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간 윤종신] 2월호 ‘치유본능’
2023 [월간 윤종신] 2월호 ‘치유본능’은 이별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가고 있음을 감각하는 한 남자의 복잡한 심경을 담은 곡이다. 한때 내 감정과 기분의 전부였던 사람의 부재가 이제는 익숙해진 상황 속에서, 이대로 덤덤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회복 역시 본능이라는 것을 알기에 가능한 체념, 그리고 언제든 발작적으로 찾아올 그리움에 대한 예감 등이 뒤얽힌다. 인간이라는 종의 보편성을 사랑과 이별의 맥락 안에서 탐구해보고자 하는 윤종신의 지속적인 시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윤종신이 작사를, 015B 정석원이 작, 편곡을 맡았다.
“나이 탓인지 요즘 저는 제 삶을 한 발 떨어져 보게 되는데요. 조금은 관조적으로 지난 경험을 되새길 때마다 마주하게 되는 결론은, 제가 했던 모든 사랑과 이별, 만남이 어떤 일관적인 패턴이 있다는 거예요. 그 순간순간에는 모두 다르고 특별했지만, 지나고 보니 어쩐지 하나의 카테고리에 담겨 있는 것 같달까요. 다들 별반 다르지 않을뿐더러 더 나아가 나라는 사람 역시 그렇게 특이하지도 않더라는, 그러니까 나는 지극히 보편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는 몇 가지 정해진 본능이라는 틀 속에서 비슷하게 살아가고 나이 드는 게 아닐까.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규격화되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번 노래의 출발이었습니다.”
윤종신은 이번 가사 작업을 하면서 인공지능 챗봇 ‘ChatGPT’와의 대화를 적극 참고했다. 처음에는 세계의 석학이 사랑과 이별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물었고, 더 나아가서는 인간의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욕구와 본능들에 대해 물었는데 그러한 대화 속에 담겨 있던 몇몇 키워드들이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나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이별 노래들이 괜찮아질 거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우리에게는 괜찮아지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는 점 등에서 창작적 힌트를 얻었다.
"챗GPT와 대화를 하다가 어느 순간 확인하게 된 것 중 하나가 우리에게는 회복 본능이 있다는 거예요. 다시 괜찮은 상태가 되려는 본능이요. 예를 들어 이별을 하고 나면 우리는 스스로를 객관화해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방법을 찾아보죠. 지나간 사랑을 애써 잊으려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반대로 애착을 갖거나. 상처를 통해 자신이 성장했다고 합리화하는 것도 그중 하나일 거예요. 모두 감정적으로 어딘가 다쳤거나 무너졌기 때문에 다시 회복해보려는 시도인 거죠. 그리고 다시 괜찮은 상태가 되면 우리는 사랑을 찾아 나서요. 그렇게 아팠으면서도 또 한 번 반복하는 거예요.”
[2월호 이야기]
“더 나아지려는, 더 잘 살아보려는 다들 별로 다르지 않은 우리의 본능.” .... ....