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가수 데뷔를 공언한 그녀의 첫 번째 독집 앨범.
가수로서는 이미 1977년 2월과 이듬해 5월 중창단 해바라기의 앨범 <해바라기> 1, 2집에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 노래에 대한 인식을 달리 한 보컬의 독자적인 파워는 이때부터 그 내공을 쌓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포크 성향의 기존의 이미지를 간직한 채 나즈막히 깔리는 신디사이저의 반주로 시작되는 '여울목'은 그녀의 항해가 돛을 올렸음을 알리는 머릿돌이며, 엄인호의 대표적인 곡으로 손꼽히고 있는 '도시의 밤'은 두 사람의 원숙한 콤비네이션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첫 시점으로 포크 음악의 계보를 내리고 있었던 이정선 작사/곡의 '건널 수 없는 강'은 동의(同意)의 재즈넘버 'River No Return'에 비견할 수 없는 감칠맛을 자랑한다. 호들갑스러운 노처녀의 순수함을 보는 것 같은 마지막 곡 '기분 좋아'까지 총 아홉 곡이 든 본작은 스산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느낌이 지배적이지만 따뜻한 온기를 바라고 들으면 더없이 포근해지는 '매우' 매력적인 음반이다.
30살 즈음까지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고, 자신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살폈다는 한영애는 이 무렵 드디어 다시 노래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열정만 있었지 정확히 어찌 해야할지를 몰랐던 그녀는 오세은의 기획 하에 역사적인 솔로 데뷔 음반을 발표한다. 이 '역사적인'이란 의미는 그녀 자신이 이 음반의 [건널 수 없는 강]같은 거칠면서 폭발적인 곡으로 새로운 여자 뮤지션의 상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당시까지 통념적으로 여자 가수가 무릇 노래를 부르는 방법이 되어야 하는 것은 '예쁘고 사근사근하게' 스타일이었다. 감정의 진솔한 표현이 전제가 되기보다는 정형화 된 이미지에 충실하기를 강요하는 대중음악계에 작은 반란을 불러일으킨 이 음반은 이후 후배 여자 가수들에게 좀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획 의도가 정확히 반영된 음반이 아니라서 완전한 한영애의 음반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점들이 많다. 엄인호의 [도시의 밤]은 향후 그녀가 신촌블루스 활동을 포함한 블루스에 근간을 둔 노래를 할 것이란 예측을 하게끔 하는 곡이다.
- 한영애 공식 홈페이지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