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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아니리
갑신년 중하월에 남해 광리왕이 영덕전 높이 짓고 대연을 배설하야 삼해 용왕을 청하실제 군신빈객이 천승만기요. 강한지장과 천택지군이 일시에 모여들어 주악이 필진허고 광주교착이라. 이삼일 노니더니, 남해 용왕이 해전 열풍을 복중에 과히 쏘여 졸연 득병허여, 약방 도제조를 불러 주야로 약을 쓰외, 환무회춘지망이로구나. - 용왕탄식 - ▶진양조 영덕전 높은 궁궐 벗 없이 홀로 누워, 애통허여 울음 운다. 천무열풍 좋은 시절의 해불양과 태평헌듸, 괴이한 병을 얻어 신음 중의 누웠으니, 날 구헐이가 뉘 있드란 말인그나, 애통허여 울음을 운다. - 청의 도사 - ▶엇머리 하로난 현운흑무 하로난 현운흑무. 궁중을 뒤덮으며 폭풍세우가 사면을 두루더니, 어떠한 청의도사 몸에난 장삼포요. 손에 옥을 쥐고 공중으로 내려와 제배이진 왈, "약수 삼천리 해당화 구경과, 백운 요지연의 천년벽도를 얻으랴. 지하에 왔삽더니, 풍편에 듣사온즉, 대왕의 병세가 만만 위중타 허옵기의 뵈옵고저 왔나이다." ▶아니리 왕이 왈 "도사 이리 오시기는 하늘의 도움이라. 원컨데 도사는 황황한 나의 병세를 자세히 짐작하사 선약을 가르쳐 주옵소서. 도사 왈, "우선 맥이나 보사이다." 도사가 왕의 맥을 보랴헐 제, 만물의 영장인 사람으로 둔신허여 꼭 사람과 같은 진맥을 허것다. - 약성가 - ▶자진모리 왕이 팔을 내어주니 도사 맥을 본다. 심, 소장은 화요. 간담은 목이요. 폐, 대장은 금이요. 비위난 토라. 간 목이 태과하여 목극토허니 비위가 상하옵고, 담성이 심허니 신경이 미약허고 폐, 대장이 왕성허니 간담성이 자진이라. 방서에 일럿으되 비내일신지조종이요. 담은 내일신지표본이라. 심정즉 만병이 식허고 심동즉 만병이 생하오니, 심경이 상하오면 무슨병이 아니 날까. 오로칠상 급하오니 보중탕으로 잡수시요. 숙지황 주초하야 닷돈이요. 산사육, 천문동, 세신을 거토허고 육종용, 택사, 앵속화 각 한 돈, 감초 각 칠 푼, 수일승 전반연용 이십여첩을 쓰되, 호무동정이라. 설사가 급하오니 가감백출탕으로 잡수시요. 백출을 초구하여 두 돈이요. 사인을 초구하여 서 돈이요. 백봉령, 산약, 오미자, 당귀, 천궁, 강활, 목통, 감초 칠 푼 수일승 전반연용 삼십여첩을 쓰되 호무동정이라. 양감이 급하오니 가미강활탕으로 잡수시오. 마황 두 돈 진피, 강활, 방풍, 백지, 천궁, 창출, 승마, 갈근, 세신 각 한 돈 감초 칠 푼 수일승 전반연용 사신여첩을 쓰되 호무동정이라. 신농씨 백초약을 갖가지로 다 쓰랴다는 지례 먼저 죽을테니 백약을 한테모아 작두에 모다 썰어 가마에 많이 다려 한번에 먹어보자. 약을 한테 모일적의 인삼은 마감허니 대보원기허고 지갈생진허여 조영양위로다. 백출은 감온허니 건비양위허고 제사제습허며 겸치담비로다. 감초도 감온허나 구즉온중허고 생즉사하로다. 청심환, 소합환, 팔미환, 육미환, 경옥고, 자음경옥고, 백고약, 대황, 망초, 창출, 백출, 승마, 갈근, 세신, 진피, 계피, 반하, 육계, 천산갑, 천문동, 맥문동, 호황연, 당황연, 감미군자탕, 청서육화탕, 이원익기탕, 강활탕, 도인탕, 백사주인탕, 황금인분탕, 두꺼비 오줌, 곰 쓰레까지 각 가지로 다 먹어도 백약이 무효로구나. 침구로 다스리자. 동침, 은침, 빼여들고 혈을 잡어서 침질헐제. 천지지상경이니 유주로 주어보고 갑일갑술시의 담경, 중기를 주고, 을일유시의 대장경상양을 주고 영구로 주어보자. 일신맥, 이조해, 삼외관, 사임읍, 오소해, 육공손, 칠후계, 팔내관, 구혈기 삼기 붙여 팔문과 좌맥을 눌러주고 효음이 없으니, 임맥과 독맥과 십이경 주어봐 승장, 염천, 천돌, 구미, 거궐, 상완, 중완, 하완, 신궐, 단전, 곤륜을 주고 족태음비경, 각대돈, 삼음교, 음눙천을 주어보자. 아무리 약과 침패 허되 병세 점점 위중허니. ▶아니리 용왕이 어이 없어 "도사 맥을 더 착실이 보아 주옵고, 내 병명이나 가르쳐 주오." 도사가 다시 정신을 차려 용왕의 기세를 요만허고 살펴보더니만은, ▶중모리 도사 맥을 다시 본다. "맥이 경동맥이라. 비위맥이 상하오니 복중에서 난 병이요. 복중이 저려 아프기는 화중에서 난 병인듸, 음양풍병이라. 여섯가지 기운이 동하여 손지 신지는 정양이요. 지정 의미는 정음이라. 음허화동의 황달을 겸하였으니 진세산간 토끼간을 얻으면 차효가 있으려니와 만일 그렇지 못 하오면 염라대왕이 동성삼촌이요. 동방삭이가 조상이 되어도 누루 황 새암 천 돌아갈 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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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아니리
왕이왈 "신농씨 백초약은 어찌 약이 아니 되옵고, 그 조그막한 토끼간이 약이 되오리까?" 도사 이른 말이 "대왕은 진이요, 토기는 묘라. 묘을손은 음목이요. 간진술는 양토라. 갑인진은 대강수요. 건간사는 원손목이라. 목극토허고 수생목허였으니 어지 약이 아니 되오리까?" 용왕이 이말 듣더니만은 탄식허여 우는 말이, ▶진양조 "연하다 수연이나 창망헌 진세간의 벽해만경 밖의 백운이 구만리요 여산 송백 울울창창 삼척 고분 황제묘라. 석자 진시황은 만승천자 위엄으로 동남동녀 오백인을 불사약 구허랴 허송삼산 헌연후의 일반 청산의 종적이 없었으니 못 구허고 붕허시며, 만고영웅 한무제도 승노반이 허사가 되어, 육십삼세의 붕허시니 성쇠흥망이 때가 있고, 수명장단 재천이라. 토끼라 허는 짐생은 해외일월 밝은 세상의 백운청산 무정처로 시비없이 다니는 짐생을 내가 어이 구허드란 말이요." ▶아니리 이렇듯 탄식허니 도사 이른말이 "태산지간의 유백구지사허고 요순지군의 유고수지신이라. 대왕의 성덕으로 어찌 충의짓니이 없사오리까? 이제라도 수부조정 만조배관을 불러 일체 하교하여 보옵소서." 말이지자 인흘불견 간곳 없것다. 왕이 도사 말을 옳케여겨 수궁만조제신들을 일시에 불러들이난듸, 이세상 같으면 일품 재상님네가 들어오실 것이로되, 수궁이라 허는 곳은 맛진 고기가 치천이되야 수궁 만조백관인들이 모다 물고기 등물이었다. 모다 어명을 받고 들어오는듸, ▶자진모리 승상은 거북, 승지 도미, 판서 민어, 주서 오징어, 한림 박대, 대사헌 도루목, 방첨사 조개, 해운공 방게, 감옥관 수달피, 유수 광어, 병사 청어, 군수 해구, 현감 홍어, 어사 참방, 어사 숭어, 자랑 범치, 대장 범치, 조부장 조구, 비변랑 청다리, 가오리, 금부, 나졸, 좌우 순령수, 대원수 고래, 수피, 해구, 모지리, 원참군 남생이, 모래무지, 주부 자래, 병어, 전어, 대구, 명태,눈치, 준치, 삼치, 꽁치, 갈치, 물메기, 미끈덕 뱀장어, 정언사령 자개사리, 돌 밑에 꺽지, 산 냇물의 중고기, 깊은 물에는 금잉어, 빚 좋은 피리, 망동이, 짱동이, 숭동이, 올챙이, 개고리, 송사리, 눈쟁이까지 그져 꾸역꾸역 들어와 대왕전의 복지 청령허니. ▶아니리 병든 용왕이 이만허고 내려다보더니만은, "짐이 경들을 본즉 용왕이 아니라 세상 팔월 대목 장 어물전 도영수가 되었구나. 병중에 내 입맛만 땅그였지. 경들 중에 세상에 나가 토끼를 구해 과인의 병을 즉효헐 자 뉘가 있을꼬?" 