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의 단초 : 며칠 전 꿈 덕분에 증발되어 가던 한 사람에 대한 영역이 벌집처럼 촘촘해졌습니다 햇빛 쏟아지는 조수석 차창에서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머리 위 손잡이를 너울거리며 꼭 쥐고 가시던 특유의 버릇 같은 행동이, 팔목은 가느다랗고 앙상하신데 굵고 노란 두 가락지가 손가락 사이를 머뭇거리는 것들이나 문득 이런 기억과 형태들이 얽혀 나를 지탱하게 되는 걸까요? 그 꿈에선 다시 예전 모습 그대로 웬 철근 같은 걸 손잡이 삼아 잡고, 나와 함께 동화와 현실의 중간 같은 코스로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아쉽게도 잠에서 깼습니다 할머니 참 오랜만에 뵙네요 며칠 뒤 택시 안에서 나도 그렇게 머리 위 손잡이를 잡고 그 팔 모양에 그 손목을 만들어 내내 웃고 있었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을 더 했습니다 몇 년 전 몇십 년 전에 반사된 한 사람의 모습으로
정규 1집은 제 주변에 이런 풍경들이 일련의 궁상맞은 체화의 과정을 거쳐 만든 음악 같습니다 앞으로 사소한 여운 같은 것들과 연민, 향기들을 귀하게 대해줄 수도 있겠습니다 설령 내가 없더라도 음악 속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있으면 좋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