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건 트리오의 첫 앨범 [The Best Is Yet To Be]
소년의 감수성과 거침없는 야성,
어느 신인 재즈 밴드의 건강한 도발
- 김현준(재즈비평가) -
이명건(p), 오재영(b), 김건영(d)으로 이루어진 이명건 트리오는 2008년 가을부터 클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한 이명건은 현재 활동 중인 한국의 피아니스트들 중 가장 강렬한 타건을 지닌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오재영과 김건영 또한 어느 자리에서든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는 연주자들이다. 이명건 트리오는 제1회 맥(MAC) 재즈 콩쿨(2010년) 단체부문 3위에 올랐고, 제5회 자라섬 국제 재즈 콩쿨(2011년)에서 ‘심사위원 특별상(Special Jury Prize)’과 ‘베스트 솔로이스트(Best Soloist)’를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겨울의 이미지로 가득한 이명건 트리오의 첫 앨범 [The Best Is Yet To Be]에는 멤버들의 창작곡을 중심으로 한 9곡이 수록돼 있다. 베이스와 피아노가 포근한 주제를 반복하며 서두를 장식하는 ‘눈사람’과, 순간의 폭발이 효과적으로 내재된 라틴 발라드 ‘The Angel Blues’는 앨범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린다. 이들의 진취적인 면모를 대변하는 ‘Outcry’는 패닉의 1995년 히트곡을 매혹적으로 재해석한 ‘달팽이’와 트로트 멜로디를 차용한 ‘Is This A Real Life?’ 와 함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여기에서 드러난 이명건 트리오의 핵심 정서는 다름 아닌 ‘야성’이다. 그리고 그 야성은 ‘건강하고도 도발적인 고집’에 기인한다. 이명건 트리오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앨범의 곡들이 구상적이란 점도 같은 맥락이다. ‘Good Morning, Snowfalls’를 듣다 보면 쏟아지는 눈발이 선하다.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이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고(‘I Know Who You Are’), 미련은 화사했던 과거의 추억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Memories Of A Christmas’).
[The Best Is Yet To Be]는 무엇보다 연주 그 자체에서 가장 큰 미덕을 지닌다. 쉴 틈을 주지 않고 이어지는 솔로와 그 집요한 흐름 속에 펄펄 살아 숨쉬듯 넘치는 에너지는 이내 듣는 이의 ‘몸’을 휘어잡는다. 이명건 트리오의 음악은 이른바 ‘날 것’의 이미지를 구축한 채 과도한 서사를 거부한다. 만약 이 당돌함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재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불필요하게 관념적이었던 탓이다. 소년의 풋풋한 감성과 거침없는 야성으로 가득 한 이 앨범은 젊은 신인 밴드가 재즈계에 내놓은 의욕적인 출사표다.
01 이명건 트리오
이명건 트리오는 2008년 가을부터 클럽 무대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피아니스트 이명건과 베이시스트 오재영, 드러머 김건영으로 이루어진 이들은 각자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면서 공동작업을 통해 이 트리오의 레퍼토리를 확대해 왔다. 서울예술대학을 졸업한 이명건은 한국의 피아니스트들 중 가장 강렬한 타건을 지닌 연주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 받으며 한국 재즈의 미래를 짊어진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오재영과 김건영 또한 안정적인 음악성을 바탕으로 어느 자리에서든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내는 믿음직한 연주자들이다. 2011년 12월에 발표된 이명건 트리오의 첫 앨범 [The Best Is Yet To Be]에는 멤버들의 창작곡을 중심으로 한 9곡이 수록돼 있다. 소년의 풋풋한 감성과 거침없는 야성으로 가득 한 이 앨범은, 탄탄한 팀워크를 갖춘 젊은 밴드가 재즈계에 의욕적으로 내놓는 출사표다. 이명건 트리오는 2010년 제1회 맥(MAC) 재즈 콩쿨에서 단체부문 3위에 올랐으며, 2011년 제5회 자라섬 국제 재즈 콩쿨(5th Jarasum International Jazz Concours)에서 ‘심사위원 특별상(Special Jury Prize)’과 ‘베스트 솔로이스트(Best Soloist)’를 수상했다.
02 라이너 노트
[The Best Is Yet To Be]는 겨울의 이미지로 가득하다. 겨울이란 모든 것이 정지한 듯 보이면서도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점철된 계절이다. 꽁꽁 얼어붙은 수면 밑에서는 차갑지만 맑은 물줄기가 쉼 없이 흐르고, 그 흐름은 때가 되면 가장 먼저 시간의 변화를 알리는 전령이 된다. 베이스와 피아노가 포근한 주제를 반복하며 서두를 장식하는 ‘눈사람’과, 평이해 보이면서도 순간의 폭발이 효과적으로 내재돼 있는 라틴 발라드 ‘The Angel Blues’는 성공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앨범의 시작을 알린다. 아직도 소년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인상과 함께 청년기의 거침없는 행보가 그려진다고나 할까.
앞서 거론한 ‘Outcry’는 이명건 트리오의 진취적인 면모를 대변한다. 또한 이 곡은 패닉의 1995년 히트곡을 재해석한 ‘달팽이’와 ‘Is This A Real Life?’ 등과 함께 앨범 구성상 몇 번의 클라이맥스를 이룬다. 이 곡들을 통해 드러난 이명건 트리오의 핵심 정서는 다름 아닌 ‘야성’이다.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 ‘의식적인 절제’는 미덕이라기보다 불필요한 페르소나에 불과할 때가 많다. 아울러, 자신이 믿는 가치를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 일은 대개 옹골찬 고집이나 무모한 치기, 둘 중 하나다. 이명건 트리오는 어떠한가.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한 이 트리오의 음악은 ‘건강하고도 도발적인 고집’ 덕에 가능했다.
이명건 트리오는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잰 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앨범에 실린 곡들이 대부분 구상적이란 점도 같은 맥락이다. ‘Good Morning, Snowfalls’를 듣다 보면 제목이 뜻하는 것처럼 쏟아지는 눈발이 선하다. 이들의 서정은 때로 ‘촌스럽게’ 느껴질 만큼 직설적이고 명료하다. 마음에서 떠나보내지 못한 이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고(‘I Know Who You Are’), 미련은 화사했던 과거의 추억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한다(‘Memories Of A Christmas’). 여느 트로트 가요에서 착안했을 법한 모티프의 ‘Is This A Real Life?’는 일견 발랄하고 가벼운 손길에서 비롯된 듯하지만 곱씹어볼수록 자조(自嘲)에 더 가깝게 다가온다.
[The Best Is Yet To Be]는 무엇보다 연주 그 자체에서 가장 큰 미덕을 지닌다. 쉴 틈을 주지 않고 이어지는 솔로와 그 집요한 흐름 속에 펄펄 살아 숨쉬듯 넘치는 에너지는 이내 듣는 이의 ‘몸’을 휘어잡는다. 그리고 근년 들어 우리 음악인들의 연주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던 강인함을 선사하기에 이른다. 시각에 따라 연주와 프로듀싱 모두에서 거칠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오히려 나는 이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명건 트리오의 음악은 이른바 ‘날 것’의 이미지를 구축한 채 과도한 서사를 거부한다. 만약 이 당돌함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재즈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불필요하게 관념적이었던 탓이다.
- 김현준(재즈비평가, EBS 스페이스 공감 기획위원, 월간 재즈피플 편집위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