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싱글앨범, 기다림 속에 '눈사람' 1월 1일 새해 발표
사랑은 기다림 속에 성장하며, 기다림이 쌓이며 성숙되어진다. 우리 삶이 메마르지 않게 은연중 기능하는 놀라운 보습제가 있다. 바로 정서(emotion)이다. 기쁨(희), 분노(로), 애정(애), 즐거움(락)에 웃고 울게 만드는 이 정서는 서로 함께하며 나눌 때 증폭되거나 휘발되며 우리 삶이 무미건조해지지 않게 한다. 이 모든 정서 중에 단연 으뜸은, 사랑이다. 사랑만큼 극적 대비를 지닌 정서란 존재 하지 않는다. 배려와 집착, 몰입과 혐오, 이해와 오해, 화합과 갈등처럼 사랑의 양면성은 어떤 위치, 어떤 입장에 서 있는가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경험케 한다. 사랑의 양면성이 지닌 진폭은 이 세상 그 어떤 산의 높은 정상이나 바다 계곡의 심연마저 설명이 부족할 수 있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부모가 자녀를, 연인이 서로를, 스승이 제자를 대할 때, 필연적으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이란 긴 터널을 지나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긴 터널이라는 스위스의 고르하르트베이스나 두 번째로 길다는 일본의 세이칸 터널도 시작과 끝이 있는데, 사랑에 기인한 기다림이란 터널은 입구는 분명히 있지만 출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 출구란 기대와 실망, 소망과 절망처럼, 이상과 현실을 끊임없이 오가는 자맥질과 같기 때문이다. 옛 속담에 목이 빠지게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린 다는 학수고대란 말이 있다. 사람 못지 않게 긴 세월을 사는 학이 목을 길게 빼고 고개를 기웃거리는 애처로운 모습을 이른 말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기다리게 된다. 기다릴 수 없다면 사랑이 아니다. 기다림은 반드시 좋은 결과가 올 것이란 믿음 속에 견디는 인내이며, 자신의 몸을 던져서라도 모든 것을 얻고자 하는 헌신이다. 그래서 사랑은 그 누구나 뿌려 키울 수 있는 한줌 작은 씨앗이지만, 기다림 이란 과정을 통해 성장, 성숙되며 결국 열매 맺게 된다. 또한 사랑은 그 누구나 가진 불씨 같아서 어두움을 밝히고 온기를 주지만, 부주의로 화인(火因)을 만나 애써 이룬 것을 재로 만들기도 한다.
싱어송라이터 '오은영'은 사랑이란 말을 단 한마디도 쓰지 않았음에도 그녀가 경험한 사랑의 의미를 눈사람이란 곡에 담아냈다. 사랑은 어떤 이에게는 설렘이겠지만, 다른 이에게는 짙은 그리움일 수 있다. 눈사람은 듣다 보면 후자의 의미가 그려진다. 밤새 내린 눈이 한 겹 두 겹 쌓여, 싸늘한 도시도 잠시나마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길을 걷다 어느 낡은 아파트 정문 앞에 크기 다른 동그라미 두 개 이어진 눈사람이 정겹게 미소 짓고 있는 것을 보게 될 수도 있다. 그녀는 이 곡을 듣게 되는 사람이, 어설픈 사랑이 기다림 속에 의미라는 둥근 고리가 이어져 참된 사랑이 되어가는 경험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며 전했다. 눈 사람 앨범 트랙에 프로 재즈 연주자로 구성된 탱고밴드 라벤타나 정태호의 아코디언 연주가 더해져 애틋한 서정성을 더했다. 자켓 이미지는, 글자로 그리는 예아가 참여해 의미를 더해주었다. 눈사람은 1월 1일 음원 사이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