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정신' 속에서 부유하는 cocore의 새 앨범 "Fire, Dance With Me"
cocore ‘라는 밴드’가 3년 만에 더블 앨범 "Fire, Dance With Me"로 돌아 왔다.
1998년 데뷔 앨범 “odor” 이래 4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하는 cocore는 10년에 가까운 긴 활동기간에 비해 대중들에게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밴드이다. 이들의 음악적인 지향점은 한국의 록 음악을 포함한 대중음악 시장에서 보이는 한결같은 흐름과는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듯 보이고, 이들의 활동 또한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다분히 폐쇄적이어서 시스템과 매체에 대한 친화력을 보이지 않았다. 협소한 독립 음악 무대에서조차 비타협적이고 이단적인 모습을 보여 온 이들의 음악은 결국 극소수의 매니아를 뒤로 한 채 소리소문 없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거듭했다. 그래서 어떤 비평가들은 이들의 음악에 대해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가치를 매겨 왔다.
풍요라는 허구 속에 양산되는 대중음악은 자본과 대중매체에 완전히 종속되고 그 결과 뮤지션들에 의해 시도될 수도 있었을 자생적이고 원초적인 음악의 영역이 날이 갈수록 스러져가는 세계에서,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천진한 낭만주의와 수퍼스타 뮤지션이 등장했던 과거를 추억하는 복고적인 신념들을 정직하게 포기한다면, 음악을 통해서 뮤지션 스스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은 이제 별로 없다. 남은 방법은 홀로 가난한 구도자의 길을 가거나, 아니면 문화적인 전위 소수자의 이름으로 목숨을 부지하거나, 아니면 그 이름을 끝으로 사라지거나.
앨범 "Fire, Dance With Me"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 어린 탐구, 쾌락과 일탈에 대한 열정, 세계를 향한 혐오에서 비롯된 초현실감, 낭만이 깃든 개인의 추억과 서정, 그리고 즉흥적이고 방만한 사운드의 유희로 들끓는 두 시간의 백일몽이다. 주로 멤버들의 개인 작업을 통해 완성된, 밀쳐내듯이 서로 다른 스무 곡은 앨범 전체를 통해 하나의 묘한 울림을 낸다. 이 묘한 울림은, 한국에서 익숙하게 들려져 온 음악과는 그 주파수가 전혀 달라 어느 것과도 공명하지 않을 것 같은 낯섦에 기인한다. pm 및 am 두 장의 앨범에 담겨 있는, 주로 밤을 소재로 한 가사의 대부분은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의 단편들을 나열한 것이어서, 그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어떻게 감정을 이입하는가에 따라 무한히 열려있다.
만약 당신이 평범한 사람으로서 접하기 쉬운 몇 곡만을 뽑아 듣고 싶다면 “pm”의 “너뿐이야”, “am”의 “미치광이 삐에로”와 “New Town” 정도의 곡을 추천하고 싶고, 앨범의 동명 타이틀 곡 “Fire, Dance With Me”와 같은 몇몇 트랙에 대한 감상은 영원한 숙제로 남겨 놓을 것을 권한다.
현실적인 관점으로만 본다면 모험이랄 수 밖에 없는 이 음반이, 어떤 이들에게는 기나긴 악몽이 될 것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소리를 통해 겪는 시련의 숙제가 될 것이고, 어떤 이들에게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cocore가 이 앨범을 통해 구도자의 길을 가려는 것인지, 전위 소수자로 살아 남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세상에 내놓은 이상 음악은 언제나 열린 상태이고 그래서 그 답은 언제나, 뮤지션 자신의 몫이라기 보다는 음악을 듣는 소수 사람들의, 세대에 걸친 몫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