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마리아...
영화의 무대가 되는 한국, 일본, 필리핀에는 다양한 직업과 역사를 지닌 많은 여성들이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들 중에서 주부(가사 노동자), 성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위안부 등으로 불리는 여성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메라는 12명의 주인공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그녀들은 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그들의 일상은 제각기 달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한 가지 공통점인 ‘몸과 노동’으로 국경을 넘어 서로 연결되고 있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몸’이라는 주제로 연결되고 있을까? 카메라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다 보면, 그 곳에서 여성의 신체는 노동의 수단 또는 상품 그 자체가 됨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의 필요에 따라 오염된 몸으로 치부되기도 하며, 그리하여 도덕적인 잣대로 함부로 재단되기도 한다.
즉, <레드마리아>는 추상적 여성상의 이미지로서 순결한 백색 마리아의 허상을 거부하고 가장 낮은 곳에서 글로벌 자본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현실 여성들의 신체를 솔직한 시선으로 기록한 영화이며, 여성과 노동의 관점에서 ‘열심히 일 한다’는 것에 숨겨진 사회적 의미에 대해 영상작업을 통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온 독립다큐멘터리 장르의 대표적 여성감독 경순의 2011년 작품 이다.
또한, 레드마리아 OST는 그녀와 세편의 독립다큐멘터리 영화에서 영화음악작업을 함께해온 음악 감독 이지은의 작품으로 레게와 발라드, 일렉트로닉과 포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짧고 쓸쓸한 인트로 ‘타임머신’속으로 들어가면 만나는 타이틀곡 ‘레드마리아’는 경쾌한 레게리듬과 강허달림의 시원하고도 허스키한 보컬의 조우가 돋보인다.
따뜻한 기타연주곡 ‘편지’, 이어지는 두 번째 보컬 곡 ‘하루’는 레드마리아 여주인공들의 서로 다르지만 잇닿아 있는 삶의 모습처럼 주제가인 ‘레드마리아’와 같은 가사를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곡으로, 두 노래를 통해 영화의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작곡가의 디테일한 의도가 잘 나타나는 곡이다.
글로벌자본주의를 풍자한 ‘capitalism'과 아시아 여성들의 아침준비 장면이 교차되는 ’morning'을 거쳐 짧은 엔딩 ‘turning point' 이 세곡은 아시아 3개국을 표본으로 들여다본 모든 레드마리아들의 현실에 희망의 전환점이 되어줄 그런 미래를 나지막이 노래하는듯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