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감수성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온, 김광민.
김광민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렸던 'Letter from the earth'로 부터는 9년 만에, 그리고 전작인 2집 'Shadow of the moon'으로 부터는 6년 만에 제작된 이 앨범 '보내지 못한 편지'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물게 이어지고 있는 연주 앨범이다.
또한 10년 동안을 꾸준히 팬들에게 사랑 받아온 재즈 아티스트로도 김광민은 거의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작들과 비교해 볼 때 이번 앨범의 두드러진 특징 두가지를 들자면,
첫째는 거의 전곡을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로 소화해내고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드디어 그 스스로의 감수성에 귀결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연주자에게 있어 솔로곡은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을 통해 김광민은 피아노 하나로 자신의 감성을 표현해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피아노 솔로 앨범은 항상 도전해보고 싶은 숙제와도 같은 것이면서 또한 가장 그다운 음악 형식으로 느껴진다. 이 앨범을 통해 그는 가능한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배제하면서 자신만이 가장 정확히 표현해 낼 수 있는 스스로의 정서를 표현해내고 있음에 조금도 부족함 없이 나서고 있다.
'독백 part 1,2'를 듣노라면, 단조의 흐름 속에서도 조금의 감정적 동요도 일으키지 않는 차분한 관조와 이를 통해 자신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차분히 바라보며 읊조리는 듯 저음으로 가득히 차오르는 그 스스로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정서를 완벽하게 느낌으로 전달하고 있음을 공감하게 됨은 물론, 이러한 느낌이 이 앨범 전체를 꿰뚫고 있음에도 동의하게 된다.
하나님을 향한 마음을 담은 종교적인 곡인 '날 수만 있다면', 북한이나 아프리카에서 처럼 어려움에 빠진 세계 곳곳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만든 '내마음의 비가' 등은 평소의 생각들을 음악으로 승화시켜낸 곡이다.
그가 고등학교 때 썼다는 '회상', 영화음악작업을 하면서 즉흥 연주로 만들어 낸 '어느날 오후', 유명한 아일랜드 민요이며 또한 잘 알려진 재즈 넘버인 '데니 보이' 등은 장조/단조에 관계없이 또박또박 짚듯이 연주된 섬세한 멜로디 라인과 절제된 감정의 전달이 느껴지는 수작이라 할 수 있다.
그 스스로 가장 애착이 간다고 하는 '지금은 우리가 멀리 있을지라도' 역시 섬세한 감정의 절제가 아련한 느낌을 자아내는 곡으로 대중들에게도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갈 곡으로 꼽힌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앨범 역시 단순한 듯 예쁜 멜로디를 주 테마로 하여 전개시켜 나가는데, 전반적으로 기교를 배제하고 감정의 기복을 가라앉힌 절제된 한국적 감수성에 다가서고 있다. 재즈와 뉴에이지, 그리고 클래식의 중간쯤에서 자신만의 중심을 지키며 영역을 넘나드는 연주로써 관조하는 모습이 엿보여 더욱 아름다운 앨범이다.
[출처 : 난장뮤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