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모니카(Monica)]
노을 진 섬으로 갈바람 잦아들듯
가끔 고향집을 찾을 때면
당신은 언제나 느릿느릿 마중 걸음을 하셨습니다.
늙고 쇠약한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물끄러미 아들을 내려다보시던
그 온화한 얼굴위로 낯설게 내려앉은 백발!
미처 내 어머니는 이런 모습일 줄 몰랐습니다.
당신에겐 익숙한 지팡이지만 그러나 애써 외면해야 했던
시선은 부끄러운 불효를 자인한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씻을 수 없이 진 수많은 빚
그 빚진 계산서 위에 저는 다만 “미안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라고 읊조릴 뿐입니다.
기나긴 세월 당신의 존재는 항상 영원하리라 믿었습니다.
제가 나이 들어가는 것과 상관없이......!
그러나 당신께서는 분홍 꽃신을 신고 하늘 여행길을 떠나셨습니다.
근심도 슬픔도 시기도 없는 어느 먼 나라
살아서 누리지 못한 염원의 오아시스가 창망히 펼쳐지는 그 곳
하느님 계신 영원의 대전에서 천상의 새로운 삶을 이어가십시오.
그리고 찌던 그리움 한 움큼 남았거든
기약 같았을 노둣돌 삼아 아버지의 은하수 바다를 건너십시오.
이미 얼굴마저 희미해졌을 설운 지아비를 부여잡고
홀로 남겼던 이승의 원망을 마음껏 닦달 하십시오.
슬픔을 거두는 것은 이제 남은 자들의 몫
수많은 뭇 별 가운데 어디쯤이 어머니의 별인지 모르겠지만
하도 서럽도록 어머니 보고 싶을 때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무변의 그 별을 찾아 하늘 지도를 그리겠습니다.
여름비 황망히 젖던 호박잎 이슬 같은 별
반짝반짝 빛나는 그 별에
당신의 흔적 ‘모니카’ 라고 이름 붙이겠습니다.
<모니카>-미르
http://cafe.daum.net/heartjm/TlgY<마음의텃밭*미르(강쌍용 베드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