좌우 면면상고하고 묵묵부답이로구나. ▶중모리 용왕이 기가 막혀 또 탄식을 허는구나. "할고사군 개자추와 광초망신 기신이는 죽을 임군 살렸으니 군신유의 중할시고, 원통타 우리 수궁 만여지중의 일충신이 없었으니 어느 뉘랴 날 살릴그나" 자탄을 마잔허니 ▶아니리 군자지도리로 저이들기리 공론이 분운헐제. "숭어 너 어떠허뇨." "나는 세상에 나가고싶다만은 회감도 좋거니와 제찬으로 제일 위주허니 나갈 수 있나." "도미 너는 어떠허뇨." "춘삼우러 호시절의 풋고사리 막난판에 왼통 찌게거리로 나 죽기 싫다." "뉘 아들 놈이 앉어 죽지 나가서 죽어야." 이렇듯 서로 안가기로만 작정허니, ▶단중모리 정언 잉어가 여짜오되 정언 잉어가 여짜오되, "세상이라 허는 곳은 인심이 소박허여 수궁신하가 얼른허면 잡아먹기 위주허니, 지혜 용맹 없는 자는 보내지 못 하리라. 수문장 물메기가 어떠허뇨? 물메기는 장수구대허고 호풍신 수염 좋으나 식량이 장이 넓어 조그막한 산천수 요기감 얻으랴고 여기저기 다니다가 사립쓴 저 어웅 세우사풍 수불귀라. 입감 귀여 던전 낚시 탐식허여 집어먹고 단불요대 죽게되면, 세상의 이질 복질 배아피, 술병, 설사난듸 국 꿇여 보하기 약만되니 보내지는 못 하리라." "군수 해구는 어떠허뇨." "해구는 신경이 너무 좋아 호색을 허는 고로 색필망신이라. 보내지 못 하리라." "하낭청 새우는 어떠허뇨." "낭청 새우는 용맹이 초등하여 뛰기는 잘 하오나 만경이 삼긴 것이 단명이라 보내지 못 하리라." 해운공 방게가 썩 나서며 살살 기어 복지주왈. ▶아니리 이놈은 중고제로 아뢰난듸, ▶중중모리 "신의 고향은 세상이라, 신의 고향은 세상이라. 청림벽계 산천수 모래 속의 잠신허여 수십년을 사올적의, 월중퇴 망월퇴 안면이 있사오니, 소신을 보내시면 소신의 엄지발로 토끼놈의 가는 허리를 덥썩 집어 잡어다 대왕전의 바치리다." ▶아니리 왕이왈 너는 십각이 구존허여 걸음은 잘 걸으나, 인적이 얼른하면 퇴불여전 뒷걸음질을 잘하기로 당대사 믿지 못하여 보내지 못 하리라. 이렇듯 공론이 미결헐제, ▶엇중머리 영덕전 뒤로 한 신하가 들어온다. 은목단족이여 장경우훼라. 국궁제배허고 상소를 올리거날, ▶아니리 그 상소 받아보니 별주부 자래로서 그 상소에 허였으되, 황공복지신 진주상전하 하노이다. 신은 본시 수국 충신지후예로 추처낭중의 탈령이출허든 모수의 재조와 탄탄위아허고 행걸어시허든 예양의 충성과 육국을 종합허든 소진의 구변과 맹획을 칠종칠금허던 공명의 지모 없사오나 당차옥체미령지시하와 기감불충도보 허오리까! 차의 성상지위명과 무궁지조화로 당피사해하시니 하왕불이며 하구부득으로 진세일개퇴를 하난착개리까! 복원 성상은 파탈하생불인지력허시고, 즉령 소신으로 사속출세케 하옵시면 진세일개퇴를 착지위정하여 옥체평복하심을 신소원하로소이다." 왕이 왈, '영준지신니요. 충국지언이라. 미재라! 미재라! 오늘날 주석지신을 보았구나! 그러나 여 앉어 들으니 세상 양반께서 자래탕을 제일 별미로 안다허니 나가서 죽으면 그 아니 원통허뇨?" (3번 트랙으로 넘어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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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2번 트랙의 ▶아니리 계속)
별주부 황공대왈 "신이 비록 재주 없사오나, 목을 우무렸다 느렸다. 진퇴를 맘대로 하옵고, 홍문연 번쾌 쓰던 도리방패 같사옵고, 또한 수족이 너이오라, 강상의 둥덩실 높이 떠 망보기를 잘하와 인간 봉폐는 없사오나, 해중지소생으로 토끼 얼굴을 모르오니, 그 화상이나 자세히 그려주옵소서." 그 말이 올타허고, - 토끼화상 - ▶중중모리 화공을 불러라. 화공을 불러라. 화공 불러들여 토끼 화상을 그린다. 연소왕 황금대 미인 그리던 화공. 남극천자 능허대 일월 그리던 명화사. 동정 유리 청홍견금수추파 거북 연적. 오징어로 먹 갈아 양두 화필을 덤뻑 풀어 단청 채색을 두루 묻혀 백능설화 간시장의 이리저리 그린다. 천하명산 승지간에 경개보던 눈 기려, 난초 지초 왼갖 향초 꽃 따먹던 입 그리고, 두견 앵무 지지 울 제 소리 듣던 귀 그려, 봉랭 방장 운무중의 내 잘 맡던 코 그리고, 만화방창 화림중 뛰어가든 발 그려, 대한엄동 설한풍 방풍허든 털 그리고, 신농씨 백초약의 이슬 털든 고리 그려, 두 귀는 쫑곳, 두눈 도리도리, 허리 늘찐, 꽁지 묘똑, 좌편은 청산이요, 우편은 녹수듸, 녹수청산에 애굽은 장송 휘늘어진 양유 속, 들랑날랑 오락가락 앙그주춤 섰는 모양. 아미산월이 반륜퇴들 이여서 더할소냐.아나, 별주부야 늬 가지고 나가거라. ▶아니리 토끼 화상 간수할 제, 목을 쑥 빼여 뒷덜미에 넣고 딱 오무라노니, 물 한점 젖을 쏘냐? 왕이 어주를 내려 허신 말씀. "경이 세상에 나가 토끼를 잡어 과인의 병을 즉효 헐 진데, 수국을 반분 한 들 무슨 한이 있을꼬?" 별주부 황공대 왈. "어쪘든 신의 충성 보옵소서." 사배 하직허고, 저의 집 돌아와 이별을 허는듸 - 처자이별 - ▶세마치 "여보소 마누라" "예이" "나는 봉명사신으로 토끼를 구하러 세상에 나가되 마누라를 잊지 못 하고 가네. 이웃집 남생이란 놈이 나와 똑같이 생겼고, 그놈이 우멍하기 짝이 없으니, 대관절 가까이 붙이 들 말소." 별주부 암자래 거동보소. 물뿌리 같은 콧궁기로 숨을 쉬고, 녹두 같은 두 눈을 깜짝거리며 책하여 이른 말이, "나리님 체위중허시고 연기노중 허시거날 소연경박자의 비루허신 말씀으로 못 잊고 간다허시니, 마음이 도리어 미안이요. 나라를 위하여 세상에 나가시면 조그막한 아녀자를 잊지 못 하고 간단 말이 조정의 발론이 되면, 만조제신들의 웃음 될 줄을 모르시고 노류장화 같이 말씀을 허시니까?" ▶아니리 별주부 대소허며,"충신지자는 충신이요, 열녀지가의 열녀로다. 가중 마음이 이렇게 든든허니, 내 세상에 나가 토끼잡기 무슨 걱정이 될꼬? 내 만사를 잊고 다녀오리다." 별주부 암자래 문 밖에까지 나오며, "창망한 진세간 부디 평안이 다녀오오." "그러나 이웃집 남생이를 꼭 조심하렸다." - 고고천변 - ▶중중모리 수정문 밖 썩 나서 경개 무궁 좋다. 고고천변일륜홍 부상의 둥실 높이 떠, 양곡의 잦은 안개 월봉으로 돌고돌아, 예장촌 개 짖고, 희안봉 구름이 떠, 노화 날아서 눈 되고, 부평은 물에 둥실 어룡은 잠자고, 잘새 훨훨 날아든다. 동정여천의 파시추 금수추파가 여기라. 앞발로 벽파를 찍어 당겨, 뒷발로 창랑을 탕탕, 이리저리 저리요리 앙금 둥실 높이 떠 사면 바래봐. 지광은 칠백리 파광은 천일색 천회무산 십이봉은 구름 밖에 가 멀고, 해외 소상은 일천리 눈 앞의 경개로다. 오초는 어이허여 동남으로 벌였고, 건곤은 어이허야 일야의 둥실 높이 떠, 낙포로 가는 저 배, 조각달 무관수에 초희왕의 원혼이요, 모래 속에 가만히 엎져 천봉만악을 바라봐. 만경대 구름 속 학선이 놀아있고 칠보산 비로봉은 허공에 솟아 계산파무울차아 산은 층층 높고 경수무풍의 야자파 물은 술렁 깊었네, 만산은 울울 국화는 점점 낙화는 동동 장송은 낙락 늘어진 잡목, 펑퍼진 떡같잎, 다리 몽동, 칡넝쿨, 머루, 다래, 으름넝쿨, 능수버들, 벗낭구, 오미자, 치자, 감과, 대추, 갖은 과목 얼크러지고 뒤틀어져서 구부 칭칭 감겼다. 또한 경개를 바래봐. 치어다보니 만학천봉이요. 내려 굽어보니 백사지라. 허리 굽고 늙은 장송 고아풍을 못 이기여 우줄우줄 춤을 출 제, 또한 경개를 바라봐. 원산은 암암 근산은 중중 기암은 층층 뫼산이 울어 천리 시내는 청산으로 돌고, 이골 물이 쭈루루루루 저골 물이 콸콸 열의 열두골 물이 한데로 합수쳐 천방자 지방자 우러턱져 굽부져 방울이 버큼져 건너 병풍석에다 마주 쾅쾅 마주 때려 산이 울렁거려 떠나간다. 이런 경개가 또 있나, 아마도 네로구나 이런 경개가 또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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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아니리
