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 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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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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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님 당신은 ♠
나에게서 당신을 빼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가난뱅이 여인 나에게 당신을 옷 입히면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는 궁전의 여인 하느님 아무래도 당신은 기적의 신입니다 보이지 않는 당신이 순간마다 내 안에 살아오시니 내가 감히 당신을 사랑하다니 당신은 물입니까 당신은 불입니까 당신은 바랍입니까 사랑하는 자에게만 사랑으로 탄생하는 사랑의 신이시여 가장 짧은 말로 가장 깊게 기도를 바치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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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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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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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 3:17 | ||||
♠ 바람의 시 ♠
바람이 부네 내 혼에 불을 놓으며 부네 영원을 약속하던 그대의 푸른 목소리도 바람으로 감겨오네 바다 안에 탄생한 내 이름을 부르며 내 목에 감기는 바람 이승의 빛과 어둠 사이를 오늘도 바람이 부네 당신을 몰랐다면 너무 막막해서 내가 떠났을 세상 이 마을에 적막한 불을 붙이며 바람이 부네 그대가 바람이어서 나도 바람이 되는 기쁨 꿈을 꾸네 바람으로 길을 가네 바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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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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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 2:52 | ||||
♠ 기 도 ♠
오늘은 가장 깊고 낮은 목소리로 당신을 부르게 해 주소서 더 많은 이들을 위해 당신을 떠나 보내야 했던 마리아의 비통한 가슴에 꽂힌 한자리의 어둠으로 흐느끼게 하소서 배신의 죄를 슬피 울던 베드로의 절절한 통곡처럼 나도 당신 앞에 겸허한 어둠으로 엎드리게 하소서 죽음의 쓴잔을 마셔 죽음보다 강해진 사랑의 주인이여 당신을 닮지 않고는 내가 감히 사랑한다고 뽐내지 말게 하소서 당신을 사랑 했기에 더 깊이 절망 했던 어둠과 함께 오늘은 돌무덤에 갇힌 한 점 칙칙한 어둠이게 하소서 빛이신 당신과 함께 잠들어 당신과 함께 깨어날 한 점 눈부신 어둠이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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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
| 3:21 | ||||
♠ 편 지 ♠ - 어머니에게
어제를 보내고 돌아와 닫혀진 창을 열면 순백의 옷을 입고 오는 정결한 아침 어머니 때로는 슬픔이 기다리는 좁은 돌층계를 기쁘게 오르다가 갑갑하게 돌아와 부른 나의 노래가 한숨일지라도 진정 오랜날 하늘을 안고 깊은 마음 밭에 물을 뿌리게 한 신앙은 또 하나의 목숨이었습니다 한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짧은 여정을 위해 얼마나 성스럽게 짐을 꾸려야 할지 그 한분의 큰 손이 나의 어께를 치셨습니다 부르시는 소리에 옷깃을 여미며 처음인 듯 새롭게 가득히 안아 보는 은혜로운 했살 어머니 일출의 바다는 또한 일몰의 바다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님이 오실 그 바다에서 당신을 마나겠지요 질푸른 파도같은 노래를 태우며 가야 할 아침들이 기도에 젖어 늘 깨어 있었으면 합니다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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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 3:02 | ||||
♠ 다 리 ♠
이미 건너간 사람은 건너지 못한 사람의 슬픔쯤 이내 잊어버리겠지 어차피 건너야 할 것이기 저마다 바쁜 걸음 뛰고 있는 것일까 살아가자면 언제이고 차례가 온다 따뜻한 염원의 강은 넌지시 일러 주었네 어둔 밤 길게 누워 별을 혜다가 문득 생각난 듯 먼 강기슭의 나를 향해 큰 기침하는 다리 고단했던 하루를 펴서 다림질한다 보채는 순례객을 잠 재우는 꿈의 다리 저 편엔 나를 기다리는 너의 깊은 그림자가 누워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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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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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 2:53 | ||||
♠ 순례자의 기도 ♠
저무는 11월에 한 장 낙엽이 바람에 업혀 가듯 그렇게 조용히 떠나가게 하소서. 그 이름 사랑이신 주여! 사랑하는 이에게도 더러는 잊혀지는 시간을 서러워하지 않는 마음을 주소서. 길에서 만난 이들은 모두가 손님일 뿐 아무도 내 최후의 행방(行方)을 묻는 주인(主人) 될 수 없음을 알아듣게 하소서. 그 이름 빛이신 주여! 한 점 흰 구름 하늘에 실려 가듯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향(向)해 흘러가게 하소서. 해 저문 가을 들녘에 말없이 엎디어 있는 볏단처럼 죽어서야 다시 사는 영원의 의미를 깨우치게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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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
| 2:23 | ||||
♠ 누군가 내 안에서 ♠
누군가 내 안에서 기침을 하고 있다 겨울나무처럼 쓸쓸하고 정직한 한 사람이 서 있다 그는 목 쉰 채로 나를 부르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못 해 하늘만 보는 막막함이여 내가 그를 외롭게 한 것일까 그가 나를 아프게 한 것일까 겸허한 그 사람은 내 안에서 기침을 계속하고 나는 더욱 할 말이 없어지는 막막함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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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 3:07 | ||||
♠ 가을노래 ♠
가을엔 물이 되고 싶어요 소리를 내면 비어오는 사랑한다는 말을 흐르며 속삭이는 물이 되고 싶어요 가을엔 바람이고 싶어요 서걱이는 풀잎의 이마를 쓰다듬다 깔깔되는 꽃 웃음에 취해도 보는 연한 바람으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풀벌레이고 싶어요 별빛을 등에 업고 푸른 목청 뽑아 노래하는 숨은 풀벌레로 살고 싶어요 가을엔 감이 되고 싶어요 가지 끝에 매달린 그리움 익혀 당신의 것으로 바쳐드리는 불을 먹은 감이 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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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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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
| 2:44 | ||||
♠ 봄 아침 ♠
창틈으로 쏟아진 천상 햇살의 눈부신 색실 타래 하얀 손 위에 무지개로 흔들릴 때 눈물로 빚어 내는 영혼의 맑은 가락 바람에 헝클어진 빛의 올을 정성껏 빗질하는 당신의 손이 노을을 쓸어 내는 아침입니다 초라해도 봄이 오는 나의 안뜰에 당신을 모시면 기쁨 터뜨리는 매화 꽃망울 문신(文身) 같은 그리움을 이 가슴에 찍어 논 당신은 이상한 나라의 주인 지울 수 없는 슬픔도 당신 앞엔 축복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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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
| 3:37 | ||||
♠ 진달래 ♠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눕는 우리들의 지병(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 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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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
| 49:13 | ||||
♠ 피 묻은 님들이여 ♠
-순교복자들에게 보이지 않아도 나날이 미더웁고 나날이 친숙해 온 피 묻은 님들이여 목숨을 걸고 사랑 한 죄로 칼을 받아야 했던 피묻은 얼굴들이 태양이 되어 아직도 그 빛 안에 우리가 살고 있음이여 어둠과 비애의 폭풍이 잦아 갈수록 슬퍼진 땅에 살기 위에 죽어서 우리도 묻혀야 할 이 그리운 땅에 지금은 얼굴을 묻고 귀 먹고 눈 도 멀어 열리지 않은 가슴을 통곡하다 지쳐버린 후예일지라도 남겨주신 그 신앙 생명의 피로 아픔을 씻고 또 다시 희망속에 웃고 싶음이여 피 묻은 님들이 있어 더욱 확연히 트인 하나의 길로 영원히 살고 싶음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