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선 김월하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담긴 휘한 자료
일찍이 나는 월하 김덕순 여사의 예술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 바 있다.
"명주실을 풀 듯 끊이지 않는 성조, 금쟁반에 옥을 굴리는 듯한 맑고 단아한 성색"
<Br>
6.25 피난과 위궤양은 월하 여사를 시조와의 인연으로 인도하였다. 우연히 부산 구덕 수원지에
놀러 갔다가 알게 된 현포 김태영 선생은 당시 이름난 금객이며 시조창에도 능했는데, 바로 그를 통해 30이 넘은
늦깎이 여자 가객으로서 첫발을 내딛게 된다. 이어서 두봉 이병성과 소남 아주환 등 당대 최고의 사범들을 통해 정가를
익힌 월하 여사의 학습은 가위 일취월장이었다. 시조창의 모든 갈래를 모두 꿰뚤었을 뿐만 아니라 가곡, 가사, 시창 등
정가(正歌)의 모든 분야에 능통했던 월하 여사는 1969년 한국국악협회 시조분과위원장에 선임되고, 1970년에는 전국시우단체 총연합회
회장에 추대되더니, 마침내 1973년에는 전통 예능인의 최고 영예인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여창가곡 예능보유자에 지정되었다.
월하 여사의 후진 양성을 위한 염원으로 1991년 설립된 재단법인 월하문화재단은 정가(正歌)를 비롯한 전통음악연주회 개최, 정가 전공의 우수한
신인들의 발표 무대인 신인정가발표회 개최, 정가의 학술적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연구논문집 발간, 정가의 대중화를 위한 특별강습회 등을 통해
정가 인구의 저변확대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이번에 그 사업의 일환으로 2005년 월하 여사 서거 10주기를 맞이하여 월하 여사의 유음(遺音)을
5장의 CD에 한데 묶어 내게 되었다. <BR><BR>여기에는 월하 여사의 여창가곡(女唱歌曲) 한바탕 15곡과 시조(時調) 14곡, 가사(歌詞) 5곡,
시창(時唱) 3곡이 실려 있고, 특히 최근에 새로 발견되었다는 평시조 `한양팔경가`의 음원도 실려 있으며, 각각의 악보, 시조시(時調詩)의
주석 등 상세한 해설서까지 함께 싣고 있어서 매우 큰 가치를 지닌 자료가 될 것이다.<BR><BR>
<B>심신(心身)을 정화(精華) 시켜주는 맑은 노래, 정가(正歌)<BR><BR>
정악, 정가로 분류되는 음악은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절제하여 포현하는 반면, 속악, 속가는 희로애락의 감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음악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속가에는 판소리, 잡가, 민요, 병창, 입창 등이 있고, 정가에는 가곡, 가사, 시조가 있다. <BR>오늘날 정가로 분류되는
곡들이 갖는 공통점을 몇가지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BR><BR>첫째, 그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라는 점이다. <BR>둘째, 노랫말의 모음을
길게 풀어서 노래한다는 점이다. 흔히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고 하면 노래할 때 노랫소리는 길게 뽑더라도 말은 짧게 하여 말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것인데, 판소리, 민요 등 다른 성악 장르와 달리 정가에서는 모음을 길게 풀어서 발음하게 된다.<BR>셋째, 정가는 시조시나 가사, 한시 등 운율적인
문학작품을 노랫말로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정가는 한결같이 감정을 절제하는 음악에 속하며 명상적이고 관조적인 장르라 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