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꽃, 그리움의 향기 (殘香)
그리움, 소프라노 이해원의 목소리로 꽃이 되다.
난 기억하오 난 추억하오
소원해져 버린 우리의 관계도
사랑하오 변해버린 그대 모습
그리워하고 또 잊어야 하는
그 시간에 기댄 우리
/ 최진 ‘시간에 기대어’ 中
꽃이 흔들린다. 아랑곳없이 찾아온 그 기억에 또 다시 일렁이는 마음을 마냥 묻어 둘 수 없어서. 동시에, 그저 지나가는 것 외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음을 알기에. 그래서 흔들리는 꽃은 ‘그리움’과 같은 의미에 다름 아니다.
‘윤학준', ‘이원주', ‘정희선', ‘임태규', ‘김효근', ‘조혜영', ‘신귀복', ‘김주원', ‘최진'. 9인의 작곡가들은 이 꽃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좀 더 정확히는 언어와 음을 조합하여 구체화했다. 소프라노 이해원은 이를 그녀의 목소리로 현실화하는 데에 성공했다. 각각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시나브로 그 존재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엔 그녀의 모교 서울대학교에서의 배움이나 여러 콩쿠르에서의 입상 경력을 넘어선 무언가가 있어 가능했다. 바로 ‘자신의 내면을 향한 정면에서의 주시’이다. 그녀는 독일에서 유학 중인 자신, 한국어로 노래하는 자신을 통해 분명한 에고(ego)를 확립한다. 이방인의 영역 속 한국인, 모국어로 노래하는 성악가. 이 분명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이 레코딩을 완성한 것이다.
그녀는 12곡의 한국 가곡을 통해 그리움의 세 가지 모습을 단계적으로 들려준다. 먼저는 ‘마중', ‘연', ‘어느 봄 날', ‘이화우'를 통해 첫 만남에 대한 그리움을, ‘돌아가는 꽃’, ‘눈', ‘첫사랑', ‘못잊어’를 통해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마지막 ‘얼굴',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내 영혼 바람되어', ‘시간에 기대어'를 통해 헤어짐에 대한 그리움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여정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노래는 우리를 더욱 깊은 마음의 자리로 나가게 한다. 노래 속 가사가 단지 노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삶 속 이야기임을 알게 한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갈 즈음 우리 각자는 그곳에 자리한 꽃 한 송이를 보게 된다. 오래되었지만 여전한 향기를 간직한 꽃, 그리움이란 이름의 꽃을.
이제 그 꽃이 흔들린다. 아랑곳없이 찾아온 그 기억에 다시금 우리의 마음도 일렁인다. 동시에 이 모든 것들을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기댈 밖엔 방법이 없음을 또한 알게 된다. 우리의 첫 만남도, 사랑도, 헤어짐도, 결국엔 그리움이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더 슬프고, 아프고, 아름답다는 것을 마음 깊이 아로새기며.
[Tracks]
1. 마중
Vocal / 이해원
Piano / 이선미
Written by 허림
Music by 윤학준
2. 연
Vocal / 이해원
Piano / 이선미
Cello / 윤여훈
Written by 김동현
Music by 이원주
3.어느 봄날
Vocal / 이해원
Piano / 노예진
Written by 황베드로(_황옥연)
Music by 정희선
4. 이화우
Vocal / 이해원
Piano / 노예진
Cello / 윤여훈
Written by 매창
Music by 이원주
5. 돌아가는 꽃
Vocal / 이해원
Piano / 이선미
Written by 도종환
Music by 임태규
6. 눈
Vocal / 이해원
Piano / 노예진
Written by 김효근
Music by 김효근
7. 첫사랑
Vocal / 이해원
Piano / 노예진
Written by 김효근
Music by 김효근
8. 못잊어
Vocal / 이해원
Piano / 이선미
Written by 김소월
Music by 조혜영
9. 얼굴
Vocal / 이해원
Piano / 노예진
Written by 심봉석
Music by 신귀복
10.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Vocal / 이해원
Piano / 이선미
Written by 서정주
Music by 김주원
11. 내 영혼 바람되어
Vocal / 이해원
Piano / 노예진
Written by 김효근
Music by 김효근
12. 시간에 기대어
Vocal / 이해원
Piano / 이선미
Written by 최진
Music by 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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