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2집 제작후기
20여년의 다소 무책임(?)한 세월이 흘러갈 무렵 몇몇 애정깊은 Mearian들이 모여 20주년을 기념하는 사업을 구성하였다. 20주년 기념공연(15주년 기념공연처럼), 노래운동에 관한 저술, 심포지 움 등 거창한 제안 중에 불쑥 복각음반 제작에 대한 의견이 나왔다. 동문회 활동으로 낡은 과거를 들추는 일보다 전문 대중음악인의 길을 걷는 후배 동문을 위한 음반제작이 더 필요 하다는 치열한 설왕설래를 거쳐 마침내 우리는 음반과 연관된 직업을 택한 몇몇 동문들을 혹사시키는 결정을 하고 말았다. 1,2집 복각음반은 회사업무가 끝나고도 꼴딱 밤을 지세우 기가 부지기수인 말을 보낸 그들(87최지연, 88김종욱, 90안정일)을 포함한 음반기획단(79김 보성, 81이창학, 85이안젤라, 85구자우, 89신병훈, 91장원호)들의 시간과 땀과 노력의 결정 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각 1집(79년 녹음)과 2집(80년 녹음)이 선보였고, 이후 3집(83 년 녹음)과 4집(84년 녹음)이 차례로 나오게 될 동안 또 얼마나 여러 사람들이 굵은 땀 흘 리 흘리 할런지......
보관중이던 릴테잎 마스터 상태가 불량 또는 분실로 2집의 일부는 다량 복사된 카세트 테잎을 원본으 로 복각하는 무모함도 불사하였다(여기에서 복각작업에 많은 기술적 도움을 준 모레코드사 엔지니어 안석준님에게 감사한다) 과연 이런 무모한 작업을 강행할 수 있는 뱃심은 무엇일 까를 작업기간 내내 자문하여 보았고, 그것은 작업과 기획단 회의 내내 여전히 완고한 음악 (노래) 선배로 올곧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김민기 선배님의 무뚝뚝한 애정임을 가슴으로 확 인할 수 있었다. 김민기 선배님은 여전히 자신을 넘어서지 못한 후배들을 질책하고 있을지 도 모르는데 말이다.
이런 역사복원 작업을 통하여 우리는 언젠가는 목숨걸고 음악하는 잘난(?) 후배가 나올 수 있기를, 그래서 김민기 선배를 타넘는 경사(?)를 기원하는 바램이 뱃심의 한켠이라면, 다른 한켠은 이 복각음반이 메아리라는 특정집단의 한정된 역사로 그칠 수 없다는 다소 오만한 생각에 있다 하겠다. 우리는 이 복각음반이 능동적 문화수용자들을 널리 조직하여 좋은 노래문화를 가꾸어 사는 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1천여장의 1집 음반을 찾아준 무수한 사람들이 이 희망을 현실로 연결시키는 징검다리가 되었으면 한다. 예술의 생산과 유통의 새로운 변화를 이렇게 소박한 실천을 통하여 우리는 이루려 한다는 정말 무모한 발상을 숨 기지 않으려는 우리의 치기를 애정으로 받아주시는 여려분들이 계시리라 믿는다.
(1998년 4월, 메아리 20주년 기념사업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