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여섯 번째 이야기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 이지형과 오지은이 함께한 '소리벽'입니다.
최소한의 악기로 풀어낸 '소리벽'은 사람과 사람 사이, 혹은 사람과 세상 사이의 소통과 관련한 노래입니다.
사실 '소리벽'은 이지형이 토이 '뜨거운 안녕' 활동과 솔로 2집 "Spectrum"의 계획으로 한창 무르익던 1월초 태국 여행길에서 처음 들었던 곡입니다. 남녀가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곡인데, 앨범에 담기에는 조금 색깔이 맞지 않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을 했었던 것이 기억나네요. 완성된 노래를 듣는 순간 갑자기 당시 태국 여행길에 매일 아침 들렸던 호텔 수영장 옆 레스토랑이 떠올랐습니다. 부티크란 말에 걸맞게 알록달록 예쁜 색깔의 장식과 소파로 채워졌지만, 언제나 인적이 드물었던 곳. 따뜻하고 여유가 있지만 무심한 외로움이 엄습하던 그 시간, 한국에 두고 온 또 다른 자아는 눈이 내리는 쌀쌀한 날씨에 바쁘고 또 외롭게 골목을 거닐어 가고 있었겠죠. 같은 시간을 살아도 곁에 있는 사람, 환경, 소통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유약한 외로움을 표현한 곡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 대중음악상 수상과 토이 타이틀 곡을 부른 객원 가수라는 이력이 말해주듯 남다른 음악적 행보를 보여 온 이지형의 작사, 작곡으로 만들어진 '소리벽'에서 그는 자신의 곡에 처음으로 다른 아티스트의 목소리를 초대했습니다. 자주 제작으로 수천 장의 음반 판매고를 올린 신화와 함께 홍대 씬의 여왕이라 불리고 있는 오지은 역시 처음으로 자신의 곡이 아닌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 보컬로만 참여했습니다. '유리벽'은 기타, 작사, 작곡, 코러스 이지형, 메인 보컬 오지은, 공동 편곡 노리플라이 정욱재의 라인업으로 완성된 곡입니다. 다소 독한 이미지로 알려진 오지은의 여성스런 섬세함 매력이 무엇보다 눈에 띄네요.
이지형과 오지은의 새로운 발견을 만날 수 있는 '소리벽'은 요즘 같이 따뜻함을 갈구하게 되는 쓸쓸하고 어두운 날씨에 배경음악으로 어울리는 곡 같습니다.
* 이지형과 오지은 소개
이지형
토이 6집 타이틀곡 '뜨거운 안녕'으로 알려졌지만 사실 10대의 어린 시절부터 위퍼(Weeper)의 보컬 겸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다. 위퍼 해체 후 오랜 기간 세션활동을 펼치다 2006년 자체 제작한 솔로 데뷔 앨범 "Radio Dayz"를 발표, 한국 대중음악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최다 부분 노미네이트 및 남자가수상 수상) 이 시대의 대표적인 젊은 싱어송라이터라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개인적이고 소소한 느낌을 담은 어쿠스틱 사운드의 소품집 "Coffee & Tea"를 1,000장 한정으로 발매, 출시와 동시에 솔드아웃을 기록하기도 했다. 많은 선배 아티스트들로부터 웰 메이드 가요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대표적인 젊은 아티스트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는 이지형은 2008년 아티스트로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관심을 기울인 2집 앨범 "Spectrum"을 발표하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오지은
2006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헤븐리라는 팀으로 동상을 받은 후 전곡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스하고 스스로 기획 제작한 자신의 데뷔앨범 "지은"을 발표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 싱어송라이터. 앨범 기획하면서 그 제작과정을 웹에 연재하여 앨범 발매 전 '선 판매'라는 방식으로 제작 분량의 20%를 판매, 그 금액으로 앨범을 제작하는 신선한 시도로 주목 받았다. 20대 여성의 사랑과 고민, 생활이 담긴 솔직하고 공감 가는 가사를 독특하고 흡입력 있는 보컬로 노래하며 자신만의 색과 감성을 구축해나가고 있는 오지은은 현재 2집 앨범을 준비 중이다.
* 일곱 번째 이야기
: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 _ 더 캔버스 + 허민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의 일곱 번째 이야기는 훵키하면서도 레트로한 사운드를 추구하는 남성 4인조 밴드 더 캔버스(The Canvas)와 탄탄한 음악성과 단아한 외모가 돋보이는 여성 싱어송라이터 허민이 호흡을 맞춘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입니다.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은 "남과 여... 그리고 이야기" 수록곡 중 가장 밝은 업템포의 직설적인 내용을 담은 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면 왠지 과거 015B의 히트곡 '아주 오래된 연인들'이 떠오릅니다. 오랜 시간 만난 연인들이 갖게 되는 매너리즘, 뻔한 거짓말과 화해, 구속과 연민... 뭐 이런 것들 말이죠. 어쨌거나 시대가 바뀌어도 남녀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의 주된 내용은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안생겨요'를 외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외로운 솔로들에게는 이러한 애정 싸움조차도 결코 부러울 수밖에 없는 '앙탈'이 아닐까 싶네요.
더 캔버스는 언니네이발관 출신의 정무진을 중심으로 구성된 4인조 훈남 밴드로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고고 70'에도 잠깐 모습을 보였다죠. 탄탄한 연주력으로 인해 공연을 통해 더욱 빛나는 밴드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두 장의 정규 앨범을 통해 이미 높은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준 허민은 피아노 연주를 앞세운 차분한 사운드와 일기 같은 가사로 대표되는 기존의 스타일 대신 '오래된 연인에게 하고픈 말'을 통해 넘실거리는 그루브의 이색적인 시험을 시도한 듯 보입니다.
티격태격 하지만 결국 공통된 관심사를 얘기하며 이미 닮아 있는 연인들의 모습. 배경은 삼청동 뒷길의 오래된 가게 앞^^
* 더 캔버스와 허민 소개
- 더 캔버스(The Canvas)
언니네이발관에서 활동했던 정무진과 락타이거스 출신의 이민재를 주축으로 결성된 4인조 밴드. 2006년 첫 번째 EP "Railroad Crossing" 발매 후, 노브레인, 언니네이발관에서 키보드 세션을 맡았던 유지훈과 여러 밴드에서 활동 중인 박영규를 영입해 듀오에서 현재의 4인조 밴드 구성을 갖추었다. 탄탄한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그루비하면서도 따스하고 소박한 팝 감성을 겸비한 더 캔버스는 곧 첫 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 허민
재즈피아노를 전공했고 바닐라쉐이크를 결성하며 본격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한 담백하고 상큼한 스타일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200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사랑은 했는지'로 대상을 받으며 음악성을 인정받았고, 2006년 솔로 1집 "Vanilla Shake"를 발표, 20대의 섬세한 감성을 잘 그려낸 '강남역 6번 출구 앞'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07년에는 작사, 작곡, 편곡, 노래, 프로듀싱과 함께 일러스트까지 직접 해낸 2집 "피아노로 그린 일기"를 통해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