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이자람밴드'는 이자람(목소리, 기타)을 주축으로 이민기(기타, 얼굴마담2), 생선(드럼, 얼굴마담1), 곰(드럼, 몸마담), 병성(천재베이스), 이향하(곰의 여곰, 퍼커션) 등이 모여 있는 포크록 밴드다. 2004년에 결성되어 5년 남짓한 짧지 않은 활동 기간을 거쳤기 때문에 '슬픈 노래'나 '비가 축축' 같은 노래는 클럽 빵을 중심으로 한 독립음악판에 자주 드나든 사람에게는 꽤나 익숙한 편이다. 특히 실력 있는 판소리꾼이기도 한 이자람의 가창력은 이미 홍대 인근에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보컬들이 질투하는 보컬리스트인 것. 본인들은 스스로를 독립음악판에서 가장 과대평가되었다며 평가절하하곤 하지만, 어쨌든 이미 적잖은 지지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의 이름을 걸고 공식적으로 이뤄진 녹음은 빵 컴필레이션 앨범에 수록된 한 곡 밖에 없었다. 이자람 개인으로는 이미 '미인' OST에 참여한 바 있지만 그것도 세션이었을 뿐, 자기가 만든 노래들은 여태껏 대중 앞에 내밀지 않았던 것이다. 주변 동료 뮤지션들이 "내가 도와줄 테니 제발 음반 좀 녹음하지 그래?"라며 끊임없이 권장해도 때로는 소심해서, 때로는 귀찮아서 거절하곤 돌아섰던 그들이 드디어 음반을 발매하게 되었다.
지독하게 게으르기로 유명한 그들이 바른생활 청춘으로 거듭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이 함께 하기로 한 붕가붕가레코드가 비바람을 무릅쓰고 삼고초려라도 한 것일까? 혹은 비로소 자기 노래를 대중들에게 선 보일 준비가 된 것일까? 정확한 까닭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이제 이들의 이름을 건 첫 번째 음반이 나온다. 이것이 붕가붕가레코드 수공업소형음반의 11번째 시리즈, 아마도이자람밴드의 『슬픈 노래』.
누군가에겐 기다려 왔던 뉴스일 수 있고 누군가에겐 이건 듣도 보도 못한 것일 수 있는 본 음반 발매에 맞춰 이번 음반의 제작자인 눈뜨고코베인 밴드의 보컬 깜악귀에게 아마도이자람밴드와 이번 음반에 대해 물었다.
제작자 깜악귀의 입으로 듣는, 아마도이자람밴드
아마도이자람밴드라... 내가 아는 한에서 얘기해달라고? 그래. 어디서부터 시작할까? 1996년에 이자람이 처음 홍대 앞 클럽 태권브이를 찾았던 것? 그때부터 이자람이 독립음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할 수 있지. 특히 1998년에는 홍대앞 밥집 이스크라에서 여러 음악인들과 교류했다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잠시 생각하다) 그래, 메아리. 아는 사람은 아는 이야기지만 이자람은 대학 시절 노래패인 메아리의 멤버였지. 그녀가 처음 제대로 된 밴드를 한 건 거기 있던 친구들과 함께 '장난양'이라는 훵키 블루스 밴드를 결성하여 활동하면서 부터였어. (기침) 이 때 이자람이 재니스 조플린이나 아니 디프랑코 같은 심상치 않은 자의식을 가진 여성 보컬들의 노래들을 불렀다는 것은 이때를 지켜본 이들 밖에는 모를 걸?
그러나 좋은 시절은 언젠가는 가는 것이고, 나름 좋은 반응의 밴드도 이런저런 문제로 활동이 끝나는 것이고. (먼 산) 그런데 그 사이 그녀와 같이 밴드를 하던 친구인 슬프니, 목말라는 나랑 만나 눈뜨고코베인 밴드의 멤버가 되어 홍대로 진출한 거야. 한 마디로 나는 그녀 주변의 동료들을 빼앗아 대학에서 홍대로 진출한 것이고. 그녀만 남겨놓고서는 말이야. 그렇게 이자람은 동료 없이 혼자 남게 된 건데,
아 물론, 엄밀하게 말해 그녀가 혼자 남았다고 보기는 어려워. 당시 이자람에게는 자기 노래가 한 두 곡 있었으니까. 사실 이번 음반의 타이틀 곡이라는 '슬픈 노래'도 역시 이때부터 있던 노래였던 것이고. 자기 친구들, 그러니까 전에 자기랑 밴드 했던 애들이 홍대에서 활동하는 것을 보며 그녀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잠시 침묵) 좌우간 그녀도 어느덧 마음을 먹고 "나도 홍대에서 내 노래를 할 거야" 군집에 합류하게 된 거야.