그때여 별주부는 운충경 기어 올라 사면을 살펴보니, 전후불견 수목쳐의 분간 할길이 전혀없고, 허다이 기는 짐생 상면부지허니, 토끼 얼굴을 알 수 있나, 한편을 바라본 즉, 날짐생들이 모두 모아서 저희들끼리 상좌 다툼을 하고 노는듸, 봉황새 나앉으며 허는 말이, ▶중모리 이 내 한말 들어보소, ""순인금 남훈전의 오현금 가지시고 소소구성 노래헐 제, 봉산 높은 봉 아침볕에 내가 날아 울음을 울어 팔백년 문물이 울울헐제, 주 문무 나계시고, 만고대성 공부자가 내 앞에서 탄생허고, 천 길이나 높이 날아 기불탁속 허여있고, 영주산 높은 봉을 기염기염 기여올라 소상반죽 좋은 열매 내 양식을 삼었으니 내가 어른이 아니시냐?"" ▶아니리 까마귀 나맞으며, ""그 다음 내가 상좌 앉을 일이 있소."" 부엉이 구짖어 허는 말이, ""네 이놈 온몸둥이 시커먼 늬가 어디 상좌를 헌단 말이냐?"" 까마귀 들은 체도 아니허고, ▶엇모리 ""이 내 근본 들어라, 이 내 근본 들어라. 내 입부리가 길기는 월왕구천이 방불허고, 이몸이 검기는 산음땅 지내다가 왕희지 세연지의 풍덩 빠져 먹물 들어 이몸이 검어있고, 은하수 생긴 후의 견우직녀 건네주고, 오난길의 적벼강 성희헐 제, 남비 둥실 떠 삼국흥망을 의론허고, 천하지 반포은을 내 홀로 알았으니 효도는 나 뿐이라 아이고 서른지고 아이고 서른지고."" ▶자진모리 부엉이 허허 웃고, ""늬 암만 그런대도 네 심정불측허여 과부집 남기 앉어 까옥까옥 또락또락 괴이한 음성으로 수절과부를 유인허고, 네 소리 꽉꽉 나면세상 인간이 미워라 돌을 들어 날리울 제, 너 날자 배 떨어지니 세상의 미운 놈은 너 밖에 또 있느냐? 공동묘지나 찾어가지 이 좌석이 부당허다."" ▶아니리 까마귀 무색을 당해 나 앉으며, ""내 죄상이 그런다허드라도 이 만좌중에 그런 망신이 어디가 있단 말이요?"" 또 한편을 바라본 즉, 그 곳에는 모다 길짐생들이 모여드는듸, ▶단중모리 소슬양풍 석양춘의 여러 짐생 다 모인다. 공부자 작춘추 절필허든 기린이며, 삼군삼영 거동시 천자옥련의 코끼리, 옥경선관 숭필허니 풍채좋은 사자로구나. 주림풍종 표범이며, 비웅비표 곰이요, 복희씨 양희생의 길너 내든 노양,산양, 창해력사 박랑사 저격허든 다람이며, 강수동류원야성 슬피 우는 잔나비, 꾀 많은 여우, 뿔 좋은 사슴, 돈피, 산피, 산양, 노루, 잘담부, 길담부, 늑대, 토끼, 너구리, 오소리, 멧돝까지 모두 다 모일 적의 이런 장관이 또 있느냐? ▶아니리 ""자 좌중에 통할 말 있소. 우리가 연년이 앉어 노는 자리에 상좌 없어 무미허고, 석양쯤 되면 어른존장 몰라보고 서로 물고, 차고, 뜯고, 수라장이 벌어지니, 오날은 연치를 따져 상좌 한 분으로 모셔놓고 좀 규모 있게 놀다 갈립시다."" ""그 옳은 말씀이요. 그러면 우리가 나이 자랑을 해봐야제, 저기 장도감 노루는 언제 났소?"" 노루가 깡장 뛰어 나앉더니, 나이 자랑을 허것다. ▶중모리 ""이내 나이 들어보소. 이내 나이를 들어보소. 기경선자 이태백이 날과 둘이 동접하야 광산십년 글을 짓다, 태백은 인재로소 옥경으로 승천허고, 나는 미물 짐생으로 이미 미천허게 되었으나, 태백과 날과 연갑이 되니 내가 어른이 아니시냐?"" ▶아니리 달파총 너구리 썩 나앉드니만은, ""자네 나이 들어보니 내 큰아들하고 벗 못 하게 생겼네."" ""아니 그러면 달파총은 언제 났는가?"" ▶진양조 ""이내 나이 들어보소, 이내 나이를 들어보소. 동작대 높은 집이 좌편은 청용각이요, 우편은 금봉루라 이교의 뜻을 품고 조자건의 글씨를 빌어 동작대부 운허든 조맹덕 조부와 연갑이 되니 내가 상좌를 못하겼나?"" ▶아니리 멧돝이 꺼시렁 눈을 끔적끔적거리고 나발같은 주둥이를 이리저리 두르고 입맛을 쩍쩍 다시며 나오더니만은, ""자네 나이 들어보니 내 큰손자하고도 벗 못 하것다."" ""아니 그람 저낭청은 언제 나셨소?"" 멧돝 나맞으며 허는 말이, ▶중중모리 이내 나이 들어봐라, 이내 나이 들어보소. ""한광무 시절에 간의대분를 마다허고 부운을 차일 삼고 낚시질 힘써 허든 엄자릉과 연갑이 되니 내가 상좌를 못하겠나?"" 토끼가 듣고 나앉으며, 토끼 듣고 나앉으며. ""저낭청도 내 아랠세?"" ▶자진모리 ""한나라 사람으로 흉노국에 사신갔다, 위국충절 십구년에 수발이 진백허여 고국산천 험한 길 허유허유 돌아오던 소중랑과 연갑이 되니 내가 상좌를 못 하겠나?"" ▶아니리 ""그라면 그 토선생이 상좌로 앉으시요."" 토끼를 상좌로 앉혀노니, 체소한 데다가 이놈이 경솔하기 짝이 없어 앞발로 귀를 떨고 야단이 났는듸, 때마침 호랭이가 한 삼사일 주린 놈인듸, ""내가 어디로 가서 이 주린 구복을 채울고?"" 하고 먹이를 찾으로 돌아다니는 판인듸, 마침 이놈들을 만나노니 어찌 반갑든지 그저 쏜 살 들어오듯, ""수르르 어헝 으르르르르"" 달려드니 그저 좌우 짐생들이 똥오줌을 벌벌벌벌싸며, ""아이고 장군님! 어디 갔다 인자오시오?"" ""음! 너 이놈들 지금 무엇들 하고 있느냐? 대관절 너이들이 뭣을 하고 있기에 나를 이렇게 시장케 했느냐?"" 토끼 나앉으며 ""애 저이들끼리 상좌 다툼을 하고 놉니다."" ""네 이놈들 차산중의 어른은 나 하나 뿐인듸, 너희들끼리 상좌니 중좌지 하좌니 허고 논단 말이냐?"" ""아이고 장군님 장군님은 용맹이 하도 출천허신께 어제 나셨더라도 그냥 상좌로 앉으시요. 그란디 그 속이나 알게 생신이나 좀 압시다? 대관절 언제 나셨소?"" ""글랑 그리 허여라"" ▶중모리 ""이놈들 내 나이 들어봐라. 너이 내 나이를 들어 봐라. 혼돈미분 태극초의 사정없이 넓은 하늘 한편짝이 모자라야 광석 따듬어 하날을 때우시던 여왜씨와 연갑이 되니 내가 어른이 아니시냐?"" 우르르르릉 어헝허고 달려드니, 좌우 짐생들이 깜짝 놀래며, ""장군님 상좌로 앉으시요."" ▶아니리 호랭이가 상좌로 앉고, 살찐 맷돝, 노루, 사슴, 너구리, 오소리 등을 요구감 내 놓고, 옹굴지게 논일판인듸, 이때의 별주부는 한편에 은신허여 이 광경을 보고, ""저렇게 많은 짐승들이 모였는듸, 어찌 토끼가 없을 소냐? 어쪘든 불러 볼 밖에 수가 없다."" 자래가 토끼를 부르랴고 헐 제, 수로만리 거친 파도를 아래턱으로만 밀고나와 어찌 뻣뻣 회불러 논것이 토짜가 호짜로 살짝 미끄러졌것다. ""저기 저기 토토토 호생원""허고 불러노니, 첩첩 산중에서 호랭이란 놈이 생원짜 말 듣기는 전후불견 초문이라. 상좌로 앉고보니 즉시 생원으로 존칭이 되는지라. 이 말이 어찌 반갑든지 만나보기로 작정을 하고 내려올랴고 허는듸, 거기 있는 짐생들한테 당부를 허것다. ""네 이놈들 저 밑에서 나를 찾는 손님이 계시니 그 손님을 맞이해 올 때까지 여기 가만 있어야 망종이제, 너 이놈들 한놈이라도 간 놈이 있으면, 돌아온 모음통에 사지를 찢어 방을 내걸고 팔족을 멸하리라! 반가운 손님을 맞아들인다는 것은 공부자의 도리니라. 그 손님을 모시고 올 때까지 여그 가만히 있으렸다."" 당부를 해 놓고 내려오는디, 이놈이 쓸고 내려오든가 보더라 ▶엇모리 범 나려온다, 범 나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생이 내려온다. 몸은 얼쑹덜쑹, 꼬리는 잔뜩 한발이나 넘고, 누에 머리를 흔들며, 전동같은 앞다리, 동아같은 뒷발로, 양귀 찌어지고, 새 낫같은 발톤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를 차르르 흐트며, 주홍입 떡 벌리고 어리렁 허는 소리 태산이 무너지고, 땅이 툭 꺼지난 듯, 자래 정신 없이 목을 움추리고 가만히 엎졌것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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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아니리
