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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쇼머스트 옴니버스 [omnibus] (2011)
처음엔 버스에서 보았고
너무나 예뻐서 끌렸고 괜찮은 스타일에 반해서 말을 걸었지 의외로 솔직해서 좋았고, 약간은 순진해서 놀랐고, 웃을 땐 너무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몰라 그렇게 원한 건 아닌데 또 쉽게 사랑에 빠졌어 새빨간 입술에 입맞춤을 쪽하고 새하얀 두 손에 꽉지를 꽉지고 한발을 내밀면 두발 더 다가와 향긋한 숨결에 취해 잠이 들어 처음 두 세달 너무 좋았고 그 다음 한 두달은 편했고 이번 달엔 너무 힘들어 입맛도 없어. 너무나 쉽게 짜증부렸고 점점 더 강도는 세지고 이젠 꼴도 보기가 싫고 어쩌면 좋아 그렇게 바란 건 아닌데 또 아프게 보내야 하나봐 새파랗게 멍든 심장은 조여오고 새하얗게 질린 얼굴은 검게 타고 이젠 부담스러워 더 이상 다가오지마 미안해 정말 모두 내 잘못이야 미안해 모두 다 호르몬 탓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