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리듬을 타고 흐르는 원초적 음악여행
아프리카의 자유로운 영혼을 담은 세렝게티(Serengeti)의 첫 번째 앨범
"Afro Afro"
■ 세션계의 젊은 스페셜리스트들이 완성한 획기적인 블랙 뮤직
- 2007년, 가을은 페스티벌의 계절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린 많은 음악 페스티벌 중 올림픽 공원에서 펼쳐진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07은 색다른 컨셉과 새로운 아티스트들의 출연으로 큰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특히, 토요일 무대 파리스 매치와 타히티 80이라는 해외 헤드라이너급 아티스트들의 공연 사이에 등장한 세 명의 젊은 뮤지션은 이색적인 아프로 비트와 폭발적인 연주력으로 단번에 관객들의 이목을 잡아끌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세렝게티입니다”
자신들의 짧고 굵은 무대에 이어진 빅마마와의 콜라보레이션은 이날 페스티벌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로 기억되고 있다. 한국 흑인 음악의 대표 레이블 마스터플랜 프로덕션의 첫 밴드이자 대어급 신인으로 무성한 소문을 몰고 왔던 세렝게티의 신고식은 이렇듯 화려했다.
- 2005년 동물적인 리듬감과 안정적인 연주로 주목받던 젊은 베이시스트 유정균은 이현우와 JK김동욱의 투어를 펼치며 정신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수많은 앨범 참여와 무대 위에서 많은 가수를 빛나게 해주는 연주인의 삶을 살아왔지만, 가슴 한 편에서는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음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분명히 갖게 된 것이 바로 이 즈음이다. 20대 초반, 총망받는 세션계의 영건으로 방송, 앨범, 공연 등 종횡무진 활동을 펼쳐가던 기타의 정수완, 드럼의 장동진을 알게 되면서 이들은 이내 의기투합, 밴드 형식을 갖추게 된다. 멤버 전원이 팀으로 세션에 참여하면서 보다 짜임새있는 호흡을 갖추게 됐고, 이는 무리 없는 곡 작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마치 토토(Toto), 스틸리 댄(Steely Dan), 룻츠(Roots) 처럼 자신들의 음악과 세션을 병행할 분명한 청사진이 그려지게 된 것이다.
■ 푸른 초원을 가로지르는 치타같이, “세렝게티” 달리다
- 세렝게티 멤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음악을 처음 접할 무렵부터 다양한 흑인 음악들에 심취 했다는 점이다. 재즈, 블루스, 소울, 힙합을 듣는 동안 흑인 음악 뿌리에 있는 원초적인 리듬과 직설적인 표현들에 눈을 뜨게 됐고, 이는 세렝게티의 음악적 모토로 이어졌다. 아프리카 초원을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내추럴 파워, 평화, 자유, 여유 등을 음악적으로 표현하면서 자연스레 팀 이름 역시 케냐의 초원이자 국립공원인 세렝게티로 정해졌다.
- 앨범 작업의 과정에서 애로 사항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나타내고 싶은 보다 깊은 감성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오랜 기간 프로페셔널 세션맨으로 단련된 그들에게도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스킬적으로는 더할나위 없이 훌륭했지만, 기승전결과 대중적인 멜로디를 창작해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이다. 게다가 멜로디 위주 음악에 익숙한 한국 리스너들에게는 세렝게티가 추구하는 극단적인 리듬 중심의 음악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는 걱정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세션 활동 외 모든 시간을 밴드에 투자하기 위해 합주와 녹음이 가능한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게 됐고, 이 곳에서 매일 밤을 새며 연주와 곡 구성의 조율에 투자를 거듭해왔다. 잘 할 수 있는 것과, 잘 하고 싶은 것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작업은 시간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이었다.
