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Side A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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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2:55 | ||||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매년 일정 비율로 태어나는지 음악의 아이들은 계속 나타난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누구도 강요하지 않지만 비밀스런 자기만의 윤리를 지키고 살아간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누구나 좋아하지만, 누구나 집안에 들여놓고 싶어 하진 않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이 직업은 세계 어디에 가도 알아보는 전지구적 연줄을 자랑한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엄청난 어려움에도 위대하고 아름다운 교향곡들을 남겨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이 직업은 가장 오래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생겨날 것이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곳에 음악이 사용되어도 모든 계획에 음악이 고려되진 않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일이 그렇듯 이 직업에도 어려움이 있지만 마냥 즐겁게만 본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일이 그렇듯, 이 직업에도 사명이 있지만 마냥 무책임하게 본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무수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시간은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음악가의 시간들은 돈으로 계산되지 않지만 엄격한 미소는 요구된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도 완전히 가격이 매겨지진 않을 것이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오랜 어려움에도 살아온 살아있는 화석이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현대인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야생지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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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 3:33 | ||||
그는 밤의 가로수 길을 따라 걷고 있었지,
그 곳이 큰 길의 도로변인 줄도 모른 채. 겨우 올라탄 좌석버스 안의 내게 다가와 술 취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지. “원래가 서울이 고향이신지?” 그는 오래 전 헤어진 한 사람 얘길 꺼냈지. 그녀의 고향이 나의 고향과 같다면서. 사실 그 곳은 나의 고향과 아무 상관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곳에! 그 곳에 가면 정말로, 그는 그녀가 들려주었던 가로수 길 얘길 했지. 같이 가보기 전에 헤어진 사람. 사실 그 곳은 나의 고향과 아무 상관없는데, 그의 목소리는 이미 그 곳에. 그러나 생각해보니, 나는 오래 전 그 도시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지. 커다란 가로수가 양쪽으로 펼쳐진. 순간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그 곳이 나의 고향인 듯 말했지. 그 곳에 가면 정말로, 커다란 가로수들이, 길을 따라 아름답게 펼쳐져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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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 3:02 | ||||
벌써 또 다시 월요일이군요.
다른 사람이 될 시간을 좀 주세요. 매일 매일 당신은 문을 열고 “다른 사람이 되었는가?” 햇볕이라도 좀 쬐면 나아질지도 몰라요. 혹시 나아지지 않아도 아무 말 없이 보아줄 순 없나요? 또 월요일이군요. 꿈을 꿀 시간을 좀 더 주세요. 매일 매일 당신은 문을 열고 “꿈은 충분히 꾸지 않았나?” 다른 일들의 계산은 어떤지 모르지만 마음의 덧셈 뺄셈은 달라도 완전히 다르단 걸 아나요? 하나가 더뎌 보여도 어느새 셋이 되어 있곤 하죠. 순조롭기만 하다가도 한 걸음 조차 움직일 수 없는 게 바로 인생이니, 꿈을 꿀 시간을 좀 더 주세요. 매일 매일 당신은 문을 열고 꿈은 충분히 꾸지 않았나? 다른 일들의 계산은 어떤지 모르지만 마음의 덧셈 뺄셈은 달라도 완전히 다르단 걸 아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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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3:23 | ||||
어느 밤 작은 카페에 뮤즈가 다녀갔고,
몇몇 사람들은 그걸 기억하고 있지. “누가 연주를 했길래?” “뭘 연주를 했길래?” “아냐,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어.” 어느 순간 모두의 마음속으로. 모든 이들 나름의 연주 속으로. 낮이 되자 사람들은 그 느낌을 얘기했지만 뭐라 말로 표현하긴 힘들지. 카페의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그런 밤이 다시 오길 기다리지. 인생의 정말 좋은 것들은 억지로 부를 수는 없는 법. 우리는 뮤즈를 부를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각자의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날 음악이 우릴 행복하게 하는 밤 뮤즈가 다녀갔다는 걸 알 수 있을 뿐. 어느 밤 작은 카페에 뮤즈가 다녀갔고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뭐라 그럴까? 무얼 연주했길래? 누가 연주를 했길래? 아냐,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어. 카페의 사람들은 술잔을 기울이며 그런 밤이 다시 오길 기다리지. 인생의 정말 좋은 것들은 억지로 부를 수는 없는 법. 우리는 뮤즈를 부를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각자의 할 일을 하다 보면, 어느 날 음악이 우릴 행복하게 하는 밤 뮤즈가 다녀갔다는 걸 알 수 있을 뿐. 어느 밤 작은 카페에 뮤즈가 다녀갔고 몇몇 사람들은 그걸 기억하고 있지. “누가 연주를 했길래?” “뭘 연주를 했길래?” “아냐, 그런 건 아무 상관없었어.” 어느 순간 모두의 마음속으로! 모든 이들 나름의 연주 속으로! 어느 날 음악이 우릴 행복하게 하는 밤, 뮤즈가 다녀간 흔적이 남을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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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3:27 | ||||
나는 버스에서 기타를 메고 가는 나를 보았지.
