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lower Time Machine 앨범소개>
“대자연에 묻혀 우두커니 서 있는 발랄한 꽃무늬의 투박한 타임머신은 각박한 세상으로부터 우리를 순수의 세계로 데려간다.”
기업화된 음악계에 뚝심 있게 나타난 11곡짜리 정규 앨범 ‘원호’<The Flower Time Machine>은 사려 깊은 저항이다. 낮과 밤이라는 큰 테마 속에 나뉘어 들어간 11개의 곡은 사이키델릭이 추구하는 진정한 사랑과 평화 그리고 자유를 한국의 정서로 재현해 내었다.
빈티지한 사운드와 현대적인 기술을 버무린 작업 방식은 친숙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를 구현한다. 이는 그가 지향하는 바가 단순히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시대를 관통한 “음악” 그 자체임을 말해준다.
절실한 갈망에서 비롯된 11개의 곡은 우리네 강산에 깊이 뿌리내린 들꽃만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정서가 담겨있다. 예스러운 소리로 희미해진 한국 음악의 정체성에 다시 한번 화두를 던지는 앨범.
<곡 소개>
1. 정글
6-70년대 모타운 소울, 펑크가 지닌 그루브와 지미 핸드릭스를 연상시키는 기타 사운드로 만들어낸 정글처럼 울창한 사운드. 콩가와 젬베 그리고 직설적인 가사가 곡의 거친 색을 더해준다. 후반 부에 나오는 리버스된 테이프 샘플에 늪처럼 빠져드는 음악.
2. 춤
정신 나간 사람처럼 춤추고 마시고 노래하자는 가사에서 역설되게 부여잡고 싶은 정신이 느껴진다. 사이키델릭한 사운드와 후반부의 ‘흠’하고 찍어 내리는 네 번의 추임새, 비명 하는 기타 솔로 그리고 긁어대는 원호의 보컬이 원초적인 본능을 끓어오르게 한다. 팬데믹이 가져온 답답한 현실을 벗어던지기 좋은 곡.
3. 무지개와 소나기
메마른 대지 위에 울려 퍼지는 원호의 보컬과 콤보 오르간 소리를 통해 피어나는 무지개, 흩어져 내리는 소나기가 펼쳐지는 곡.
4. 오션 파라다이스
촉촉이 젖은 기타 소리는 이제 혼란이 지나가고 휴식의 시간이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이번 앨범의 수록곡 중 가장 모던한 스타일로 흐드러지는 미지의 파라다이스와 같은 세계로 데려가는 곡. 후반부에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는 리듬악기 세트의 트라이앵글 소리가 일품이다.
5. 그리움이 내 마음의 문을 두드리면
파라다이스로 우리를 데려간 원호는 그곳에서 자신의 사랑이 남기고 간 그리움의 이야기를 서정적인 멜로디로 들려준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우리를 찾아올 때 살포시 마음을 도닥여주는 곡. 70년대 후반과 80년대 발라드의 감성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6. 봄비
1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이 5분으로 느껴지는 마법 같은 곡. 흘러넘치는 감정을 70년대 유행했던 프로그레시브 록과 아트록의 실험정신에 힘입어 한국 특유의 정서로 풀어내었다. 후드득 떨어지는 통기타 소리, 이에 피어나는 푸릇푸릇한 피아노, 이들을 감싸는 두툼한 베이스 그리고 거기에 더해지는 원호의 청량하면서도 아련한 목소리가 봄비의 정취를 그려낸다.
7. 사랑하는 마음이 너에게 닿을 수 있다면
결국 이 각박한 세상을 달랠 수 있는 건 귀한 우리들과 그런 우리가 해나가는 사랑이라고 말하는 행진가 같은 곡.
8. 투명인간
수록곡 중 가장 마지막에 만들어진 곡으로 원호의 초현실적인 경험이 소재로 사용된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는 본인이 좋아하는 앨범 중 하나인 김정미의 ‘now’와 활주로 시절 배철수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다.
9. 사랑해주세요
직설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기타 연주로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외로움을 대변해 주는 포크송.
10. 비행기
아름다운 월리처 연주와 로터리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기타사운드가 비틀스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애절하면서 능청스러운 목소리에 보고픈 마음이 아득히 담겨있는 곡.
11. 새야 날아라
날아오르지 못하고 철장에 갇혀버린 어린 새에게 바치는 위안의 노래. 설화 같은 가사와 원호 특유의 울부짖는 기타 소리가 애절함을 더해준다.
글/ 고경임(DJ Mikurazai)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