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주목하는 젊은 고음악 앙상블 “콩코르디 무지치”
2집 [핸델 텔레만 바흐] 앨범 발매
CONCORDI MUSICI [HÄNDEL • TELEMANN • BACH]
유럽이 주목하는 젊은 고음악 앙상블 “콩코르디 무지치”의 독일 음악 여행
몬트리올 리코더 콩쿠르 우승자 권민석의
목가적인 연주가 중심이 되는 헨델, 텔레만, 바흐의 음악
몬트리올 리코더 콩쿠르 우승자로, 돌아오는 26일 2012 금호아트홀 라이징 스타에 선정되어 내한 공연을 갖는 권민석의 고음악앙상블 “콩코르디 무지치”의 2집 앨범 [HÄNDEL • TELEMANN • BACH]가 오디오가이 레이블에 의해 발매되었다. 콩코르디 무지치는 2009년 리코더 연주자 권민석과 하프시코드 연주자 Edoardo Valorz의 주도하에 창단되어 네덜란드 헤이그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유럽 고음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젊은 고음악 단체이다. 소규모 실내악에서 대편성 칸타타와 협주곡까지 바로크 시대의 거의 모든 레퍼토리를 아우르는 콩코르디 무지치는 화려하고 정열적인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과 리코더 협주곡을 조명한 첫번째 앨범 [Scarlatti - Mancini – Vivaldi]를 발매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2집 앨범 [HÄNDEL - TELEMANN - BACH]는 리코더, 하프시코드, 바로크기타, 바순의 구성으로 바로크시대의 독일 음악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음악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자신들의 전통과 균형 있게 조화시킨 독일음악. 그 중에서도 리코더가 중심이 되거나 콩코르디 무지치의 악기 구성으로 효과적 재현이 가능한 음악들이 선별되었다. 리코더 연주자로 누구보다도 많은 리코더 음악을 남긴 “텔레만”의 다이내믹이 극대화된 C장조 소나타, 특유의 유머와 재치,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헨델”의 D단조 소나타, “바흐”가 맏아들 빌헬름 프리데만(Wilhelm Friedemann Bach)을 위해 쓴 오르간을 위한 작품을 리코더와 하프시코드로 새롭게 연주한 BWV 529 등이 수록되어 있다. 젊은 고음악 앙상블 “콩코르디 무지치”가 들려주는 이와 같은 음악은 바로크시대, 독일만의 아름다운 정취와 우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문의 오디오가이 734-3348)
음악 해설
바로크시대에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음악은 전 유럽의 흐름을 주도하던 양대 산맥과도 같은 존재였지만, 정작 두 나라의 음악은 대립적인 관계였다. 반면 독일의 음악가들은 당시 음악계를 주도하던 이탈리아와 프랑스 음악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자신들의 전통과 균형 있게 조화시켜 나갔다. 앞의 두 나라와는 달리 타국의 음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독일의 음악은 이후 더 큰 발전을 이루었다. 대부분의 리코더 소나타가 쓰인 1690~1740년의 독일의 리코더 소나타에도 이러한 흔적들은 여실히 드러난다. 그 흐름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바로 텔레만, 헨델, 그리고 바흐였다.
