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창 <길 (Remastered)>
어느 순간부터 우리 머릿속엔 '포크(Folk)'라는 개념이 희박해졌다. 음악의 원시성과 독창성이 가득한 이 무궁무진한 천연자원이 대체에너지(?)의 개발로 한순간에 무너지게 된 것이다. 포크에 잡다한 소음을 넣어 '전자음악'이 태동했고, 복잡한 리듬을 가미해 R&B와 같은 대체에너지가 탄생했다. 그래서 포크는 '단순하고 진부한' 음악의 범주에 갇혀 있었고, 여전히 그들만의 문화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포크만큼 사람을 위한 음악도 드물다. 둔탁한 손가락으로 튕기는 인간적인 기타 선율의 맛을 느끼고 가슴으로 노래하는 그 소박한 운율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살아 있는 생명력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싱어송라이터 신재창>
음악이 좋아서라는 단순한 단어 하나로 삶의 지표를 삼고 음악을 통해서 가슴속 깊은 내면과 삶의 고뇌를 그려내는 가수 신재창.
시대적 흐름에도 자신만의 진솔한 이야기를 투박하고 담백한 가사와 쉬운 멜로디로 순수 포크를 지향하는 신재창은 1집 앨범 “길”에서 포크의 맥을 잇는 가수이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담아 선보인다.
신재창은 고집스럽게 포크의 맥을 이어가며 우리의 삶과 사랑을 노래해 왔다. 대학시절 고전기타 동아리와 록밴드 활동을 시작으로 어쿠스틱 밴드 '귀뚜라미', ‘신재창 밴드’, ‘늘푸른나무’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고, 지금까지 꾸준히 포크의 맥을 잇는 그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질문과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로 포크라는 장르를 굳건하게 지켜오고 있다.
그의 첫 독집인 1집 “길”에서는 삶의 고뇌와 여정을 통해 어쩔 수 없이 동반되는 외로움, 사랑, 이별, 아픔 등을 노래로 그려낸다.
'길‘이라는 노래에서는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의 길을 걷기 때문에 때론 웃기도 때론 울기도 때론 후회하기도 하는 자화상을 노래하며, '산'이라는 노래에서는 삶의 목표도 중요하지만 지금 이순간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이 진정 행복임을 노래하고, ‘매미’, ‘귀뚜라미’에서는 소시민적인 삶일지라도 꿈을 꾸고 살자는 무언의 메시지를 노래한다. 그리고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미안해’, ’사랑해서’를 통해 진솔한 가슴속 이야기를 전해주며, 마지막으로 힘찬 멜로디로 정말 다시 일어나고픈 충동을 느끼게 만드는 '다시 일어나'에서는 멋진 모습을 상상하며 변화되기를 꿈꾸지만, 매번 마음 만 앞설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모습에 실망해서 주저 앉아 있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도록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음악엔 각종 매체를 통해 수없이 흘러나오는 후크송처럼 강렬한 멜로디도, 감각적 세대를 흥분시킬 자극적인 가사도 없다. 하지만 나지막한 음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감성의 물결은 듣는 이로 하여금 계속 귀를 기울이게 만들며 들을수록 깊이를 느끼게 만든다.
신재창의 이번 음반은 정통포크의 존재감조차 희미해진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음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과연 이 세대에도 아직 진정성을 가진 뮤지션이 살아있음을, 그리고 풍요로우나 빈곤한 밀레니엄 감성세대를 촉촉한 단비로 적셔줄 포크가 숨쉬고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신재창의 노래들이 비록 더디고 오래 걸릴지라도 많은 대중들의 입을 통해 불려지고 알려지길 바래본다.
칼럼니스트 박수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