호랭이 내려와 사면을 살펴보며, ""거 뉘가 날 불렀나? 근래에 귀 밝은 것이 장 우환 되드라."" 잔말을 허여가며, 발 밑을 살펴보니, 꼭 쇠똥 말라진 것 같은 것이 있것다. ""이것이 날 불렀나? 꼭 도리방석 같이도 생겼고, 아니 이것이 목기인가? 목기 같으면 굽이 있을 것인디, 그도 아니고, 아 이것이 방구부챈가? 방구부채 같으면 자리가 있을 것인디 그도 아니고, 오 이것이 하나님 똥이로구나. 하나님 똥 먹으면 장생불로 헌다더라."" 크나큰 발로 자래 복판을짠득이 눌러 노니 자래가 못젼듸여, ""개가 뉘랴시오."" ""아이고 요것이 나보고 통성명을 허잔다. 그래 나는 백수지장 호생원이다. 너는 무엇이냐?"" 자래가 호생원이란 말을 듣고 자초 재화로 잘 죽는구나. 어찌 무섭고 겁이 나든지 바로 제 이름을 대버리난듸, ""예, 나는 남해 수국 자래세끼요."" ▶중모리 호랑이 반겨 듣고, ""얼씨구나 내복이야, 얼씨구나 내복이야. 내 평생 먹은 마음 왕배탕을 원했더니 자래라니 먹어보자."" 자래가 먹자는 소리에 기겁허여, ""아이고 소는 자래아니요."" ""그러면 무엇이냐?"" ""먹고 죽는 철남생이요."" ""남생이란 말이 더욱 좋다. 습개에는 단약이요. 치담치습 헌다허니 약으로만 먹어보자."" ""아이고 내가 두꺼비요."" ""두꺼비란 말이 더욱 좋다. 너를 산채 불에 살아 술에 타서 먹고보면 만병회춘 명약이라드라. 그져 먹어보자."" 으르릉, 자래가 더욱 기가 막혀 속으로 탄식헐제, ""못 살 것네, 못 살 것네. 이제는 꼭 죽었네. 내의 충성이 부족튼가 이 죽엄이 왼일이냐? 나 죽기는 설찬으나 영덕전 병든 용왕 어느 뉘랴 살려주며 옥빈홍안 젊은 처자 뉘랴 의탁을 허잔 말이냐?"" 슬피 통곡으로 울음을 운다. ▶아니리 아서라, 내가 기왕 죽을 배 있어서는 패술이나 마지막 써 볼 밖에 수가 없다. 움친 목을 길게 빼여 고성으로 허는 말이, ""네 이놈 늬가 내 성명을 잘 모르리라. 나는 남생이도 아니요. 두꺼비도 아니요. 남해수궁 자랑 별나리로다."" 호랑이 무식허여 자래 '별'모르고, ""별나리, 별나리, 그것 참 풍신보고, 직품 들으니 안암 밖으로 꼴불견이로구나. 허, 그렇다면 별나리께서 여기를 무엇허러 오셨으며, 모가지는 들어갔다 나왔다 으째 그리 방정맞게 삼겼는고"" ""너 이놈 늬가 네 목 근본을 잘 모르리라."" ▶자진모리 ""우리수궁 퇴락허여 엉덕전 높은 집을 천여간 지었으되, 추녀끝 돌아가다, 한발 자칫 미끄러져 어허 목으로 내려져 이 모양이 되였드니, 명의 다려 문의를 허니 호랭이 쓸개를 열보만 먹으면 즉효 약이 된다허기에, 우리 수궁서 호랭이 귀신을 잡어 타고 함경도로 내려가 백두산 호랑이 잡아먹고, 서울로 집어올라 삼각산 호랑이 잡아먹고, 이 산중 들어가 너를 보니 반가워라. 너 하나만 먹었으면 열번을 다 채우니 어찌 아니 반가우랴? 호랑이 귀신 거 있느냐? 비수검으로 호랑이 배 밧비 가르고 쓸개 내오너라! 식기 전에 맛을 보자!"" 이렇듯 말을 허고 앙금앙금 앙금앙금 앙금거려 달려들어 모진 이빨로 호랑이 뒷다리 가운데 달랑달랑 한놈을 꽉 물고 어찌 뺑뺑이를 처놨던지, ""아이고 조끔만 놓으시요! 제일 오장이 땡겨 못 살것소. 쪼끔만 노시요!"" ▶아니리 그 용맹이 출천한 호랑이가 꼼짝 딸싹 못 허고, 그대로 엎드러져 한바탕 비는듸, ▶진양조 ""비난이다, 비난이다. 별나리 전의 비난이다. 나는 오대차 독신이요. 삼십이 넘어 사십이 장근토록 슬하 일점 혈육이 없어, 내가 만일 이 자리에서 죽게 되면 우리 가문은 영 문 닫쳐 버리요. 차라리 이것 때고 내 왼눈이나 빼잡수시오."" ""이놈 안될 말이로구나. 아생연후살타허니 잔말 말고 쓸개만 내 놓아라"" ""아이고, 여기를 놓아야 쓸개를 드리지요. 제발 덕분의 살려를 주오."" ▶아니리 이렇듯 통곡을 허니 자래 생각컨대, 이만 했으면 이놈을 반 이상은 휘어 놓았것다. 너무 오래 가지고 있어도 이놈한테 힘이 모자라 도리어 봉변을 볼까 싶어 그저 실그머니 놓고 뚝 떨어져 노니, 이놈이 그져 도망을 허는듸, ▶휘모리 호랑이 뭉크럿다. 벌쩍 뛰어 달아난다. 큰 싸움의 화살 나듯 조총의 철환 나듯 초가성의 놀랜 패왕 개우남 출허난 격으로 태산을 넘어 강수 지내여 인흘불견 간 곳 없다. ▶아니리 겁짐에 어찌 뛰었든지, 해남 관머리에서 이지경을 당했는듸, 의주 압록강변까지 뛰었제, 이때의 별주부난 곰곰이 생각헌즉 내의 충성이 부족하야 아마 산신령이 변화하여 이리 된 것 같어 산제나 착실이 모시리라 생각허고 산제 지낼 채비를 허는듸, ▶중모리 반송 가지 꺾어 내려 광석 암상을 솰솰 쓸고, 추풍낙엽으로 자리삼어 정히 깔고, 떨어진 산과 목실 삼색으로 주어다가 좌홍 우백 갈라 괴고, 맑고 맑은 석간수를 제주 삼어 부어 놓고 석하의 괴좌허여 분향제배 독축을 허였으되, ▶축문 ""갑신 팔월 계유삭 초칠일 기묘 남해신 별주부 감소고우 산신국수전 하노니다. 남행용왕이 우연득병허여 백약이 무효트니, 명의가 지시허되 진세 퇴간을 쓰면 비단 신병지 거근야라. 겸차 연연낙수 운운고로 도월 원해삼만리하야 신궁자도 차산의 비금유수가 만산왕래이 본시 해중지소생으로 난변퇴자허여 자감민박지경을 대강앙고 하오니 복걸신영은 하감주부 지충하사 차산중 노퇴일수를 즉이치국 하옵심을 근이청작지천 우신복유상향"", 제배허고 일어나 좌우를 살펴보니 지성이면 감천으로 대차 토끼 한마리가 내려오는듸, ▶중중모리 그 임청택 요임중, 그 임청낵 요임중. 한 짐생이 내려온다. 저 짐생 생긴 모양 정신이 씩식허고 이목이 정즉허여 월중퇴 기상이라. 자래목의 화상내여 토끼보고 화상보니 월중퇴 망우러퇴 안면이 있구나. ""올타, 저것 토끼로다 아까는 내가 늦게 붙여 호랑이 만나 봉패 보았으나, 이번은 되게 붙여 볼러보리라. 저기 저기 퇴 퇴 퇴 퇴생원"" 허고 불러노니, 토끼가 듣고서 반긴다, 토끼다 듣고서 반긴다. ""거 뉘가 날 찾나, 거 뉘가 날 찾나? 날 찾으리 없것만은 그 누구가 날 찾어? 기산 영수 소부 허유 세이 가자고 날 찾나? 계명산 퉁소 불어 팔천병을 흣트랄제 풍의청병 날 찾나? 도화유수 무릉 가자 거주촉객이 날 찾아? 건넌산 과부 토끼가 연분을 맺자고 날 찾어"" 이리로 깡충 저리로 깡충 거덜거리고 내려온다. ▶아니리 토끼는 위에서 내려오고, 자래는 밑에서 올라가고 서로 찌웃 짜웃 허다가 이마와 코를 마주 쳐노니, ""아이고, 이마야!"" ""아이고, 코야!"" ""여보, 초면에 남의 이마는 어찌 닿소?"" ""오, 오비이락이오. 인역 이마 아프 줄만 알았지, 남의 코 아픈 줄은 모른단 말씀이요?"" 자래 오랭이에게 놀랜터라, 목을 우무리고 넙죽 업졌으니, 토끼 보고 허는 말이, ""이것 두리방석 같다. 한번 맞어보자!"" 팔짝 뛰어 앉어노니, 자래라 허난게 등을 누르면 목이 나오것다. 