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답답한 세상에 숨이 되는 노래 비처럼 젖는 마음 - 하림 (뮤지션)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보컬로 이별을 노래하더니 누군가를 향해 당신은 나의 전체라면서 잊히지 않을 고백을 노래한다. 총 5곡이 실린 이번 EP에서 숨비는 단 한번도 과격하게 내달리지 않는다. 화려한 편곡으로 듣는 이를 설득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요컨대 이것은 심플을 기조로 삼았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결과물이다. 그러면서도 ‘사랑은 영원하다’에서는 록적인 편곡을 기반으로 기왕의 장점이었던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무엇보다 각각의 곡들이 사랑(과 이별)이라는 뚜렷한 주제 하에 놓여있으면서도 섬세한 톤으로 표정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딱 한 곡만 선택해야 한다면 글쎄, 하나만 꼽는 건 아무래도 무리다. ‘너의 전체’와 ‘사랑은 영원하다’를 추천하고 싶다.
배순탁 (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배순탁의 비사이드 진행자)
앨범 소개
숨비 [To. My Lover]
그가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깊이의 남다름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있다. 숨비의 세 번째 싱글 [사랑은 영원하다]의 발매를 기하여 작성했던 리뷰 원고 중 그의 목소리에 관해 “묘사되지 않은 것들마저 머릿속에 그려보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마치 어딘가 ‘사연이 있어 보이는’ 숨비의 서걱거리는 목소리는 당시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숨비라는 음악가를 사랑해 마지않는 이유다. 그의 첫 번째 EP이기도 한 이번 신보 [To. My Lover]는 그렇게 자칫 흔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사랑이라는 대주제 앞에서 각기 다른 사연에 다채로운 표정을 더하며 서두름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트랙의 나열 기준이 각 곡이 만들어진 시간순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열일곱의 풋풋함으로 모든 종류의 사랑을 향해 응원을 전하는 1번 트랙을 시작으로, 어머니를 떠올리며 적어 내려간 모녀간의 따뜻한 사랑, 가족을 떠나보낸 이웃의 슬픔을 헤아리는 먹먹한 위로, 상대와 나의 모든 것을 감싸 안고자 하는 벅찬 마음, 그리고 소중한 이와의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트랙까지, 10대 후반을 거쳐 20대 초반까지를 관통하는 변천사가 마치 오래된 일기장처럼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셈이다.
물론 햇수로 따지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 있겠지만, 마음속 진폭이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으로 요동치는 시절을 꿰뚫고 있는 만큼 밀도 있는 감정선이 돋보인다. 자칫 시간이 너무 흘러 당시의 세밀한 감성이 희석되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올해 여름 발매를 목표로 삼았다 전해온 숨비 본인의 말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오직 그 나이대에만 노래할 수 있는 오롯한 마음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찌 보면 그가 통과해 온 시간의 한 덩어리를 그대로 들어내 옮긴 결과물이라 해도 무방하기에, 그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변함 없이 유효한 것들이 도리어 빛을 발하는 숨비의 음악에는 늘 ‘사랑’이 있었다. 이미 수많은 창작물을 통해 다루어져 온 이 사랑이라는 주제를 두고 흔하디흔하다 말할 수 있다면, 반대로 시공간을 막론하고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엮여있는 감정이야말로 사랑이라 하는 것 또한 무리가 없을 것. 결국 다양한 사랑의 면면을 유심히 관찰하고 음악을 통해 풀어내는 숨비의 작업 과정은 그 자체로 가지각색의 삶을 향한 공감과 위로의 과정과 맞닿아 있다.
더 나아가, 개인의 마음이 온전해지고 나서야 그 개인들이 모여 이루는 관계마저도 온전히 이어질 수 있기에, 작품 전체의 서사는 마침내 네 번째 트랙 ‘너의 전체’를 통해서 유연하게 매듭지어진다. ‘너의 전체’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은 그리하여 '너의 전체를 사랑할 수 있을 만큼의 온전한 나를 찾고 싶다'라는 문장과 치환되며, 비로소 '온전한 나'를 찾고자 하는 바람으로 이어지는 덕이다. 사랑이라는 키워드 안팎을 모두 아우르고자 하는 숨비의 이번 EP는 그렇게 다시 한번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사랑과 삶을 다정하게 보듬는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뭍으로 나올 때 참았던 숨을 한 번에 몰아쉬는 소리를 숨비소리라고 부른다. 실제로 활동명의 유래이기도 한 이 ‘숨비소리’처럼 음악을 통해 모든 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숨을 내어주는 것. 그가 온 힘을 다해 사랑을 노래하는 이유다.
에디터 월로비 @hiphopbywal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