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mantic Heroine
성별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맨틱한 무언가에 끌리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로맨틱하면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남성들과 일부의 여성들은 그것을 느끼하다고 치부해 버리곤 하는데, 그러면 로맨틱한 여성은 어떤가? 적어도 로맨틱한 남성보다는 다양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은 주로 영화에 투영되곤 하는데, [쉘부르의 우산]의 까트린느 드뇌브라던가 [러브 어페어]의 아네트 베닝, 그리고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햅번의 이미지는 비슷한 이유로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지금 글을 쓰고있는 나는 사나이 임에도 불구하고 노엘 카워드의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1945년작 [밀회 (Brief Encounter)]나, 크리스토퍼 리브의 [사랑의 은하수(Somewhere in Time)]를 비롯한 몇몇 로맨스 영화들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뮤직 비즈니스에서의 로맨틱한 열풍은 주로 6,70년대에 유행하였다.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프렌치 팝의 이정표로 불리는 프랑소와즈 아르디(Francois Hardy)와 끌로딘 롱제(Claudine Longet), 그리고 더스티 스프링필드(Dusty Springfield)와 아스트럿 질베르토(Astrud Gilberto)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하지만 90년대와 2000년대에는 새로운 로맨틱한 무언가가 나와주지는 않고 과거의 유산들만을 거듭 되풀이하고 있는데, 크리스티나 조지나(Cristina Georgina)의 본 앨범은 약간 다른 경우에 속한다.
Cristina Georgina
라 에스칼라티나(Las Escarlatinas)와 마테(Mate)의 싱어로 알려져 있는데 알무데나 로페즈(Almudena Lopez)는 탁월한 플룻 연주자이며 유명한 건축가이자 재능 있는 디자이너/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이고 있는 그녀는 ‘크리스티나 조지나’라는 자신의 새로운 얼터에고를 만들어서 솔로 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 내성적이고도 우아한 여성은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인디팝 싱어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 당신의 손에 쥐어진 본작 [Mapa Mundi]는 그녀의 첫번째 솔로 정규앨범인데, 마치 마법같은 요소들과 더불어 이소벨 캠벨(Isobel Campbell), 라 부에나 비다(La Buena Vida), 비틀즈(Beatles), 니코(Nico), 그리고 이페메라(Ephemera)등의 순수한 팝의 색채가 주를 이루고 있다.
[Mapa Mundi]
스페인에서는 2006년 6월에 발매된 본 앨범은 스페인 보사노바/팝씬의 명 프로듀서인 라몬 레알(Ramon Leal)과 마테오 구이스카프레(Mateo Guiscafre)의 지휘 아래에서 이루어 졌다. 크리스티나의 보컬은 매혹적이며 따뜻한 화음을 가지고 있는데, 그녀가 발산하는 매력은 어지러울 정도이며 그러한 목소리는 훌륭한 송라이터/프로듀서의 신뢰를 바탕으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더욱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다. 차분한 기타팝을 연상시키는 본작에서 당신은 순수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에스타 레이블의 충실한 팬이라면 몇번 마주쳤을 법한 이름들인 알베르토 마테산즈(Alberto Matesanz : Mate, Plastic D'amour), 세르지오 로페즈(Sergio Lopez de Haro : Kiki D'aki), 비올레타 고메즈(Violeta Gomez), 찰리 미스테리오(Charlie Misterio : Los Caramelos)가 본 앨범을 위해 곡을 만들었는데, 이 송라이터들은 그녀의 보이스에 알맞게 정확한 조리법으로 곡들을 요리했다. 기타 중심으로 이루어진 꿈결같은 사운드 텍스쳐는 스미스(The Smith)라던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서 리(Arthur Lee)의 러브(Love), 마티니 레이블의 간판 기타팝 밴드인 우드-비-굿즈(The Would-Be-Goods), 그리고 필드 마이스(Field Mice)와 라 부에나 비다에게 영향을 받은 듯 보인다. 각 곡들은 서로 튀어보이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데, 로맨틱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을 고르게 유지하지만 여러가지 방법론으로 앨범을 이끌어가고 있다. 왈츠 풍의 곡들과 약간은 빠른듯한 비트를 가진 곡들, 그리고 다분히 복고적인 어레인지의 트랙들도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전부 새로 가공되어 산뜻하고 신선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마치 사랑과 배신으로 이루어진 오래된 로맨스 소설의 표지 같은 본 앨범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대만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기록한 팝 앨범으로 알려져 있다.
마파 문디(Mapa Mundi)는 중세 시대의 세계지도를 의미한다. 이것은 오늘날의 세계 지도처럼 국경선이 그려져 있지는 않은데 현재의 지도같이 정교한 맛은 없어도 추상적이고 색다른, 마치 국경이 존재하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앨범의 일러스트는 디자이너이기도 한 크리스티나의 작품인데 아마 그녀도 이러한 생각으로 앨범을 작업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가끔씩은 기쁘고 활기가 넘치는 크리스티나의 목소리와 정돈된 사운드 어레인지는 당신으로 하여금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아늑한 세상으로 안내할 것이다. 이것은 평화롭고 섬세하면서도 현명한 구석을 가지고 있는데, 당신이 원한다면 [Mapa Mundi]는 리스너들에게 로맨틱하고 편안한 휴식처, 그 이상이 되어 줄 것이다.
* 파스텔 문예부 - 한상철[불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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