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이 전하는, 두 번째 이야기
- "이젠 '기도' 아닌 가수 정일영으로"...'여자는'으로 6년 만에 컴백-
# '기도'는 지우고 싶지만 지울 수 없는 노래!
정일영에게 '기도'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노래다. 하지만 기억에서 지워 버리고 싶은 노래이기도 하다. '기도'로 데뷔하자마자 스타덤에 올랐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도'의 정일영일뿐 가수 정일영은 아니었다. 모든 활동이 '기도' 중심으로 이뤄졌고 정일영은 단지 '기도'를 부르는 사람으로만 인식됐다. 이듬해 나온 1집 정규 앨범도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색깔 없는 앨범이 되고 말았다. 결국 6년이 지난 지금도 가수 정일영이 아닌 '기도' 정일영으로 남아있다. 그는 지금도 방송에 나가면 '기도'를 먼저 부른 뒤 새 노래 '여자는'을 선보인다.
"이번에 새 음반을 내면서 이름도 바꾸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다. 사람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인데…. '기도'는 평생 따라다니겠지만 내 스스로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그 익숙한 목소리에 더 노력해서 좋은 곡을 들려줄 수밖에 없다." 6년 공백기를 거쳐 나온 그의 절실함이다.
'기도'는 정일영에 있어 '양날의 검'이다. 덕분에 쉽게 일본에 다가설 수 있었고, 6년이나 쉬었지만 아직도 기억해주는 팬들이 많다. 새 음반도 '기도'만큼 모든 사람이 따라 부를 수 있게 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이번 앨범 발매로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동시에 활동한다. 일본에서는 국내와 달리 먼저 '숨소리'로 활동할 계획이다. 제이팝 스타일이 가미된 '숨소리'가 일본 팬들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거란 판단에서다. '기도'를 좋아했던 팬들 위주로 차근차근 공략할 계획이다.
# 6년간 공백기는 내공을 쌓았던 시간
정일영은 '기도' 이후 6년 동안 간헐적인 해외 공연과 드라마 OST에 참여했을 뿐 자신만의 노래를 할 기회는 없었다. 또 음반 시장이 갑자기 침체일로에 접어들면서 준비했던 음반은 내보지도 못했다. '기도'의 인기로 자칫 자만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힘든 시기는 그에게 오히려 '약'이 됐다. 힘든 시절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힘이다. 그는 "'기도'의 명성으로 손쉽게 돈을 벌 기회는 많았지만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좋은 노래를 만들어서 팬들과 함께 하고 싶었다"라며 꿈을 버리지 않도록 믿고 응원해준 가족들에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소속사와의 갈등도 당시엔 속상했지만 지금은 자신의 탓이라고 여긴다. 음반이 나오지 못해 준비했던 노래를 다른 사람이 불러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가 소화를 잘해서 성공한거라 생각할 정도로 마음도 비웠다.
# 드라마 OST 그랜드슬램(?), 이제 거부감 없어!
이번에 발표한 새 음반 타이틀 곡 '여자는'은 '기도'의 감성과 닮아있다. 본인 스스로도 '여자는'은 '기도2'이며 '기도'의 연장선상에 있는 노래라고 말한다. 또 '기도'의 작사가가 이번 앨범 프로듀싱과 타이틀 곡 작사를 맡아했다. 이 노래엔 여자들의 마음을 남자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정일영은 '기도' 이후 OST 제의가 많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이미지를 벗고 싶어서 피했는데 우연찮게 각 방송국 드라마 OST를 다 참여하게 됐다. 이유는 '기도' 때문이다.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 주제곡 'Love is'는 '기도' 작곡가가 요청으로 녹음실에 들렀다가 불렀고, SBS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삽입곡은 '기도' 작사가가 부탁해서 하게 된 것. 그는 스스로 "방송사 드라마 OST 그랜드슬램을 이뤘다"라고 말한다. 이제 OST에 대한 거부감도 없어졌다. 분명 과거와 달라진 모습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