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리코더 콩쿠르 우승자 권민석이 이끄는 고음악 앙상블 "콩코르디 무지치"의 첫 앨범
2009년 몬트리올 국제 리코더 콩쿠르에서 1위에 입상한 리코디스트 권민석의 첫 앨범이 발매되었다. 비발디, 스카를라티, 만시니의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을 리코더가 이끄는 앙상블로 연주한 이 앨범은 국내에서 쉽게 들을 수 없었던 형태의 바로크 음악임에 틀림없다.
이 음반에 수록된 비발디, 스카를라티, 만치니의 작품들은 18세기 당시, 베네치아와 나폴리에서 가장 사랑받고 즐겨 연주되던 음악들 중 일부이다. 두 도시는 모두 이탈리아의 가장 큰 항구도시들이자 당대 음악활동의 중심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한편, 서로를 대표하는 음악작품들의 내용은 각각 지중해의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지리적 분위기만큼이나 그 모습을 달리한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와 북동부 유럽을 잇는 교두보였으며, 비잔틴, 무슬림 제국과도 오랜 기간 교류해 왔다. 다른 문화권과의 교류는 도시에 다양한 색채감과 생기를 불어넣었고, 그러한 이 도시가 당시에 가지던 특징들을 가장 잘 나타내는 작곡가라면 단연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일 것이다.
비발디의 작품들은 시종일관 창의력이 번뜩이고, 표정이 풍부하며, 재기가 넘친다. 음반에 수록된 다장조 협주곡, 라장조 협주곡, 그리고 사단조 협주곡 역시, 리코더 이외에 바이올린, 바순, 첼로 등이 협주악기로 등장하며 다채로운 표정들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렇듯 다양한 악기군의 조합은, 비발디가 근무하던 피에타 수도원에 각종 악기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소녀 연주자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협주곡들은 악기 구성상 합주현악 앙상블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트리오 소나타와 비슷해 보이지만, 연주자들에게 비루투오적 기량을 요구하는 독주 패시지의 등장, 그리고 합주부분과 독주부분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점에서, 후기 협주곡 이전에 실험적으로 쓰여진 소규모 협주곡[chamber concerto]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사단조 협주곡(RV 104)은 후에 암스테르담에서 현악앙상블과 통주저음이 함께하는 플룻 협주곡(RV 439)으로 편곡되어 출판되기도 하였다.
사단조 협주곡 '밤'('La Notte', RV 104)은 비발디의 풍부한 상상력과 표현력을 가장 잘 보여준다. 1악장에서 유니슨으로 조용히 밤을 열고, 2악장에는 유령(Fantasmi)이 등장한다. 4악장에 잠시 휴식(Il Sonno)이 찾아오고, 5악장에 이르며 칠흙의 긴 밤을 마무리한다. 자필본에 의하면, 라장조 협주곡(RV 92)의 악기 구성은 'Flauto, Violino, Fagotto o Violoncello'로 표기되어 있다. 비발디의 자필보에서는 통주저음 표시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나 이는 관습적인 생략으로 이해되며, 본 녹음에서는 하프시코드와 첼로가 통주저음을 연주하였다. 하프시코드가 베이스 선율을 중복함으로써 합주부분과 독주부분의 대비를 강조할 수 있으며 화성적 입체감을 더하게 된다. Flauto는 보통 알토 리코더를 의미하는데, 라장조 협주곡의 녹음에 일반적인 F alto가 아닌 G alto 리코더를 사용한 데에는 나름의 타당한 근거가 존재한다. 이 곡에서는, 비발디의 다른 리코더 협주곡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던 최고음에서의 f#''이 기보되어 있고, c#''이 강박에서 수차례 나타난다. 또한 이탈리아에서는 내경이 원통형에서 원추형으로 변한 G alto 리코더를 초기 바로크 시대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용하였다는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비발디가 원추형의 G alto 리코더를 염두에 두고 이 곡을 썼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더불어 2악장에서는 첼로 파트에 직접 명시한 붓점 리듬[Inégal]이 나타나며 이는 프랑스 음악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기타 협주곡 라장조는 오늘날 현대 기타 연주자들에 의해 가장 즐겨 연주되는 곡들 중 하나일 것이다. 원곡은 'Concerto in Re per Due Violini, Liuto e Basso Continuo'(두 대의 바이올린, 류트 그리고 통주저음을 위한 협주곡)으로 표기되어 있고, 비올라 성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당시 '류트'는 현을 뜯어서 연주하는 발현악기를 통칭하는 말이었으며, 본 녹음에서는 작품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된 바로크 기타를 사용하였다. 바로크 시대 나폴리의 음악은 네오폴리탄 악파의 선구자라 할 수 있는 알렉산드로 스카를라티(1660 -1725)로 대표된다고 볼 수 있다. 로마와 팔레르모에서 음악 수업을 받은 스카를라티는 오페라와 칸타타 작품으로 유명하며, 본 음반에 수록된 가단조 소나타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의 기악음악 중 하나이다. 이 작품에서는, 현악 앙상블을 위한 다른 합주 협주곡에서 곧잘 드러나는 특징인 fugato와 반음계적 진행이 두드러진다.
스카를라티 사후, 나폴리 궁정 작곡가의 직위는 프란체스코 만치니(1672 - 1737)가 차지하게 된다. 만치니의 가단조 소나타는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스카를라티의 작품세계와 많은 면에서 유사성을 보이지만, 반면, 극적인 화성변화와 아름다운 선율성 등 그 특유의 개성 역시 뚜렷하게 드러난다. 성부간의 경쾌한 모방을 보이는 1악장과 리듬의 대비가 돋보이는 2악장, 그리고 대위법적으로 정교하게 짜여진 3악장이 차례로 이어지다, 아름다운 칸타빌레 선율의 4악장을 지나 스페인 풍의 춤곡으로 곡을 마친다. 이 곡이 포함된 '리코더를 위한 열두 개의 솔로 모음집'은 1724년 런던에서 출판되었으며 이는, 점차 그 수요가 줄어들던 유럽 대륙과 달리 리코더가 '신사의 악기'로 대우 받으며 인기를 끌던, 당시 런던의 음악 환경을 잘 보여주는 좋은 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