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싱글앨범, [북촌로 12길 도착]
지우고 싶은 지난 기억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향기가 되어있다.
잎이 나기 전에 먼저 피어나는 꽃이 있다. 나무에 피는 연꽃이란 뜻의 목련(magnolia)이다. 꽃잎 끝이 북쪽을 향하고 있어 북향화라고도 한다. 이런 연유로 과거에는 왕을 향한 충절을 상징하기도 했다. 꽃 자체만으로도 은은한 향기와 널따란 꽃잎이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전령사이기에 그 존재만으로 반가운 꽃이다.
봄에 피는 꽃 하나에도 이처럼 많은 사연이 담겨있다. 그 사연에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수 많은 사람들의 추억들이 꽃잎처럼 서로 이웃해 포개져 있다. 꽃잎 하나하나를 매만지면, 어느새 향기가 손에 묻어난다. 기억은 그렇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기로운 추억으로 재생된다.
꽃은 향기로 말한다란 이훈강 시인의 시처럼, 기억은 추억으로 말한다. 더하여 겹겹이 덮인 가을 낙엽을 헤집으면, 흙내음, 풀내음이 버무려져 짙게 코끝에 감겨오듯 향기로 말한다.
어느 곳에서 살고 있든지, 우리는 저마다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지난 추억이 지우고 싶은 아픔이어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아픔이 주는 독소는 온데간데없고, 발효되어 향기가 되어있다.
싱어송라이터 '오은영'은 이전 발표한 정규앨범 살아있는 거리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북촌로 12길 도착]에 시간이 흐르며, 마주하기 싫었던 지난 순간의 기억을 다시 추억하고자 했다. 나아가 이 곡을 듣는 이들이 강물처럼 흐르는 삶의 타임라인에 휩쓸려 매몰되지 않고, 당당하게 지난날의 기억을 추억의 향기로 승화시켰음 하는 바램을 담았다.
특별히 이번 앨범 자켓은 그의 오랜 벗인 '김그레'가 그녀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냈다. [북촌로 12길 도착]은 2월 4일 음원 사이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글 : 송태일 (U-BAND)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