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de [Mate]
찰나의 소유. 사랑까진 두렵고 가벼움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택하는 차선책이다. 필요에 의한 관계를 고른 너와 내가 사실은 그렇게 질 나쁘거나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란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 한 명에게 얽매이게 되는 순간부터 어디서 어떻게 투신할지 고민해왔다. 헌신적인 사랑은 늘 마음대로 된 적이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상하게도 내가 원하는 사랑을 원하는 대로 무작정 이끌고 가다보면 내 마음도 그 사랑도 죄다 고장나버린 것 같다. 원하는 사랑을 따내려면 웃기게도 하나부터 열까지 최대한 숨겨야했다. 언젠가부터 그 과정이 덧없었고, 무력했고, 하찮았고, 노력이 가상했다. 그 노력도 정말 좋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값싼 취급을 받기 일쑤였으니.
사람들은 늘 우위를 독점하고 싶어했고 책임지길 싫어했으며 역시나 사랑에서도 예외는 없었다. 그 덕에 너무 많이 속았고 너무 많이 앓았던 걸까. 대가 없는 구애를 하다가 홀리는 손짓에 보란듯이 넘어가기도 여러 번. 그러니 나도 강해져야만 했다. 그들은 아무렇지 않으니까 나도 이런 게 아무렇지 않아야만 했다. 답은 간단했다. 가벼운 말들을 잘만 하게 됐고 발칙한 행동들도 하다보니 재미있어졌고. 기억나지 않는 얼굴과 저장되지 않은 연락처만 늘어갔다. 참 재밌다. 재밌나. 아니 너네는 정말로 이게 재밌냐고. 대체 이유가 뭐길래 우리들을 이렇게 몰아가는 건지. 찰나의 소유를 허락하는 기이한 관계들은 꼭 현시대 청춘들의 신드롬 같다. 그러니까, 사랑을 곱씹어 발음할 만큼의 여유나 용기 따위 없는 이들이 믿음 없는 세상에서 살아내는 법. 유사사랑. 망각제.
부작용은 늘 뒤따르고 그걸 견뎌내야 할 밤들은 또 온전히 본인의 몫이겠지.
이렇게나마 공허를 채워내는 중일 테니 충분하다고.
그런데 우리가 정말로 원했던 게 뭐였더라. – 서지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