목이 실그머니 아노이 토기 깜짝 놀래, ""왔다, 이것 무었이냐? 그만 나오시오. 그만 나와. 어떤 놈이 도리줌치 속에 배암을 잡어 넣었다. 이제 나오나 보다."" 자래 못 견디어 등을 뜰썩허니 토끼 팔짝 자빠지며, ""아따, 그놈의 나무접시 같은 것이 등심은 대단허다."" ""거 뉘랴시오."" 토끼 대답허되, ""예, 나는 천상 월궁의 이음양 순사시하며, 대소월을 가림하며, 회초를 분별허든 예부상서 우러중퇴려니, 도약취중의 장생약 그릇짓고 상죄전 득죄하여, 차산중의 적하함에, 세상에서 이르기를 퇴공선생이라! 대접을 받고 사요.게는 뉘랴시오?"" ""예, 나는 남해수궁 자랑별나리러니 즉문 진세지 서명하고 불언천리 이래렀다 피차 이리 만나기는 천만몽회요, 구왕성하려니 하산경지 매하달이요."" 토끼 욕먹난지 모르고, ""거 우리 두문장 만났으니 문자 져룸이나 한번 합시다."" ""그럽시다. 피차 이리 만나기는 출가외인요, 양생화매요, 법치불행은 장고통속이요."" ""막비왕토요"" ""우이독경이요"" ""여필종부요"" ""숙불환생이요"" ""여담절각이요"" ""세모방천이요"" ""아가사창이요, 어동육서요"" ""홍동백서요, 좌포우혜요, 친사돈통가문이요, 일구이언허는 자는 삼천억부지자요."" 토끼 욕을 많이 먹것 많은 모르고, ""그 나도 유식허려니와 별주부도 문장이요그려"" ""그런듸 퇴서방 어찌왔소?"" ""아, 불르기에 왔지요. 별주부는 어찌왔소?"" ""세상이 좋다기로 구경차로 나왔으나 별 흥미를 모르겠으니 퇴공 좀 일러주오?"" 토끼란 놈, 이말을 듣고 지 몸을 자층 추어 잘아삼어 허는 말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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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중모리
""이 내 몸이 한가하야 일모황혼 잠이 들어 우러출동령 잠을 깨어 진세간 배회헐제, 임자 없는 녹수청산 내집 삼어 왕래 값없는 산과목실 양식 삼어 포식 허니 신여부운 무시 비라. 명산찾어 완경헐제 여산 동남 오로봉과 진국명산 만장봉 첩고무산 십이봉 봉래 방장 영주산 태산 숭산 화산이며, 만악의 천태산 아미산 수양산 동금강 서구월 남지리 북향산 가야산 속리산을 구경 허고 무산의 낙조경과 양곡의 일출경을 익력히 보았으니, 등태산소천하 공부자 대관인들 이 여서 더할소냐? 안기생 적송자도 내의 제자 삼어 두고 장생불로 가르치며, 이따금 심심하면 종아리 땅당 치니, 이내 호강이 어떠헌가?"" ▶아니리 자래 그 말 반겨듣고, ""참 좋은 말씀이요! 세상의 제일 가는 호걸이요그려, 그러나, 퇴선비 상을 잠깐 살펴보니 얼굴은 일색이나 미간의 화망살이 들어 죽을 액을 꼭 여덟번 격끄겻소."" ""허, 여보쇼. 내가 설령 그런다 허드라도 그 안전에 그런 박절한 말이 어디있단 말이요?"" ""화를 내실 것이 아니라 내가 잠깐 토공 상을 일러줄 테니 들어보시오."" ▶자진모리 ""일개한퇴 자내 몸이 삼춘구추 다 보내고, 대한엄동 설한풍 만악의 눈 쌓이고 천봉의 바람칠제, 화초 목실 바이없어 어둑한 바우 틈, 벗 없이 앉은 모냥, 채운 편월 무관수의 초희왕의 고생이요, 일월고초 북해상의 소중랑의 곤궁이라. 주려 죽을 자네 몸이 삼동고생을 다 보내고, 벽도흥행 춘이월의 주린 구복을 채우랴, 심곡심산 기다릴 제, 골골이 묻친 것 목다래 엄착귀요. 지속으로 도난 것 사냥개 모리꾼 험산곡 있난 것은 토끼였난 아호로다. 송하의 숨은 것 잘 놓는 저 포수 오난 토끼를 노랴허고 왜물조총 약을 잡어 대돈잡이 철환 넣어 불 박이 손의 들고 은근이 앉졌다가 토끼 앞의 당도 허면 한 눈 찡그리고 반만 일어서면 불 빛에 불 반짝 쾅"" 허 총노니, ""아익 그런 총소리 내지 마오. 우리 삼대가 총으로 다 망했소."" ""그라면 어디로 가꼬 그라면 어디로 갈꼬 들로 내려가제."" ""은왕설탕 가신 후의 그 그물 뉘가 들며 들로 나려 토끼은신 숨풀 속의 막대로 뒤다리며 워리 오호 쫓난 것 술 먹은 초동이라. 그대 신세 생각 허면 적벽강산 전패 허든 조맹덕의 정신이라. 적은 눈 부릅뜨고 짜른 꽁지 뒷 찌고 험산고산 절벽상 바비 바삐 달아날제, 목궁기 쓴내나고 밑궁기 조총 놀제 조생모사 자내신세 한가허다고 뉘랴허며, 만산풍경 좋다헌들 무슨 정의 완월? 무슨 정의 유산헐까? 안기생 종아리 때렸단 그런 거짓말일랑 날 다려 다시 마소."" ▶아니리 토끼 듣고 넉이 없어, ""여버 그러면 수궁풍경 소식 좀 들어봅시다. 내 세상은 이렇게 복잡허려니와 수궁풍경 좀 들어봅시다."" ""말이라 허는 것 들으면 병이지요. 이러게 팔란 세상 살든 자네가 수궁풍경 소식 듣고 가기로 하면 내가 한등짐 헐 터이니 부질 없제"" ""아 주공, 그 붕우유신이란 말도 있고 추우강남이란 말이 있는듸 벗은 몰라보고 혼자만 알려코져허니 참 무식하기 짝이 없구만."" 별주부 속으로 은근이 좋아라고, 오 그렇다면 내 이를테니 들어보시오."" ▶진양조 ""우리 수궁 장관이라. 천양지간의 무변대해 영덕전 높은 집을 천여단 지였으되, 호박기둥 황금주추 산호주로 난간허여 수궁패궐은 영롱허여 삼광을 웅허였고, 곤의 수상 황홀허여 오복을 갖췄으니 우리 용왕 즉위허사 만조귀시허고 백성이 앙덕이라. 앵무 금잔의 천일주 천빈옥반의 불로주 빈사과를 실토록 자신후의 수궁미색 수십 명을 좌우로 늘어세우고 자언거수승거산이라. 요지로 들어가니 칠백리 군산들은 무산에 빗겨있고 삼천사 해당화는 약수에 붉어있다. 해내 태평허여 월청명 추강상 어적 소리 화답하며, 경수위수 회수낙수 흑거흑래 노닐 적에, 청풍적벽 소자첨과 애월허던 태백이도 수궁풍경 보았으면 세상에 머물쏘냐? 원컨대 퇴선생도 나 따라 수궁가면 늠늠한 저 풍신의 용호 대장이 틀림없으니 무실차기 따라가세."" ▶아니리 토기 듣고 허난마리, ""수궁 천리 먼먼 길에 일거 소식 끊어지면 그 아니 원통허오."" 자래 듣고 또 다시 구변을 내는듸, ▶중중모리 ""수궁천리 머다 마소. 수궁천리 머다 마소. 맹자도 불원천리 양혜왕을 가보았고, 궁팔십 강태공도 은국을 이별허고 멀고먼 귀주 가서 문왕 만나 귀의되고, 백이해도 목공 따라 진국의 재상되고, 한신도 소하따라 한나라 대장되니, 원컨대 퇴선생도 염려말고 따라가세, 염려말고 따라가세."" ▶아니리 ""그 원일경지 수궁이라. 그렇다면 갑세."" 따라가기로 작정이 되어 내려가는듸, ▶중모리 자래는 앞에서 앙금앙금, 토끼는 뒤에서 깡총깡총, 원로수변을 나려갈제, 건넌 산 바우틈에 깊이 묻힌 여우 썩 나서며, ""이에, 토끼야"" ""워야"" ""너 어듸 가느냐?"" ""오냐, 나 별주부따라 수궁 간다."" ""수궁은 뭣하러 가느냐?"" ""훈련대장 허럭나다."" ""허허, 자식 어린지고, 너희들 수작헐제, 내 근처 은신허여 다 들었다. 가지마러라, 가지마라. 수궁에 들어가면 칼 잘 쓰난 위인 형가 역수한풍 슬픈 소리 장사일거 제 못 왔고, 소소강 모은 간의 제녀도 울어있고, 녀녀춘초 푸른 곳의 왕손도 귀불귀라. 토끼 너도 수궁가면 돌아오지를 못허리라. 수궁인지 위방이라, 위방불입이요, 난방불거라. 가지마러라, 가지를 마라. 내말 듣고는 가지를 마라."" ▶아니리 ""앗, 차차차 하마터면 큰일날 뻔허였고, 별주부 잘 가시요. 나는 오든 기로 돌아가며 맹감이나 따 먹지."" 토끼 깡총깡총 돌아가니 별주부 기맥혀, ""여보 토공, 그 가기는 가소만은 내 말 한자리만 듣고 가소. 