그게 2002년 쯤이었을 텐데, 다른 애들 안 따라가고 야인으로 남아 있던 옛날 밴드 멤버 이기타와 함께 '이자람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클럽 빵, 그때는 이대 후문 근처에 있었는데, 거기서 활동을 시작했어. 그리고 2003년에는 이기타가 대학 시절의 후배인 이민기로 바뀌고, 이때부터 이민기와는 지금까지 계속 같이 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는 이름을 정했는데, 그때까지는 이름 없이 활동하고 있었던 거지. 그렇게 이름 없이 있었는데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연락이 왔다지? 이름을 알려달라고. 그래서 대답을 했단 말야. "글쎄요. 아마도 이자람밴드 정도?" 근데 이게 그대로 이름이 된 거지. 본인들이야 어감이 좋아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 친구들이 좀 게을러야 말이지. (웃음) 생d이라는 친구가 드럼으로 합류하고, 생선이 잠깐 외국에 나간 사이 곰이라는 친구가 드럼을 쳤고, 이 친구가 군대 간 다음에는 다시 생선이 돌아 왔고, 그리고 베이시스트 강병성이 합류해서 지금과 같은 라인업을 갖추게 됐지. 최근에는 '곰의 여곰'이라는 이향하가 퍼커션을 거들고 있다고 하더라.복잡하지? 원래 밴드 오래 하는 와중에 군대에 유학 문제 끼면 이렇게 복잡할 수밖에 없는 거야.
이러다가 이번에 앨범을 내게 된 건데, 붕가붕가레코드랑 같이 하게 됐다면서 나를 찾아오더라고. 사실 아마도이자람밴드와 붕가붕가레코드의 인연도 짧지 않아. 아마도이자람밴드도 없고 붕가붕가레코드도 없던 시절, 붕가붕가레코드의 모태가 된 전천후 엔터테인먼트 집단 '붕가붕가중창단'에 이자람이 지원했다 "노래를 너무 잘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던 적이 있는 거지. 중창단 애들이 건방진 척하지만 사실은 미안해서 그랬던 건데, 요근래 와서 뭔가 잘 풀리니까 이제는 서로 같이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나 보지? 결국 다시 만나게 됐네 그래.
이렇게 얘기하면서 나한테 음반 제작을 맡긴 거 아니겠어? 내가 이자람한테서 동료들을 앗아간 사람인데 말야. (고개를 절레절레) 참 아이러니하지? 사실 요새는 옛날에 이자람프로젝트를 했던 이기타랑 '기타트윈스'라는 걸 하고 있거든. 다음 차례는 지금 밴드 멤버들이 될 지도 모르는 거지. (웃음)
이 정도면 됐지? 음반 얘기도 더 해달라고? 그건 들어보면 알잖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밴드가 지금 갖고 있는 거랑 할 수 있는 게 들어 있는 거고. 포크록하는 밴드니 포크록이겠고, 네 곡 들어 가 있고. 어쨌든 나쁘진 않은 것만은 확실해. 엔지니어인 흰설 씨도 나랑 함께 애써줬으니 음반 소리도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그녀의 목소리, 누군가가 "이자람의 목소리라면 내 남자라도 기꺼이 바꾸겠다"라던데, 듣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 내 주게 될 거야. 이렇게 말하면 너무 광고하는 거 같나? (웃음) 뭐, 알았어. 이제는 정말로 끝내자고.
구술 / 깜악귀 (눈뜨고코베인), 채록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출처 : 붕가붕가레코드 홈페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