그냥 머리만 조금 길 뿐 철 지난 옷차림, 전혀 뮤지션처럼 보이지 않는 가방을 메고. 약속 시간에 맞춰 허둥지둥 집을 빠져나온 듯 관심 없는 일도 해야 하는 또 다른 일주일 가사들이 적힌 수첩이라도 없었다면 21세기에 실려 가는 수많은 사람의 한 사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 나는 계속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지. 세상에 노래가 그렇게 많은데도 나의 짧은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르지. 인생에는 가끔 어떤 순간에 시간이 온통 멈춰버린 듯, 세상의 문이 어딘가로 열린 듯 모든 게 선명해지지. 노래는 부풀어 오르고, 잊혀진 것들이 살짝 날아오르지. 난 버스에서 기타를 멘 나의 옆자리에 앉았지. 뭔가 다른 생각에 깊이 잠겨있는지 지난 겨울사이 흥얼거림을 잊었는지 아주 많은 듯한 사람들 속을 가는 작은 한 사람. 작은 한 사람. 작은 한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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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c 1 / Side B | ||||||
1. |
| 4:39 | ||||
그가 들판에 나간 건 마음이 어지러워서였는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지. 풀과 하늘과 바람이 있었지만 노래는 떠오르지 않았고. 도시에서는 그래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었는데 어느 날 벽에 가로막혔고, 글과 노래야 쓸 수는 있었지만 마음은 아니라고 말하고. 그러나 그 때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있었지. 들판에서는 사람들이 흩어져 일을 하고 있었고 모두 다 아름다워 보였지. 그의 마음과 주머니 속 수첩만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러나 그 때에도 인생은 계속되고 있었고 그리고 그 때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있었지 저녁이 다시 찾아왔고 가만히 방에 누워, 창 밖을 차츰 물들이는 어둠을 바라보다, 삶의 귀퉁이 한쪽을 적어보다 어느새 잠들었나. 인생이 여행일 때 모든 건 여행기로 변하고 남겨도 되고 그냥 가도 되는. 그의 노래와 주머니 속 수첩만이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러나 그 때에도 새들은 노래하고 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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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 3:29 | ||||
씬 너로부터 모든 고민이 시작되지.
너를 생각하면 바로 옆 뮤지션의 연주가 아름답질 않고 질투나기 시작하지. 씬 너에게 인정받으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지. 너는 아주 작지만 너로부터의 인정은 길가의 수많은 사람들의 인정보다 중요한 것처럼 보이니까. 씬 그래서 너는 가끔 세상의 전부인 듯 보이지. 만일 어딜 가서 나와 비슷한 연주자가 있다면 가서 반갑게 악수를 청했을 거야. 지금처럼 못들은 척 하질 않고. 씬 너로부터 모든 고민이 시작되지. 너는 이미 충분한 작업에 군더더길 붙이게 하지. 너만 아니었다면 좀 더 모든 게 뚜렷하게 보일 텐데. 씬 내가 너에 대한 노래를 이렇게 부르는 이유는, 넌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조용히 목소리를 낮춘 채, 모든 걸 음악의 문제로 돌려둔 채 뒤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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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 3:51 | ||||
파란 하늘이었지.
위에서 내려다 본 건지 아래서 올려다 본 건지 모를 그런 하늘 위로 구름이 흩어져있고. 음악가는 잔디에 누워, 방금 들려온 노래는 어디서 들었던 걸까? 가만히 잠결을 떠다니던 그 노래는. 그는 그 음악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가 만든 노래는 그를 보고 있었지. 과거인지 미래인지 모를 아득한 저편에서. 사람들은 뉴스에서 우주선의 발사를 보았지. 많은 인류의 유산들과 함께 그의 음악도 실렸지. 어딘가에 존재할 지 모를 그 곳에 보낼 메시지와 함께, 행성들의 궤도를 돌아 멀리멀리 보냈지. 그는 이미 늙어 사라졌고 음악만이 멀리 날아갔지.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에 컴컴한 그 공간까지. 어느 작은 행성 위로. 음악가는 잔디에 누워 방금 들은 노래는 꿈에서 들었던 걸까? 가만히 누워 하늘을 바라다보고. 그의 음악은 저 위 그가 30년 전 먼저 온 행성에 푸른 하늘 위로 말없이 날아가고 음 음. 음 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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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2:34 | ||||
사람들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하라 그러는데,
가끔 자기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때도 있잖아, 그래서 한 번 어디로 가나 보니 여기로 흘러온 거예요. 사람들은 당신이 왜 이걸 하고 있지, 하고 말하는데 따지고 보면 이게 원래의 나였는지 누가 알까요. 누구나 만일 인생에 가지 않은 길이 있다면 언젠가 그 길을 다른 곳에서 가게 되고, 그러기 전까지 우린 인생의 어린 아이죠. 아 이게 나였구나, 내가 여기서 흐르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하라 그러는데, 가끔 자기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를 때도 있잖아, 그래서 한 번 어디로 가나 보니 여기로 흘러온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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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 3:48 | ||||
음악가의 밭은 하늘에 있어
누구도 빼앗을 수 없었네. 그러나 그 밭도 오래 전에는 땅 위의 밭과 하나였었지. 씨앗을 뿌린 이에게 밭이 주는 건 무한히 너그러워 보였고, 그래서 매일매일 밭에 갈 때에 조심스럽게 정성을 들였지. 음악이란 것도 한 줌의 말들에 풍성한 노래를 가져다주니, 그래설까? 밭의 사람들에겐 음악의 밭이 따로 없었네. 어느 날 그 밭을 찾아온 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제안을 했고, 오랫동안 밭과 살아온 사람은 어디로 갈 지 막막하였네. 마지막 남은 밭에 가격이 매겨질 때 오랫동안 밭을 지켜온 사람은 한줌의 땅을 몰래 소매에 숨겨 하늘에다 감춰두었네.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진 시대에 계속해서 노래가 찾아드는 건 땅 위의 밭은 원래 너그럽다는 야생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네. 오래 전 밭을 닮은 노랠 따라가 잊혀진 마음을 찾아가라 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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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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