그런 게 아니라, 저 녀석이 일전에 남해수면으로 가재 사냥 내려왓다, 실족하여 물에 빠져 거의 죽게 되였을 제, 때마침 우리 수궁대장 범치 세상구경 나갔다가 저녀석을 건져 업고 수궁으로 돌아오니, 용왕이 보시고 풍신이 점잖타고 호반대장 허라허니 마다허고, 궁중에 무임으로 있다가, 저 방정맞은 것이 시녀 간통을 해서 어전곤장 삾 도에 축출 허여 쫓았더니, 저 놈이 남도 못 되게 방해를 치네 그려, 그러니 올라면 오고 말라면 말소."" 토끼 생각컨데 대차 여우 심사를 아는지라. 그럴 법도 하것다. ""여보 별주부 같이 갑세. 하여튼 남해수변 당도허여 물이 발목 물 만지면 가려니와 허리 물 만져도 내가 못 가제."" 물은 얇은 곳이니 어서 내려가세. ▶진양조 남해수변 당도허니 세우주의 돛을 달고, 도용 도용 떠난 배는 한가한 초강어부 풍월 실로 가는 밴가? 범피창과 높이 떠서 청강홍미 무한경을 백구다려 문답을 헐저, 소소한풍 추야월의 울고 가는 저 기럭아, 너 어듸로 행하느냐? 소상동정 어데두고 여관한둥 잠든 나를 늬가 어이 깨우느냐? 여산 동남 물결이 위르르르 출렁출렁. ▶아니리 ""아이고 이 물 보아라! 바가지 없는 때 물 쓰고 꼼짝달싹 없이, 어복고혼이 되것구나. 여 별주부 잘 가시요. 네 수궁 들어가서 용 되야도 못 가것네,"" 도로 깡총깡총 올라가니, 별주부 이제는 저 놈의 자식을 한 번 질러 볼 밖에 수가 없다. 호령을 허는듸, ▶자진모리 ""아따, 이놈아 잘 가거라. 벼슬하러 가자허니 물 무섭다. 헌단 말과, 장부가 의심이 많으면 대소성사를 못 허는 법이라? 넷의 인중 쩌룬 운이 무슨 복이 있으며, 미간의 희망살이 들어 내일 일 모시 김포수 날랜 철환 한 정수리 쾅, 총이나 맞어 뒤져라, 이 녀석아."" ▶아니리 ""여보, 별주부 수국 들어가면 화살 면하고 사오리까?"" ""아 수국과 화살하고는 대 상극이라 총이라고는 그림자도 없제."" 토끼 제일 총 없단 말에 반겨듣고 아조 가기로 작정허여, 버드나무 젓 가지를 앞발로 휘어잡고 뒷발을 물에 넣으니 물은 벌써 턱 밑에 오르난듸, 발 밑으로는 수만길이것다. 겁을 내여 올라오랴 힘을 주니 가지는 점점 찌어져 물에 잠기거날, ▶자진모리 저 자래 거동 봐라. 토끼 두귀를 검쳐 잡고 그져 끗고 들어가니, ""이애 별주부야, 쪼금만 놓아라."" ""네 이놈 잔말 마라. 짠물이 입에 들면 벙어리가 되느니라."" 이물고개 저물고개 이리저리 들어갈제, 이놈을 딱 검쳐 업고 둥덩실 떠들어가는듸, 소상팔경 다 구경하며 들어가것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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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진양조
범피중류 둥덩실 떠나간다. 망망헌 창해이며, 탕탕헌 물결이라. 백빈주 갈매기는 홍요안으로 날아들고 삼강의 기러기는 한수로 돌아든다. 요량한 남은 소리 어저어 여그련만 곡종인불견의 수봉만 푸르렀다. 애내성중만고수는 날로 두고 이름인가? 장사를 지내가니 가태부 간 곳 없고, 멱라수를 바라보니 굴삼려 어복충혼 무양도 허시든가. 황학루를 당도허니 일모향관하처시오. 연파강상 사인수난 최호의 유적이요. 봉황대를 돌아드니 삼산반락청천외요, 이수중분백로주는 태백이 노든 데요. 심양강을 당도허니 백낙천 일거후에 비파성이 끊어졌다. 적벽강을 그져가랴. 소동파 노던 풍월 의구하여 있다마는 조맹덕 일세지웅 이금의 안재재요. 월락오제 깊은 밤의 고소성에 배를 메니 한산사 쇠북 소리는 객선에 뎅뎅 들리는구나. 진회수 건너가니 격강의 상녀들은 망국한을 모르고서 연농한수월롱사의 후정화만 푸르는구나. 악양루 높은 집이 호상에 솟아있고 무산의 돋은 달은 동정호로 비쵸오니 상하천광이 각색으로만 푸르렀다. 삼협의 잔나비는 자식 찾는 슬픈 소리 천개소인의 눈물이라. 한곳을 점점 당도허니 악양루와 같은 누각의 황금대자로 새겼으되 남해 영덕전 수정문이라. 둥그렸이 걸렸거날, 그 곳을 점점 들어가니 천지가 조용허고 엄연한 별세계로구나. ▶중모리 자래 등의 선듯 내려 좌우경개를 살펴보니, 동을 바라보니 일륜홍이 어려있고, 서를 바라보니 일발청산 층층헌디 비취색이 어려있고, 북을 바라보니 약수 삼천리 해당화 장이 좋다. 깊기는 깊다만은 들어와보니 별천지로구나! 이러한 좋은 곳의 글을 한수 못 지어야 훈련대장을 헐 수 있나? 토끼 글을 한 수 읊을 적에 "산중유객이 도용궁허니 사해풍광 입안중이라." ▶아니리 "여보 토선생 방금 읊은 그 글이 우리 훈련대장감 글이 분명허오. 여기 잠깐 앉어 계옵시면 우리 수궁 남여 내보낼 것이니 그것 타고 들어오시오." '그리 허오" 별주부 충충 들어가 진세에 나갔던 별주부 현신이요. 용왕이 반기허여 "만리원경을 무사히 다녀왔으며 토끼는 잡어왔는가?" "예이, 대왕의 성덕으로 만리원경을 무사히 왕래하옵고 진세일개퇴를 생금허여 항우 수정문 밖에 대령하였나이다." "기특타 주부지충이여!" 어주를 내려 치하하신 후에, "어서 토끼 잡어 들여라." 하고 영을 내려노니, 토끼 밖에서 이 말을 듣고 있다 "아차 내가 사지를 들어왔구나! 내가 이제 도망을 가자헌들, 수로만리를 독행으로 갈 수 없고 수국중에 숨자허니 내 몸에 표가 나니 아이고 이 일을 어쩔거나." 자탄하고 있을 적에, ▶자진모리 강신 나졸 별군직과 수많은 도로목, 해 모지리 청사홍사 가막쇠를 요하의 빗겨 차고 우르르르 "토끼 계 있느냐?" 토끼 깜짝 놀래 "아이고, 나는 토끼 아니요." "그러면 무었이냐?" "도둑 지키는 개요." "개라니 더욱 좋다. 삼복에 너를 잡아 약개장도 좋거니와 장보간이 더욱 좋다. 이 개 바삐 말아가자." "아이고, 내가 망아지요." "말이라니 더욱 좋다. 요단항장철리마로다. 연인도 오백금으로 죽은 뼈를 사갔으니, 너를 산차 말아다 대왕 전 바치며는 천금상을 아니 주랴. 이 망아지 말아가자." "아이고, 내가 송아지요." "소라니 더욱 좋다. 도탄에 너를 잡어 양기 두족, 갈비, 양, 횟감이 진미로구나. 이 소 바삐 말아가자." 이런 제기럴 헐 놈들이 동의보감을 얼마나 보았는지 저렇게 아는 놈들은 처음 보았네 "아이고, 내가 늬 외할애비다." 여러 놈이 달려들어 청사홍사 가막쇠를 이리저리 질끈 묶어 주장대 쿡 찔러 영덕전 너른 뜰의 대량대량 들이 매고 동댕이쳐 내 던지며 "토끼 잡어 들였소." ▶아니리 용왕이 반기허여 이만 허고 보시더니 "그것 참 약되게 생겼다. 듣거라, 내 우연득병하여 필사지경에 이르렀는듸, 명의가 지시허되 늬 간을 쓰면 즉혀헌다 허기에, 어진 신하를 보내여 너를 잡어왔으니 이에 죽노라 한을 마라. 너는 일개 녹림초신이요, 짐은 수국 왕이라. 늬 간을 써 왕명을 보존할진데 무슨 한이 있을꼬. 네가 죽드라도 늬 신체는 비단으로 감장하여 칠곽에 정히 담어 장풍행양 천리행용 일석지기 좋은 자리 분별해 써줄 것이요. 또한 정조한식 단오추석 제사라도 착실히 분별해줄 것이니 너 죽는다 한을 마라. 토끼 하릴없이 죽게 되었구나. 우자천여의 필유일득이라. 한꾀를 넌즛 생각 허여 흩어진 정신을 가다듬어 조금도 안색을 변치않고 천연이 여짜오되, ▶중모리 "소퇴 한 말씀 아뢰리다. 소퇴 한 말씀 아뢰리다. 회음 땅 한신 이는 소하따라 파촉 가옵기는 한왕 섬길 마음이요. 궁팔십 강태공도 주나라 가옵기는 문왕 섬길 마음이요. 남양 땅 게잘량도 한나라 가옵기는 현덕 섬길 마음이요. 소퇴도 별주부 따라 수궁 들어옵기는 대왕 섬길 마음이라. 분골쇄신 허올진데 추호기망 허오리까! 시일갈상 노래소리 억조창생 원망중의 탐학한 상주인군 성현의 뱃속의 칠궁기가 있다허여 비간의 배 가르니 일곱궁기가 있더니까? 