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과 계절 사이, 이상한 계절을 닮은 어쿠스틱기타 듀오 '이상한 계절'
'이상한계절', 팀 이름만으로도 범상치 않은 그들의 첫 EP "봄"이 발매되었다. 이상한계절은 같은 대학에서 만난 김은총, 박경재의 2인조로 구성, 3년간 지역씬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그들의 도시 '전주'의 수수한 여유로움을 닮은 ‘이상한계절’의 음악은 담담한 여백으로 이도저도 아닌 청춘의 방황을 위로한다. '이상한계절'은 대중음악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우리로 하여금 생각의 여백을 남기는 음악을 선사하고자 한다. 이번 앨범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한 김은총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박경재의 연주적 해석을 더해 완성된 이상한계절의 음악은 오늘 같으면서도 어제 같다. 여백, 더 많이 더 가득 눌러 담으려 애쓰는 현대의 가치에 휩쓸리기보다는 남겨진 것들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자 하는 생각은 그들이 왜 '이상한계절'인지를 대변한다. 지나온 어제와 지금의 공존, 그 사이에서 방황하는 청춘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고스란히 음악적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EP를 발매하는 올 4월은 그들의 세 번째 해를 기념하기도 하며, 그간의 노력들을 더욱 가까이 선물한다. 특히 이번 EP는 작곡 작사에 재킷디자인까지 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제작하여, 더욱 기념비적이다.
첫 곡 "걷고 싶다"는 봄 내음 가득한 사랑스러운 소품이다. 명랑한 멜로디언 연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크림을 머금은 듯 달콤한 목소리가 부드러운 타악리듬과 만나 더욱 따뜻발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봄, 아름다운 꽃길을 거닐고픈 이들의 행진곡이다.
좋아하는 것들, 좋아하는 모습, 좋아하는 너.. 그대. 왜 좋아하는지 말하기 전에, 너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기에도 하루가 너무 짧아서 오늘도 웃는다, 난 웃는다.. 좋다. 섬세한 애정표현이 살랑대는 곡 "좋다"는 정말 좋아서 주체할 수 없는 애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너의 모습들,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밝히는 가사의 표현들은 뒤이어 반복되는 "좋다"의 울림으로 순수해진다. 올 봄, 달콤하게 귀에 걸릴 "좋다" 두 글자가 이상하게 귀와 입가에 맴돌 것이다. "네가 좋다 좋다 참 좋다."
"네가 필요하니까" 강렬한 이끌림의 감정은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끌림의 마음을 소리 내어 너에게 말하는 순간. 가까워지거나 혹은 멀어지거나 어떤 모습으로든 우리 사이의 관계는 비로소, 그 의미를 갖는다. 연약함을 감추려는 마음은 빙빙 돌리지 않는 솔직한 표현으로 곧장 '너에게로' 향한다. 혼자서만 앓았던 망설임의 시간들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겠지만 이 곡에선 기타의 잔향으로 오롯이 남는다. 나는 너를 유혹하고자 한다. 곧게 때로는 변화무쌍한 목소리로, 너에게 간다.
"잡음" 시끄러운 거리에서 혼자 된 것 같은 때조차도 우리 주변에는 소음이 가득하다. 더욱이 너와 나 사이에는 이해할 수 없는 잡음이 가득하다.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멀게 느껴지는지. ‘잡음’은 세상의 모든 소통가운데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잡음을 이야기한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인 섀넌과 위버는 잡음의 성격을 물리적, 심리적, 의미적 잡음으로 규정하였는데, 이 곡에서는 1절에서 단절된 거리의 물리적 잡음을, 2절에서 생각의 거리인 심리적 잡음을, 그리고 3절에서 건반과 첼로 연주로 마음의 차이인 의미적 잡음을 표현했다. 격정적으로 밀려오는 첼로의 선율,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쓸쓸히 남은 피아노 소리는 과연 잡음의 해결을 의미할까?
"아프지마" 아픈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단지 조용히 손잡고, 눈 맞추며, 어루만질 수밖에... 사랑하는 누군가의 아픔에 아쉬운 마음, 그 간절한 위로의 행위를 표현해낸 "아프지마"는 연인, 가족, 친구 뿐 아니라 유독 아픈 청춘들로 대변되는 우리들에게 바치는 진한 포옹이다. 애잔한 기타에 실린 목소리로 여는 이 곡은 곧이어 피아노와 드럼의 울림이 더해져서 보다 깊은 감정 선을 그려낸다. 이윽고 저마다의 온기로 모인 위로가 차갑게 굳어버린 마음을 녹인다. 그대 아프지마.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어제. 우리의 일상의 평범함이 모여 결국은 특별함이 되는 것처럼, 하루하루의 특별한 순간을 모아 담은 음악은 우리에게 보편적인 정서로 다가올 것이다. 그 무엇이건 사랑하고, 갈등하며, 또 다시 마주하며 위로하고자 하는... 일련의 모든 애착의 감정들이 이번 EP에 담겨있다.
지금 '이상한계절'은 '봄'의 사이에 있다. 이제 다가올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사이에 그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 시작된 봄. 이상하게도 다음 계절이 기대되는 건, 다름 아닌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는 늘 이상한계절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