- 데뷔 앨범답지 않게 그간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여 셀프 프로듀싱 작업을 통해 완성한 본작에는 가까운 지인들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도 가득하다. 특히 같은 작업실 식구이자 가장 많은 음악적 공통 분모를 가진 윈디시티의 참여는 괄목할만하다. 편중된 한국 음악 시장에서 유일무이한 흑인 음악 밴드였던 윈디시티에게 세렝게티는 함께 나아가야할 동반자이자 너무나도 반갑고 기특한 후배였을 것이다. 앨범 전편에 걸쳐 윈디시티의 기타리스트인 윤갑열이 믹싱을 담당했고, 김반장과 정상권이 피처링에 참여했다. 또한, 작업실메이트인 싱어송 라이터 이지형이 가사 작업을, 평소 아낌 없는 조언을 해온 JK김동욱과 부다 사운드의 폭발적인 래퍼 리오 케이코아가 기꺼이 피처링을 자처하였다.
■ 소울과 리듬의 대향연, 데뷔 앨범 “Afro Afro”
- 세렝게티의 데뷔 앨범 “Afro Afro”는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적 도전과 고민이 가득 들어찬 앨범이다. 일반 가요 앨범과 달리 특정 곡을 타이틀로 염두하여 제작한 것이 아니기에 리스너들에게 앨범 전체의 분위기와 흐름으로 이해하며 들어줄 것을 감히 요구하고 있다.
- 앨범의 포문을 여는 ‘Afro Afro’와 ‘Serengeti(Pound Your Foot)’은 세렝게티 초원으로의 미지의 초대를 노래한 곡들이다. 6~70년대 산타나의 음악에서 자주 등장해온 공격적이면서도 블루지한 사운드와 연주를 신인답지 않은 스케일로 멋지게 소화해냈다. 원초적인 드럼 비트의 텐션감, 아프리카 초원을 질주하는 듯 날카롭게 파고드는 기타 솔로, 시종일관 변화 무쌍하게 타고 흐르는 베이스 라인은 세렝게티 음악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는 큰 인자들이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Follow Me Ya’는 주술적인 보컬 코러스의 이펙팅과 훵키한 기타 리프가 이목을 끄는 곡으로 세렝게티만의 자신감 넘치는 이국적 사운드의 진수를 선사하는 곡이다.
- 공연 무대 통해 이미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따뜻한 인류애의 노래이자 타이틀 후보곡인 ‘Wimbo’와 화제의 컴필레이션 앨범 “고양이이야기”를 통해 이미 큰 호응을 얻었던 ‘Sabina’는 아소토유니온과 윈디시티의 소울풀한 매력을 연상시키는 대중적인 넘버들이다. 여타 트랙들과 달리 보컬과 멜로디 라인에 주안점을 둔 곡들로 특히 ‘Sabina'는 새롭게 김반장(윈디시티)의 보컬이 더해져 원곡에 비해 몽환적이고 로맨틱한 소울 발라드의 진수로 업그레이드 되었다.
- Rock적인 사운드의 스트레이트한 면모가 돋보이는 ‘Come On’은 정수완의 화려한 기타 플레잉이 전면에 드러나는 넘버. 보편적인 구성으로 시작하여 점층되는 사운드를 선보이는 동안 크런치 기타의 소리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다. DJ DOC 이하늘이 이끄는 부다사운드 소속 리오 케이코아(Leo Kekoa)가 함께한 ‘Get Up’은 잼 세션의 형식을 담은 트랙. 반복적이고 즉흥적으로 연주되는 비트 위에 빠른 플로우를 타고 흐르는 리오 케이코아의 특유의 랩이 듣는 이로 하여금 그들의 공연장 혹은 연습실 한 가운데의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 오랜 기간 무대를 통해 호흡을 맞춰온 JK김동욱이 특유의 소울풀한 목소리를 선사한 ‘You Got The Band’. 싸이키델릭한 구성과 보컬의 이펙트 처리가 돋보이는 ‘Joker’, 재지한 느낌이 묻어나는 ‘Brown씨’는 세렝게티의 다채로운 음악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트랙들. 업라이트 베이스와 일렉트릭을 오가며 만들어내는 출렁이는 베이스 라인과 베이직한 그루브에 충실한 드럼의 인터플레이는 근래들어 좀처럼 만나볼 수 없었던 음악적 깊이 충만한 결과물들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