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너가… 말대꾸?!
닥치고 압도적인 폭력의 사운드에 몸을 맡겨라!!
FFRD <폭력의 역사>
사담
FFRD의 압도적인 폭력의 사운드 앞에서는 고작 사담 정도 늘어놓을 수밖에 없다. FFRD의 리더 동찬을 처음 만난 건 2014년의 일이다. 카페에서 작은 손으로 컵을 쥐며 클래식을 전공했다며 앨범을 건네줬다. IDM 사운드 위로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연주가 담겨 있는 앨범이었다. 그에 반해 영기획과 함께 일하자고 했다.
그 후로 8년. 그는 갑자기 강한 비트에 ‘그로울링’을 하는 영상을 인스타 스토리에 공유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이를 위해 보컬 레슨을 받았다고 했다. 게다가 FFRD의 반쪽 덥인베인은 랩을?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이런 걸 ‘흑화’라고 부르나. <폭력의 역사>에는 전에 기억하던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는 사라지고 복잡한 사운드에 온몸을 때리는 폭력의 사운드가 가득 차 있다. 닌자튠에서 하드코어 음반을 발표한다면 이런 느낌일까?
동찬과 덥인베인 그리고 FFRD의 디스코그라피를 꾸준히 훑어 왔다면 어느 정도 예상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예상 불가능하다.) 이 둘은 워낙 변덕스러우니까. 그때그때 자신들의 재미를 음악으로 구현하는 데 최적화된 듀오니까. 그렇다면 왜 이들은 갑자기 지금 폭력이라는 주제와 사운드에 빠졌을까? 그걸 생각하면서 들으면 재밌는 앨범이 될 것이다. 아, 그래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고. 리스너가.. 말대꾸?! 닥치고 압도적인 폭력의 사운드에 몸을 맡겨라!!
-하박국 (영기획YOUNG,GIFTED&WACK 대표)
<이세린 가이드>를 읽는 중, 주인공 이세린 집안 내력을 읽다가 문득 나 혹은 우리네 삶의 흔적을 뒤돌아봤다. IMF부터 경제공황, 수많은 자들이 떠나가고 무너지고 감옥에 갔다. 좀 조용해진다 싶더니 유래없는 역병이 창궐했다. 그 와중에 한국의 이미지는 내가 인식하던 그때와는 사뭇 달라졌다. 30살을 못 넘길 거라 생각했던 내 삶은 어찌 이어지고 소중한 동료들이 생겼으며 이를 기반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이 망할 세상에서, 멈출 타 이밍을 놓쳐 필사적으로 삶을 끌어가고 있다.
집안은 대대로 천주교를 믿어왔다. 이는 할아버지의 자존심이자 긍지로, 할아버지는 대를 이어야 할 유일한 남자인 내가 결혼을 하든 말든 관심이 없다. 대신 성당을 다시 나가는 것을 바라신다. 삶의 끝에 병자성사를 받기를 원하신다. 고조부 때부터 이어져 오는 전통이라 했다. 조선 시대 말부터 피의 역사를 쓰며 견뎌왔다 하셨다. 정작 할아버지 젊은 시절은 그런 집안 전통에 반항하다 625전쟁에 참전해 온갖 참상을 견뎌낸 뒤 열 성적인 신자가 되셨다. 할아버지는 종종 ‘너도 언젠간 성당을 찾게 될 거다. 삶은 기댈 곳이 필요한 것이다’ 라고 하셨다. 이 말을 들을 때면 종교에 대한 열망보다는 삶을 붙잡기 위해 처절하게 견뎌낸 할아버지의 의지가 느껴진다. 이는 할머니도 마찬가지다.
친가뿐만 아니라 어머니 집안도 천주교이다.
외할아버지 또한 몇 배로 처절한 삶을 사셨다. 10대는 일제 강제징용으로 태평양 전쟁에서 겨우 살아 돌아왔다. 그마저도 20대에 벌어진 625전쟁에 끌려가 미친 듯이 견뎌냈다 들었다. 외할아버지는 유일한 마을 생존자라 했다. 190 되는 키의 기골이 장대한 외할아버지도 결국 두 번의 전쟁을 견뎌낸 후유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PTSD에 시달리다 돌아가셨다. 불을 바라보지 못하셨다. 밤 중에 소리 지르며 각목을 들고 마당에 뛰어들기도 했다 들었다.
할머니, 외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젊은 시절 잠깐 외출한 남편이 3년 넘도록 돌아오지 않고, 빨치산에게 끌려가 죽을 뻔하고, 군수공장에서 부품을 만들고 임신한 상태에서 풀뿌리로 겨우 견뎠다 했다. 조부모님들이 이리 치열하게 삶을 이어갔다. 뭐 부모님 세대는 말해 무엇할까.
각 세대별로 견디는 짐의 무게는 비슷한 듯싶다. 아니 삶 자체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모두 전투적으로 견 디고 있다. 온 몸으로 맞서 싸우고 있다. 이 엿 같은 삶은 우리를 없애기 위해 온갖 적을 보내고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미친듯이 싸우고 또 살아남는다. 삶 자체가 아니 인간이란 존재 자체가 투쟁과 폭력의 결과물이다.
이 앨범은 공격적이며 처절할 것이다. 우리네 내면을 가공해서 보여줄 생각이 없다. 덥인베인과 나는 진짜 좆 같고 엿 같은 현실에 욕지거리를 한껏 입에 물고 견디고 있다. 삶은 잔혹하고 일말의 자비도 없다. 하지만 인간은 그보다 더한 놈들이다. 처절하게 이어져 온 역사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존재다. 우리는 이 망할 적들의 숨통을 끊어버릴 것이다. 존나 큰 신시사이저와 터질듯한 스피커와 극한으로 단련된 컴퓨터를 무기로 들고, 방해하는 모든 존재들을 다 없애버릴 것이다.
-동찬(Dongcha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