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ign Summer
타의에 의해 폐쇄적인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가 어쩌면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속박감은 육체에서 시작해 이제 머리까지 도달하는데 망설임이 없었다. 지갑 사정, 날씨 사정, 상황 사정을 핑계로 스스로 더욱 무겁고 정적인 존재로 만든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일단 무작정 예약을 잡았다. 티켓을 예매하고 통장 잔고 따윈 살펴보지 않았다. 땅속 깊이 뿌리박은 바위가 스스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오랜 세월 때문일지, 그러고자 하는 의지 때문이었을지는 모르겠지만, 바위는 스스로 바스라져 아주 작은 모래 알갱이가 되었다.
파도를 타고 해류를 타고 저 멀리 어딘가로 하염없이 흘러가고파. 바람을 타고, 신발 사이에 껴서라도 저 멀리멀리 풍화되고 싶어라. 스스로를 무너뜨린 모래 알갱이는 콘크리트 성벽을 나와 미련 없이 야자수를 찾으러 떠났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