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치, 미성년 연애사 (美成年 戀愛史)
입술은 빨갛게, 사랑은 뜨겁게, 인생은 즐겁게
스토리텔러가 되고 싶은 "사랑의 기타리스트", 조정치
영화는 주성치, 야구는 왕정치, 기타는 조정치?!
조정치는 강산에, 한영애, 윤종신, 뜨거운 감자 등 유명 아티스트의 앨범에 참여하고 투어 세션으로 활약하던 기타리스트다. 최근 윤종신의 6월 월간 싱글인 "치과에서(feat. 조정치)"에 참여하기도 했다. 거친 록 음악을 선보이는 밴드 "그린 치즈"에서도 그의 포지션은 기타이며, 눈 앞에 흔들어 대는 것이 기타 줄인지 머리채인지 분간이 안가는 메탈 밴드 "파고다"에서도 (분노의) 기타를 매고 있다. 소속 음반사인 롤리팝 뮤직에서도 항상 이야기하던 기타와의 동격시에 그는 마치 기타 솔로 앨범이나 교본 집이라도 낼 기세였지만 나온 결과물은 재미있게도 어쿠스틱이 기반인 싱어송라이터 앨범이다. 옛날 식으로 AC/DC를 꿈꾸는 록키드가 "사실은 나 듀란 듀란(Duran Duran) 좋아하는데" 고백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어쨌든.
미성년 연애사 (美成年 戀愛史)
펼치고 보니 조정치는 조용하고 감성적이다.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삼겹살에 소주잔 기울인 남자들의, 커피 리필 갈아가며 속닥대는 여자들의 연애 뒷담화를 바탕으로, 연인들의 말다툼과 개인적 외로움 등을 솔직한 가사로 담고 있다. 모든 노래는 그가 설정한 어떤 장면에서 출발한다. 주목할 트랙은 제목이 곧 설명이 되는 타이틀 곡, "사랑은 한잔이 소주". "답 없는 인생, 어차피 모두 같은 점수, 오늘 하루 행복이 숙제"라는 후렴구와 유쾌한 진행은 가요적 센스의 ABC를 발휘하며 세련된 (성인의) 후크 송을 만들어내고 있다. 실제 연인인 정인과의 맛깔 나는 듀엣이 인상적인 "마성의 여인"은 남자를 등쳐먹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코믹하게 담아내었다. (정인은 이 앨범의 레코딩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불륜을 미화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전 트랙 중 구성에 가장 심열을 기울인 챔버팝 스타일의 "Waltz for Sue(축복받지 못해도 우리는 연인)"도 강력 추천한다.
그 외 남녀의 괴리에 대한 "너와 난"(세상이 무너져도 바뀔 수가 없는걸, 서로의 생각), 남녀의 입장에서 각자 쓰여진 연애충고 "다시 만나라"와 "늙은 언니의 충고"(쥐 잡아 먹었냐고 공격해도 입맞춤 받는 건 새빨간 입술)도 인상적이다. 그리움과 작별에 대한 "잘 지내", "달려가", 싱어송라이터 오소영이 코러스로 참여한 Folk Singer, 연주 곡인 "안부" 등 애틋함이 담긴 트랙도 물론 자리한다.
조정치식 인생예찬
앨범이 다 플레이 되니 기타리스트는 어디로 가고 여름 밤, 대청마루에 앉은 목 늘어진 셔츠의 옆집 총각이 있다. 머리를 긁적이며 느릿한 말투로 소주 한잔을 건넨다. 이 앨범은 인생을 "소주처럼 값싸고 독한 것"이라 정의 내리는 그의 독설이자 인생 예찬이다. 무엇이든 만나보고 가보고, 눈치보지 않고 온 몸이 비비 꼬이는 사랑노래를 써보라고 기타리스트는 말한다. 입술은 빨갛게, 사랑은 뜨겁게, 인생은 즐겁게! 그리고 또 한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