼저 공개한 4곡을 포함해 총 9곡이 담겨 있다. 주상균은 “이번 앨범의 가장 큰 음악적 변화는 곡들을 함축적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라며 “연주를 결코 질질 끌지 않고도 짧은 시간에 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집약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괜찮아 일어나’는 3집의 수록곡 ‘날 그리는 바다’를 연상케 하는 몽환적인 기타 연주와 블랙홀 특유의 서정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진격의 망령’은 블랙홀의 대표곡 ‘야간비행’을 연상케 하는 스피드와 강렬한 연주를 들려주는 곡으로 사회비판적인 가사와 유려한 멜로디가 돋보인다. ‘단기 4252년 3월 1일’은 동학농민운동을 다룬 2집의 ‘녹두꽃 필 때에’와 4집의 ‘잊혀진 전쟁’의 연장선상에 놓인 곡으로 3ㆍ1 운동을 재조명하는 가사가 눈길을 끈다. ‘유니버스(Universe)’는 기존의 블랙홀의 음악에선 들을 수 없었던 전자음을 전면에 내세운 곡으로 블랙홀의 음악적 변신을 알리고 있다. ‘그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는 블랙홀이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곡으로 지난해 11월 50여 명의 팬들이 함께 코러스 녹음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주상균은 “앨범의 곡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니 ‘희망’이라는 공통적인 주제로 엮여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성실하게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고 노래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블랙홀은 오는 3월 29일 오후 7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벌일 예정이다. 주상균은 “이번 콘서트는 무대ㆍ관객ㆍ연주만으로 구성됐던 그간의 블랙홀의 콘서트에서 벗어나 다양한 조명, 동영상 등을 활용하는 종합적인 무대 연출을 시도할 계획”이라며 “최근 들어 헤비메탈 신이 많이 위축돼 있는데, 위축된 신을 우리가 나서서 다시 키워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