그 중에서도 텔레만은 누구보다도 많은 리코더 음악을 남겼다. 텔레만 자신이 뛰어난 리코더 연주가였던 만큼, 그의 리코더 작품들에는 작곡가의 악기에 대한 해박함이 엿보이고, 연주가들의 편의를 고려한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텔레만은 소나타, 협주곡, 모음곡, 칸타타, 오페라 등 거의 대부분의 장르에 리코더를 등장시켰을 만큼 이 악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텔레만의 주요 리코더 소나타들은 크게 'Der Getreue Music-Meister(1728~29)' 와 'Essercizii Musici(1739~40)' 에 수록된 작품들로, 독주, 트리오 소나타 등이 수록된 이 작품집에는 그의 독창성이 가득하다. 여기에 수록된 C장조 소나타의 경우 1악장에서 통상적이지 않은 템포변화(Adagio-Allegro-Adagio-Allegro)를 보여주면서 다이내믹을 극대화했는데, 이는 코렐리의 교회 소나타(Sonata da Chiesa)를 통해 당시 관습처럼 적용된 소나타의 전개(slow-fast-slow-fast)를 첫 악장에서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F단조 소나타는 원래 바순을 위한 작품이지만, 텔레만 본인 또한 리코더로도 연주할 수 있다고 악보 상에 자필로 설명했다. 당시 베이스 음자리표는 프랑스의 바이올린 음자리표와 같았기 때문에 텔레만 시대의 리코더 연주가들에게는 전혀 문제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이 음반에서는 3악장을 바순으로 연주하면서 두 악기의 공존 가능성을 보여준다. 텔레만의 소나티나 a단조는 함부르크에서 출판된 'Neue Sonatinen(1731~32)'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소나티나집은 바이올린, 트라베르소 플루트, 리코더, 바순 등을 위한 여섯 개의 소나티나로 구성되어 있고, 리코더를 위한 작품은 2번과 5번 두 곡이 있다. a 단조 소나티나는 리코더와 바순, 첼로 중에서 선택해서 연주할 수 있도록 지시되어 있는데, 콩코르디 무지치는 이 곡을 바순으로 연주했고, 윗성부는 함부르크에서 발견된 악보를, 콘티누오 악보는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드레스덴에서 발견된 악보를 활용했다. 이 작품은 텔레만이 이탈리아나 프랑스뿐만 아니라 폴란드 음악의 영향을 받은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헨델은 총 여섯 곡의 리코더 소나타를 남겼고, 이 곡들은 다양한 악기들을 위한 독주 작품집 Op.1 에 수록되어 있다. 헨델은 영국으로 귀화하기 전 1706~1709년 사이에 이탈리아에 머물면서 활동했는데, 당시의 경험은 이후 영국에서 출판된 그의 작품들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그는 코렐리와 스카를라티 등을 통해 이탈리아의 음악 형식을 받아들이면서 더욱 발전적인 음악을 만들었다. 헨델의 소나타는 다른 독일 작곡가들의 작품과는 달리 특유의 유머와 재치, 그리고,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인다. 리코더 소나타 몇 곡의 서두에는 ‘리코더와 쳄발로를 위한’ 이라는 지시가 있지만, 존 월시(John Walsh)가 영국에서 출판한 악보에는 쳄발로뿐만 아니라 저음 현악기도 콘티누오로 추가하고 있다. D단조의 소나타는 다른 소나타들과는 달리 7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곡의 흐름 또한 극적인 성격을 띤 부분이 많다. 당시 이 곡은 트라베르소 플루트로 연주하기 위해 B단조로 출판되기도 했다. 텔레만이나 헨델에 비해 바흐는 안타깝게도 그의 생애에 걸쳐 뛰어난 리코더 연주가들을 거의 곁에 두지 못한 것 같다. 이런 탓에 그의 리코더 독주 작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그나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과 4번, 그리고 20여곡의 칸타타에서나 조금 발견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당대의 작품들은 특정 악기를 위해 지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고, 지정되어 있다 해도 원곡을 다른 악기로 연주하는 것은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종종 다른 악기들로 연주되기도 했다. 그의 트리오 소나타 BWV 525-530은 맏아들 빌헬름 프리데만(Wilhelm Friedemann Bach)을 위해 쓴 곡으로 원곡은 오르간을 위한 작품이다. 오르간의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페달을 세 개의 독립된 선율로 구분하면서 정해진 이 제목은 다른 악기들로 대체해서 연주되는 대표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이 음반에 수록된 G장조 BWV 529의 경우 두 개의 윗선율을 리코더와 하프시코드가, 페달의 역할은 바순이 맡아서 연주했다. 콩코르디 무지치는 이번 음반에서 바로크 바순뿐만 아니라 바로크 기타를 텔레만의 소나티나 a단조와 소나타 C장조, 헨델 소나타 d 단조에서 콘티누오로 활용했다. 이는 당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오페라에서 헨델과 텔레만이 각각 바로크 기타를 포함시켰고, 당시 헨델이 활동하던 영국에서 바로크 기타가 상당히 인기를 누렸던 점에 기인한다. 또한, 텔레만이 활동했던 함부르크에서 유명한 류트 제작가였던 요하임 틸케(Joachim Tielke)가 기타를 다수 만들었다는 점 또한 콩코르디 무지치가 이번 앨범에서 바로크 기타를 콘티누오로 활용한 근거이기도 하다.
박광준 (음악칼럼니스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