소퇴도 배를 갈라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 간이 없고 보면 불쌍한 내의 목숨 어찌 다시 구허리까? 당장의 배를 따 보옵소서." 용왕이 듣고 화를 내여 "이놈, 네 말이 간괴허다. 의서에 일렀으되, 비수병즉구불능식허고 담수병즉설불능언허고 신수병즉이블능청허고 간수병즉목불능시라, 간이 없고 눈으로 어찌 만물을 보느냐?" "예, 소퇴가 아뢰리다. 소퇴의 간인즉 월륜정기로 삼겼삽기로 보름이면 간을 내고 그믐이 되면 간을 들입니다. 세상의 병객들이 소퇴가 얼른허면 간 달라기로 보채기로, 간을 내여다가 파촛잎에다 가만히 싸서 칡노로 칭칭동여, 영주 석상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다 달아두고, 도화 유수 옥계변에 목욕차로 나려왔다, 우연이 주부를 만나 수궁 흥미가 조다기로 완경차로 왔나이다." 용왕이 또 화를 내는듸 "이놈, 그 말도 간괴허다. 사람이나 짐생이나 일신지내장은 다를 바가 없는듸, 어찌 간을 내고 들이고 임의대로 출입허는고?" "예, 소퇴가 아뢰리다. 예 소퇴가 아뢰리다. 대오아은 단지기일이요 미지기이로소이다. 복히씨는 어찌하여 사신인수가 되었으며, 신농씨 어찌 허여 인신우수가 되였으며, 대왕은 어찌 허여 꼬리가 저리 기다란 허옵고, 소퇴는 무삼 일로 꼬리가 이리 묘똑 허옵고, 대왕의 옥체에는 비늘이 번쩍 번쩍, 소퇴 몸에는 털이 요리 송살 송살 가마귀로 두고 일러도 오전 까마귀 쓸개 있고, 오후 까마귀 쓸개 없으니, 인생만물 비금주수가 모두가 한가지라 허옵시니 답답치 아니 허오리까?" 용왕이 반이나 옳이듣고 "그러면 간을 내고들이고 임의대로 출입허는 표가 있느냐?" "있지요" "어듸보자." "자, 보시오" 뻘그런 궁기 서이 늘어 있거날 "저 궁기는 어쩐 내력인고?" "(가사집에 이부분이 빠져있습니다) 을 아뢰리다. 한 궁기로는 대변보고, 또 한궁기로는 소변을 보고, 남은 궁기로는 간 내고들이고 임의로 출입허나이다." "그러면 간을 어디로 넣고 어디로 내느냐?"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옵기로, 만물시생, 동방삼팔목, 서방사구금, 남방이칠화, 북방일육수, 중앙오십토, 천지음양 아침 안개, 저녁 이슬 화하야 입으로 넣고 밑궁기로 내옵기로 으뜸간이 되나이다. 미련허드라 저 주부야! 세상에서 날 보고 이런 이약을 허였으면 간을 보차 가지고 들어와 대왕 병도 즉차즉효허고 저도 충신이 나타나 양주양합이 좋을텐듸, 미련허드라 저 주부야 만사지탄이 쓸데 없네." ▶아니리 "그러면 세상에서 네 간을 먹고 즉효한 사람이 있느냐?" "예, 있지요." ▶중중모리 "소퇴의 할애비 풍경을 좋아허여 유산유수 노닐제, 목욕차로 내려오다 실족하여 물의 빠져 거의 죽게 되었을제, 한무제 제신들이 구선허여 나왔다, 건져주어 살았기로 그 은혜 난망허여 간 조끔 주었더니 동방삭이 투식허여 삼천갑자를 살아있고, 위수로 돌아가다 간 내어 씻었더니 궁팔십 여상이도 낚시질 나왔다가 기갈이 자심허여 그 물 조끔 떠 마시고 달 팔십 더 살았고, 안기생 적송자도 우리 간 얻어먹고 장생불로 허였으니, 원컨대 대왕께서도 소퇴 간 자시면 천천 만만세를 태평으로 누루리다." ▶아니리 용왕이 토끼에게 아조 둘리어 "토선생 해박하라" 토끼를 해박하여 전상의 앉힌 후에 용왕이 인사허시되 :퇴공은 거양게허고 과인은 쳐수부하야 불상통섭이러니 오날 피차 이리 만나기는 천만몽외로시! 어서 토선생에게 술 올려라." 수궁 미색 전어 단정히 괴자허고 동정춘주 가득 부어 토끼에게 올리니, 토끼 황공대왈 "대왕이 이다지 관대허시니 뼈를 갈아들인들 무슨 한이 있으리까? 그러나 소퇴는 과맥전 대취로소이다." "퇴공이 과인을 위하여 원해만리를 수고로이 왔다가 내정이 섭섭하니 한 잔만 받게." 토끼 사양타가 "이렇게 권하시니 사차불피로소이다." 일성 산골 물만 먹든 놈이 동정춘주를 알 수 있나, 한 잔을 맛보더니 "참, 술 맛 좋소! 거, 한 잔만 더 주쇼." 맛에 취해서 십여잔을 먹어노니 취홍이 도도허여, 수궁 물이 발목 물로 알고 한번 노니는듸, 때마침 토공을 위하야 또한, 수궁풍류가 낭자허것다. ▶엇모리 수궁의 갖은 풍류, 수궁의 갖은 풍류, 왕자진의 봉피리, 곽처사의 죽장고 찌지렁쿵 쩍쿵! 장자방의 옥퉁소 뗏떼루 떼루, 성련자 거문고 둥덩기 둥덩, 혜강의 해금이며, 격타고 취용적 능파사의 어부사, 우의곡 채련곡 곁들어다 노래헐제, 낭자한 풍악소리 수궁이 진동헌다. 토끼도 좋아라고, 토끼도 신명내여, "얼시구 절시구 지화자자 좋을시고, 약일 내라, 약일 내라, 내의간이 약이여. 위수변 강태공도 내간을 먹고 궁팔십 달팔십 일백육십을 살았고, 동방삭이 날 만나 간 좀 달라기에 팥알만큼 주었더니 삼천갑자 만팔천 장생불로 허였네, 대왕의 환우도 내의 간 자시면 천천 만만세를 태평으로 누릴 터니 어찌 아니 좋을시구 지화자자 좋을 씨고," ▶중중모리 앞내 버들은 청포장 두르고 뒷네 수양은 유록장 둘러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흔들흔들 우질 우질 춤을 출 적에 앞발을 번뜻 추켜들고 촐랑촐랑 노는구나. ▶아니리 귀밝은 대장범치란 놈이 토끼 뒤로 졸졸 따라다니며 노니는 판인듸, 촐랑거리는 소리를 듣고 "토끼란 놈 뱃속에 간 들었다." 큰소리를 쳐노니, 토끼 깜짝 놀래 "네, 이 녀석 내 뱃속에 무얼 보고 간 들었다 허느냐? 내 뱃속에 무슨 소리를 듣고 간 들었다 허느냐? 내가 늬그 수궁 들어와 먹은 것이 뭐 있느냐? 아, 이놈아, 빈속에 술잔이나 들어가 노니, 똥덩어리 노는 소리 듣고 간 들었다 허는구나." 토끼 생각허되 군자는 가이지방이요 견지이작이라. 뺀 짐에 주짜가 제일 상수지, 뺀 짐에 뺄 수 밖에 없다. 대왕전 아뢰옵되 "병세 만만 위중하오니 소퇴가 어서 세상을 나가 간을 가지고 들어와 왕명을 보존하겠네다." 용왕이 반기허사 별주부를 또다시 진명을 허니, 별주부는 토끼란 놈 뱃속에 간이 들었는듸, 세상에를 다시 나가라고 하니 주달을 허는듸, ▶진양조 별주부 황공대왈 "신의 충성 다 베풀어 원해 삼천리를 겨우 잡어들인 토끼를 뱃속에 달린 간 아니 내고 보낼진데 세상 웃음이 될 것이요. 내가 칠종칠금허든 공명지도 아니어든 한번 놓아 버린 토끼 어찌 다시 구오리까? 배만 가라 보옵소서, 배만 갈라 보옵소서." ▶중중모리 토끼가 듣고 일어서며, 토끼가 듣고 화를 내여 "왔다, 이놈 별주부야, 늬 말이 당찬 허다. 왕명이 지중커늘 늬가 어이 기만허랴. 옛 말을 못 들었나? 상조의 몹쓸 마음 비간의 배 가르니 칠구도 못 보았고, 하걸이 학정으로 용봉을 살해코 미구에 망국을 모르더냐? 너도 이놈 내 배를 갈라보아 간이 들었으면 좋으려니와 만일 간이 없구 보면 불쌍한 내의 혼백 수로만리 갈 수 없고, 너의 나라 원귀되어 연병시병 퍼질진데 너의 용왕 십년 살 것 하루도 못 살터이요. 너의 수국 만조백관 한낮한시 모두다 멸살시키리라 아나 배 갈라라 아나 엿다 배 갈라라 똥밖에는 든 것 없다. 내 배를 갈라 늬 보아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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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정회석 - 소릿길 소리사랑 - 수궁가(실황) (2000)
▶아니리
