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데뷔 EP, [Hannah's Party]
최근 들어 인디펜던트로 활동하는 한국의 알앤비/소울 뮤지션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장르 뮤지션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장르 음악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체화한 까닭으로 보인다.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장한나 역시 주목해야만 하는 알앤비/소울 싱어송라이터다.
장한나는 다수의 매체 출연으로 인해 나름의 서사를 가진 음악가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장한나를 외부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소개하곤 한다. 하지만, 사실 장한나는 이런 일련의 시선을 음악으로 깨부수고자 부단히 노력한 음악가다. 실제로 그는 솔로 싱글을 통해 장르 음악에 대한 진한 애정과 명확한 이해도를 보여줬다. 또한, 릴러말즈, 팔로알토, 큐더트럼펫 등 장르 씬에서 활동하는 음악가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자신의 방향성을 드러냈다. EP [Hannah's Party]는 이런 장한나 본인이 몇 년의 시간을 통해 구축해 온 음악적 서사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한나는 이번 EP에서 알앤비/소울이라는 자신의 장르적 지향점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프로듀서 UGP와 함께 했다. UGP는 팔로알토, 레디, 로스, 영잔디스, G2 등의 힙합 뮤지션은 물론, 오웰무드, 수비, 초영 등 알앤비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춰 온 프로듀서다. 특히 UGP는 다양한 사운드와 곡 구성을 통해 함께하는 아티스트가 지닌 음악적 매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는 데 능한 프로듀서다. 이번 EP에서는 영미권의 차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 트랩 리듬을 기반으로 한 콘템포러리 알앤비 사운드를 구사한다.
사실 이번 EP의 가장 큰 감상 포인트는 작품 전반을 이끌어가는 장한나의 보컬이다. 장한나는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뚜렷한 멜로디 라인, 코러스 운용 등을 통해 듣는 이를 한순간에 사로잡아 버리는 보컬을 구사한다. EP의 인트로이자 본인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Stronger Than Ever”가 그렇다. 초반부부터 그는 트랙의 무드에 걸맞게 매혹적인 목소리 톤으로 보컬을 전개한다. 또한, “Foolish”에서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프로덕션에 맞춰 다소 발음을 뭉개기도 한다. 여기에 타이틀 곡 “Shy”에서는 시원시원한 보컬을 구사하며 트랙에 하이라이트를 준다.
더불어 장한나는 사랑과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개인의 이야기를 가사로 풀어낸다. 그의 단어에서는 이전보다도 주체적이면서도 동시에 주어진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당참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뚜렷하고도 힘 있는 보컬 톤은 화자의 성격을 조금 더 사운드적으로 뒷받침한다. 이렇듯 장한나의 이번 EP는 이지리스닝 음악의 시대에서 빛을 잃어가는 알앤비/소울 음악의 정수를 머릿속에서 다시 떠올리게 만든다.
[Hannah's Party]는 알앤비/소울 장르 팬에게도, 혹은 무드 기반의 음악을 좋아하는 이에게도 안성맞춤인 작품이다. 그런 만큼 이번 EP는 힘을 뺀 채 쉽게 들어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렇듯 첫 스타트를 제대로 끊은 장한나가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로 성장해 나갈지 지켜보도록 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