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고 경쾌하고 모호하고 가벼운 고해
전유동 2집 선공개 싱글 <어떤 변명>
<어떤 변명>은 곧 발표될 새 음반의 마지막 선공개 싱글이다. 지난해부터 차례로 <참, 맞다(Feat. 해파)>와 <호수>, 그리고 <어떤 변명>까지 총 세 곡을 먼저 공개했다.
첫 앨범인 [관찰자로서의 숲]은 자연을 주제로 했다. 새로운 앨범에서는 자연을 앞세우고 싶지 않았다. 물론 자연은 내게 여전히 중요한 테마 중 하나지만, 이번 앨범의 포커스는 보다 나의 감정, 그중에서도 ‘다정함’에 관한 여러 마음에 맞추어져 있다.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가난해지고 다정함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어떤 변명>은 앨범의 꼴이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을 때 만들어졌다. 거대한 우주 한가운데서 미약한 나를 마주할 때였다. 내가 후회하는 순간들이 책갈피로 표시되어 있다. 나의 선택으로 현재도 쓰고 있는 무제의 책은 번번이 흐릿한 묘사들로 가득하지만, 책갈피가 있는 쪽을 펼쳐보면 후회의 순간이 또렷하게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항상 그 후회는 누군가에게 다정하지 못했던 순간들이다. 후회와 실수의 기록은 다음 쪽에 변명으로 채워지며 이어진다. 옹졸하고 시시한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가 없었다. 나를 회피하고자 하는 시선도 집중력을 잃고 무용한 것에 마음을 빼앗기기 일쑤다.
유년 시절 집중력이 부족하고 촐싹이는 성미로 아버지에게 여러 번 혼이 났다. 가끔은 폭력으로 다스려지기도 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모든 미움을 감내할 테니 부디 천천히 용서해달라고 하셨다. <어떤 변명>의 노랫말 중 “나를 왜 치료하지 않으셨나요?”라는 구절에 취소 선이 그어졌다. 왜 난 다정하지 못했을까. 아버지에게 상처받고 이해받지 못한 외로운 날들을 떠올렸다. 그 기억들이 나를 다정하지 못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다정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과 원래 그런 것은 다르다. 나는 원래 다정해질 수 없는 사람일까. 아니다. 원래 그런 것은 없다. 아버지는 선택하셨고 나도 선택해야 한다. 원제인 <어떤 병명>을 <어떤 변명>으로 고쳤다. 모든 것은 나의 변명이 맞다.
누군가의 아픔을 변명으로 단정 지어 치부할 수 없다. 슬픔을 이겨내고 나아가야 한다는 말도 더욱이 아니다. <어떤 변명>에서 나는 노래를 부르며 부족한 자신을 발견하고 비로소 선택한다. 그 선택 또한 불분명한 변덕이 내재하여 있지만 이제는 후회를 곁에 두고 나오지 않는 정답을 이해하며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다정한 사람이 되기를 노력하는 내 주위에서 다정함을 건네는 동료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감사합니다. 다정하고 놀라운 사람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