용왕이 토끼 거동을 보고 요망한 짐생이 사가 되어 그럴 법도 하겄다. "다시 일구이언허는 자는 어망 살로 정배출송하리라." 이렇듯 어명을 허여노니, 별주부 하릴없이 토끼를 업고 세상을 다시 나오는듸, ▶진양조 가자가자 어서 가자. 이수를 건너 백노주를 어서 가자. 고국산천이 어디메뇨. 삼산을 바라보니 청천외 멀어있고, 일락장사추색원허니 부지하처조상군고. 한곳을 당도허니 한 사람이 나오는듸 푸른 옷 입고 검은 관을 쓰고 거수에 읍을허며, "토공은 수로왕래상거천이라 하이즉차오?" 토끼대왈 "기경청산허니 관불과제관이요, 탁족무림허니 태불과봉황이요, 소무지식허고 유매평생이라. 소문강호지 흥미허고 오복풍경지측차로다." 귀인이 듣고 평일 장탄왈 "군불견 삼여대부 어복지혼의 내 일찍 세상에서 이충사군허옵다가 시운이 불행허여 이물의 물에 잠겨 영불출세 서른 뜻과 내의글 외웠다가 추천일월 밝은 세상의 음풍영월 문상재사들께 천고지원 지해주소." 그 글에 허였으되 "제고양지묘예혜여 짐황고왈백용이라. 유초목지 영락해여 공미인지모로다. 거세개탁이어든 아독청허고, 중인이 개취어든 아독성이라." 창연이 생각을 허니 이 난 만고충신 굴언이로구나. ▶단중모리 백마주 바삐 지내 적벽강 당도허니, 소지노화월일선 추강 어부가 빈배. 기경선자 간 연후 공추월지단단. 자래 등에다 저 달을 실어 우리 고향을 어서 가. 환산농명월 원해근산이 좋을시고. 위수로 돌아드니 어조하든 강태공 기주로 돌아들고 은린옥척 뿐이라. 벽해수변을 당도하야 깡총 뛰어내려 모르는 체로 가는구나. ▶아니리 고고 태산으로 올라가더니마는 "별주부 어서 일리 올라오시오 간 줄 테니 어서 올라오시오." 별주부 딱 쳐다보니 층암절벽이라. "아이고 내가 거기를 어떻게 올라간단 말이요." "저리 돌아 올라온다허면 수백리나 될 것이니, 이리 막 앞으로 기억올라오시오."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는 못 올라가것네." "오 그러면 좋은 수가 있소. 내가 칡넝쿨을 걷어가지고 홀롱기를 해서 내려 보낼테니, 목을 걸고 올라오든지 다리를 걸고 올라오든지 양가지로 허소." "글랑 그리 허오." 칡넝쿨을 걷어 가지고 홀롱기를 해서 내려보냈것다. 별주부 그져 목을 쑥 빼어 홀롱기 안에다 딱 넣어노니, ▶느린 중모리 토끼놈 거동을 보아라. 홀롱기를 쥐여들고 홰홰 돌려 젯쳐노니 나무쟁반 떠나가듯, 해상의 배 떠나듯 공중의 둥둥떠 하릴없이 죽었구나. "네 이놈 별가놈아 늬가 나를 살살 꼬여 너의 수궁 들어가 내 배를 갈라 간을 내여 너의 용왕 준다 허였더냐? 동풍의 음건허여 빳밧 말라 뒈지거라. 왕배탕이 좋을시고, 들랑날랑 허는 목을 늘여서 죽이리라!" 홀롱기 측끈을 낭귀다 매고 산천으로만 올라가는구나. ▶아니리 그때여 별주부는 하릴없이 죽게 되였는듸, 목이 딱 짤리오느니 말인즉 헐 수 있으리요마는 속으로 자탄허는 말이 소리가 되니 듣게되었던 것이었다. 별주부 기가 막혀 통곡으로 우는 말이, ▶진양조 "아이고, 아이고 내 신세야. 나 죽기는 설찮으나 내가 만일 죽게 되면 영덕전 병든 용왕 어늬 뉘랴 살려주며, 북당의 학발양친 옥빈홍안 젊은 처자를 뉘랴 의탁을 허드란 말이냐." ▶아니리 이렇듯 설리울제. 어째 산신님이 살렸던지. 하나님이 감동을 허였던지 묘하게 홀롱기 벗어져 홰홰 둘러 내민 돌에 부딪쳐 떨어져노니 등이 난리가 되었구나. 이랬으면 그만 돌아가야 할일인듸, 원체 충성이 지극한 별주부라. 가는 토끼 다시 불러 "여보 토공 아 이렇게 쩡쩡한 제담 그만 허시고 간이나 좀 띠어주고 가시오." 가든 토끼 다시 돌아오며 욕을 한번 퍼붓는듸 대욕을 허는가 보더라. ▶중모리 "재기를 붙고 발기를 헐 녀석. 뱃속의 달린 간을 어찌 들이고 내드란 말이냐? 미련허드라 미련허드라 너그 용왕이 미련허드라. 느그 용왕 미련키 날 같고, 나 슬기롭기 느그 용왕 같거들면 영락없이 죽을 것을, 내 밑궁기 서이 아니어든 내 목숨이 어이 살았겼나? 내 돌아간다 내가 돌아간다. 백운청산을 내 돌아간다." ▶아니리 "내 이놈, 별주부야! 늬 소행을 생각허면, 내 발뒤꿈치로 늬 복판 콱콱 밟아 옹구짐 뿌시거 놓듯 헐 일이로되, 늬가 만리원경을 날 업고 왔으니, 그 은혜로 화재하나 해줄 터이니 그대로 약 써보아라. 거 늬그 수궁 들어가니 이뿐 암자래 많튼구나, 하루 일천오백 마리씩 집어 다려서 멕이고, 그래도 안 낫거든 복장이 가루를 천적을 만들어 오자대을 지어 무시 복으로 그져 주야로 퍼 먹여버려라. 그러면 죽든지 살든지 일 마쳐버리리라. 그렇지 않으면 염라대왕이 늬 할애비라도 살 수가 없다. 이 녀석아!" 토끼는 이러고 올라갔제. 별주부 기가 막혀 "내가 이리 될 줄 알았지. 내가 이제 도경으로 수궁을 가자 헌들 무슨 면목으로 용왕을 배올거나." 별주부 하릴없이 탄식하며 도경으로 돌아가고, 토기란 놈 살아 나왔다고 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거덜거리고 노니다 토끼 덫에 딱 걸려노니 "아이고 내가 또 죽게 되었구나! 차라리 이리 될 줄 알았으면 수궁에서 죽었더라면 정조, 한식, 단오, 추석 제사라도 착실이 얻어먹고 백골이라도 암장헐걸, 이제는 뉘놈의 뱃속의 장사를 허드란 말이냐!" 죽을 것 각오하고 있난듸, 때마침 쉬파리 때가 왱하고 달라들제 "아이고 쉬 낭청 사촌님 어디 갔다 인자 오시오." "너 일 참 잘 되었구나!" "그저 내 등에 쉬나 좀 쓸어주면 살 도리가 있소." "늬 아무리 꾀 많은들 사람의 손을 당할쏘냐. 사람의 내력이라는 건 내 일장 중에 있나니 내가 이를 테니 들어봐라." ▶자진모리 "사람의 내력을 들어라. 사람의 손이라 허난 게 엎어 노면 하날이요. 뒷세놓으면 땅인듸, 이리저리 금이 있기는 일월 다니는 길이요. 엄지 장가락이 두 마디 기는 천지인 삼재요, 지가락이 장가락만 못 하기는 정월, 이월,삼월, 장가락이 그 중에 길기는 사월, 오월, 유월이요, 무명지가락이 장가락만 못 하기는 칠월, 팔월,구월이요, 소지가 그 중에 저룹기는 시월,동지,섣달인듸, 자오묘유가 여그 있고, 건감간진손이곤태 선천팔괘가 여그 있고, 불도로 두고 일러도 감중연 간상연 여그 있고, 육도를 부려 대장경 천지가 모도 일장중이라. 늬 아무리 많은들 사람 손을 당할쏘냐? 잔말 말고 너 죽어." ▶아니리 "그저 죽고 살고는 내 순단에 있는 것이니, 내 등에 쉬나 좀 쓸어주시오." "글랑 그리 허여라." 지 동지 수만 마리를 부르더니 쉬를 담뿍 쓸어놓고 날아갔제. 토끼란 놈은 쉬 한 짐 짊어지고 죽은 듯이 엎졌는듸, 때마침 초동들이 모두 아침밥 일찍 먹고 심곡심산 올라오며 시절가를 부르는듸, ▶늦은 중모리 "어이 가리 넘차 어이 가리 넘차, 어이 가리 너 너화로구나. 태고라 천왕 씨는 목덕으로 왕허였으니 낭기아니 중할쏘냐? 인황씨 아홉형제 분장구주 마련헐제, 우리 곤케 허였던가. 수진씨가 불을 내여 하시거게 헌년후의 우리 곤케 허였던가. 어떤 사람 팔자 좋아 삼태육경 좋은 집에 부귀영화로 잘사는듸, 우리팔자 어이 허여 날이 새면 지게 갈퀴 짊어지고 심산구곡이 왠일인그나. 집이라고 돌아가면 소탱 빈 방안의 곱송그려 새우잠 자니 초동팔자 가련지고, 여보소 친구들아 자네는 저 골로 들어가고, 나는 이 골로 들어가 덜어진 낙엽 부러진 가지를 힘끝대로 뭉뚱그려 위부모 처자식의 극진공대를 허여보세. 어이 가리 너 어 어이 가리, 너 너화로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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