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희 (Jung-hee Cho) [재즈동요이야기 '달조각']
어느 날, 문득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 일도 아닌 순간에 마음에 적막이 내려앉을 때가 있다. 그 적막의 순간은 짧고도 잔잔하여 대체로 없었던 일처럼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흘러간 것들이 모여 외로움이 된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외로움을 어린아이의 애착인형 마냥 끌어안고 살아간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모두는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많은 것을 잃어간다. 잠깐의 적막은 잃어버린 듯 숨어있는 어떤 감정이 아닐까. 조정희의 새로운 앨범 [재즈동요이야기 ‘달조각’]은 낯설지만 어딘가 기시감이 느껴지는 적막을 닮아 있다. 잃었다고 생각한 틈사이에 새로이 얻은 것들을 가득 채워 넣은 줄 알았지만, 조금씩은 헐겁게 감겨있는 감정의 나사를 풀어내고 스르륵 들어와 버린 외로움처럼. 그녀의 노래는 종일 북적이며 배회하던 놀이터를 거닐 듯 마음을 쓰다듬고 지나간다.
눈에 닿는 모든 것이 신비롭고 환상적인 여행 같던 나날들. 알고 싶은 것이 모르는 것보다 많았던 순간들. 도서관의 낡은 책들 중, 손 때 묻고 허름한 책 한 권의 구절이 마음에 와 박히는 것처럼, 조정희의 목소리는 마음 사이를 타고 들어와 흔적을 남긴다. 분명 모두가 가지고 있었던, 잃어버린 줄 알았던 언젠가의 동심이라는 것이 기꺼이 발걸음을 옮겨 살포시 자리를 잡는다.
어느 날, 문득 아무렇지도 않은 아무 일도 아닌 순간에 찾아오는 적막이라는 놀이터에 동심의 발자국을 잔뜩 남겨보자. 흙이 근사한 성이 되고, 초라한 쇠붙이가 반짝이는 모험이 되도록. 온건한 적막 대신 날 가는 줄 모르는 실없는 웃음들이 가득 차올라 행복이 찾아올테니.
작가 이연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